1부 에필로그 - 우리가 찍은 사진은 모두 소중합니다.

by 별빛바람

첫 필름 카메라를 LOMO LC-A+로 시작했습니다. 목측식이고, 조리개 및 셔터가 고정인 제품이었지요. 마침 인도네시아 장기 출장도 잡혀 있어 필름도 10통이나 구입해서 출국을 했습니다. 공항 부타 시작해서 이것저것 사진을 찍었지요.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필름을 들고 현상을 하러 갔는데 실장님께서 “이거 사진 찍은 거 맞아요? “라고 하셨지요. 이제

와서 알고 보니, 10통이나 되는 필름을 장전도 하지

않고 열심히 셔터만 눌러댄 겁니다. 필름도 버리고, 돈도 버리고, 추억도 날아가는 순간이었지요.

사실 이 상황은 극단적인 상황이긴 하지만, 그 이후로 몇 차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를 방문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마다 카메리를 항상 들고 다녔지요. 골목부터 시작하여, 제 눈으로 바라보는 그 순간들을 모두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이젠 업무가 바뀌어 자주 방문하긴 쉽지 않지만 그래도 재밌는 사진들을 많이 남김 것 같습니다.



사진을 찍다 보면, 우리가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색감부터 시작해서 구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사진을 볼 때마다 속상하단 생각이 들기도 하고, 정말 내가 사진에 소질이 있나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카메라를 장롱 속에 넣어두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지요.


저는 전문 사진작가는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셔터와 구도 만으로 제가 원하는 사진을 만들어 내는 데는 아직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제 눈으로 바라보는 그 순간을 작 포착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사진을 찍곤 합니다. 하지만, 저도 사진을 현상해 보면 마음에 들지 않아 속상할 때도 많았습니다. 구도나 색감이 다소 어색하다 생각한 적도 많았지요.

사실, 저는 전문적으로 사진을 배우진 않았기 때문에 많은 부분이 어색하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누구에게 사진을 보여줄 정도로 멋진 사진도 아니지요. 몇 번 동호회에 사진을 올려보기도 했지만, 반응은 언제나 차가웠습니다. 하지만 그저 부족한 사진이라 치부하기에는 사진 한 장 한 장에 의미가 있어 그

의미를 버릴 수 없었습니다.


이 사진을 찍을 때만 하더라도, 아무 생각 없이 정처 없이 길을 걸을 때였습니다. 눈앞이 참 막막하기만 했는데, 조그맣게 내리는 빛 한 줄기 덕분에 다시

길을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절망적인 순간이었지만, 그 순간에 기운이 나고 - 마음을 다시 잡을 수 있는 그 빛줄기. 그 하나 만으로도 그날의 사진은 다 의미를 가지게 된 겁니다.

사진 한 장의 의미를 다 부여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 우리는 그 사진을 찍는 그 순간의 상황과 의미는 만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딸아이의 졸업식, 가족과의

식사 혹은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 그 모든 것들이 다 우리의 기억이며 추억이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사진에는 다 담지 못했어도, 그 사진과 함께 우리의 기억이 함께 숨을 쉬게 됩니다. 그러다 그 사진을 다시 바라보게 되면, 그때 느꼈던 감정이 함께 쌓이며 마치 과거로 돌아온 기분이 들게 되겠지요.

우리의 삶과 존재는 전부 경험과 기억이 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우울한 나 자신도 나의 기억과 경험 덕분이며, 기쁘고 활기찬 나 자신도 나의 기억과 경험 덕분입니다. 그 모든 것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나 자신을 만들어 가는 것이지요. 저도 어쩌면 저의 경험과 기억이 만들어낸 결과물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람의 기억은 조금씩 희미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의 기억에 대해 자신의 주관적 해석이 덧 붙이면서 새로운 기억과 경험을 만들어가기 시작합니다. 그런 기억과 경험에 조금이나마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하지만, 그

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사진을 찍은 나 자신입니다. 그 사진을 찍고, 사진을 남기는 것도 “나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고, 주관적으로 선택한 그 상황의 순간이 사진으로 남겨진 겁니다. 그리고 그 사진의 순간 자체도 우리의 선택입니다.

그 선택은 결국 우리가 만들어가는 사진입니다. 그리고 그 사진을 만들어 기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걸어가는 거지요. 그러니 그 사진은 우리가 만들어간 사진입니다. 그러니 전부 소중하게 의미를 가져가는 것이지요.




이 글은 지난 22년 초, 한 선생님과의 짧은 통화에서 시작된 내용입니다. 항상 불안해하고, 사람에 대한 외로움과 그리움이 있으셨던 선생님과의 대화에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볼 것을 권유하며 했던 이야기들을 정리하다 쓰게 된 글입니다.

이후 그 선생님과는 카메라와 사진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사진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지만, 이후 저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며 사진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사진에 관한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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