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한 장의 사진과 여러 가지 생각들 - 20

by 별빛바람
Leica MP, Elmarit 28/2.8 2nd, Ilford XP2 400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만, “거리사진(Street Photography)”를 찍는 걸 좋아했다. 특별한 사물이나 인물을 찍기보다, 거리를 걷다 우연히 바라보게 된 “내 느낌”을 찍는 것이 재밌기도 하고 상당히 만족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메라가 있더라고 많은 렌즈를 가지진 못했기 때문에 “거리”를 찍을 땐 표준렌즈(50mm)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표준렌즈의 장점이라면 우리의 시야와 동일하게 구성이 한다고 하는데, 화각이 가지고 있는 특징 때문에 아주 작은 사물에 한정하여 사진을 찍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큰 맘먹고 사게 된 28mm 광각렌즈는 너무나 화각이 넓었기 때문에 이 장면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고민이 될 때가 많았다. 너무 넓으니 어느 장면을 버리고 / 선택해야 하는 “고민”이 아니라 어떻게 담아야 할 것인가 라는 고민으로 확대가 된 거다.

그러다 어느 날 점심 식사를 거르고 카메라를 들고 걷게 된다. 매우 추운 날이라 무언가를 찍어야 할지 고민만 있을 때였다. 하지만 추운 날이었지만 햇살만큼은 따스하게 내리던 날이었다.

무심코 명동 성당의 모습을 한 컷 찍고, 한 참 뒤 사진을 현상하였을 때. 그때 내리쬐던 햇살이 멋지게 담긴 것을 보게 되었다. 당연히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사진이니 그 모습이 다소 부자연스럽지만, 오래된 렌즈가 만들어낸 햇살의 모습이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렇다. 우연히 만들어낸 사진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그 순간은 늘 우연의 연속이다. 아무리 준비를 하고, 대비를 한다 하더라도 우연한 상황 때문에 그 결과가 무너지는 경우도 많았다. 오랜 직장 생활을 하며, 주재원을 꿈꾸며 열심히 어학 준비도 하고 틈틈이 시간을 기다려 왔지만 우연찮은 일 하나고 그 모든 계획을 접어야 하는 상황으로 몰아갔다. 그리고 어떻게 내 커리어를 만들어야 할지 고민만 생기게 되었다.

그러다 또다시 얻게 된 우연의 기회. 그 기회로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된 건 정말 생각지도 않은 순간 때문이었다.


우리의 삶은 언제나 우연의 연속이다.

그날은 정말 사용하기 어려웠던 렌즈를 만지작 거리다 얻게 된 결과였고, 지금의 결과는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 때문에 이어지게 된 우연의 연속이다.


미처 생각지 못한 우연의 결과들이 결국은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진다 생각한다. 그 우연이 나에겐 불편한 결과가 될지라도, 한 편으로는 재밌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법이다.

물론, 난 아직도 28mm 렌즈를 잘 활용하지 못해, 그 우연의 기회를 포착하긴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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