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도로

한 장의 사진과 여러 가지 생각들 - 21

by 별빛바람
Leica MP Summicron DR 50/2.0, Ilford XP2 400

언젠가 둘째 딸 소피아와 차를 타고 가다가 있었던 일이다.


“아빠! 저기 차가 높은 지붕 위에 있어요!”


난 그저 자동차 전시장에 차를 올려놓는 경우가 있어 그런 거라 생각을 했었는데, 무심코 둘러봐도 차가 어느 지붕 위에 있는지 확인하질 못했다.


“미안… 아빠가 차를 보지 못했는데 혹시 어디에 있는지 알아? 다음에 지나가면 꼭 알려줘. “


그리고 그다음 날 또 차를 같이 타고 갈 때도 똑같이 이야길 한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차가 어디 있는지 보이질 않으니 어떤 차를 이야기하는지 도통 모를 따름이다. 혹시 장난감 자동차가 올라온 것은 아닌지? 아니면 이상한 것을 보는 건 아닌지? 점점 궁금해지기만 했다.

그다음 날도 마찬가지. “아빠! 저기 보세요! 지금 차가 막 움직여요! “ 뭐지? 하고 둘러보니 아이 눈에는 고가도로 위에 차가 있는 모습이 참 신기했던 모양이다. 아이의 눈높이에는 고가도로는 마치 지붕으로 보였고, 어떻게 차가 올라가는지 궁금해했으며, 평상시에는 차가 막혀 움직이질 않으니 지붕 위에 올라가는 듯 보였던 게 당연하다. 그러다 우연찮게 지붕 위에 움직이는 차가 보였던 거다.


“우와! 신기하다! 차가 어떻게 올라왔을까?”


소피아는 한참 고민한다. 그리고 정답을 찾았다는 듯 이야기한다.


“아마도, 헬리콥터가 차를 위로 슝! 하니 올려주었을 거야!”


분명 고가도로로 올라가는 입구와 출구가 있기 마련인데, 아이의 눈에는 고가도로의 한 부분만 보일 따름이니 이런 상상력을 자극하는 생각을 만들어주는 하나의 소재가 되는 것이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분명 해당 사물은 여러 부분의 조합으로 이루어지겠지만, 렌즈가 만들어준 프레임 안에 그 틀을 잘라서 하나의 순간으로 만든다. 그러니 우리의 눈에는 “고가도로”의 처음과 끝을 부분 부분 인지할 수 있지만, 사진은 어느 한 단면을 만들어주게 된다. 물론, 그 나머지 부분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멋진 상상력으로 채워 넣을 수 있는 장점도 분명 존재한다. 그래서 난 그런 사진의 매력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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