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사진과 여러 가지 생각들 - 22
아마 초등학교 고학년 때 까지였던 것 같다. 나의 어린 시절 우리 집은 늘 연탄과 함께였다. 집 한편에 마련되어 있는 연탄 보관 창고는 겨울만 되면 항상 100장, 200장의 연탄이 쌓여있었다. 그 연탄은 겨울에는 난방을 위해서, 여름에는 뜨거운 온수를 위해서 사용을 했으니 개수에 차이가 있을 뿐 늘 연탄 보관 창고에는 연탄이 쌓여 있었다.
당시 연탄은 동네 쌀가게에서 함께 팔았었고, 파란색 용달차가 배달을 와 몇 장씩 옮겨가며 연탄 창고에 칸칸이 쌓아두었으니, 그 연탄을 보면 항상 뿌듯해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기억난다.
물론, 연탄이 요즘 보일러처럼 항상 난방이 되는 건 아니다. 새벽에도 혹시 불이 꺼질지 몰라 연탄 불을 체크해야 하고, 혹시라도 연탄불이 꺼지면 동네 슈퍼에 가서 번개탄 한 개를 사서 연탄불을 피우기 위해 고생을 해야 했다.
연탄보일러에는 항상 두 개의 연탄을 넣어둔다. 한 장은 불이 붙어있는 연탄이었고, 또 한 장은 이제 막 새로 불을 붙여야 하는 연탄이었으니 그 연탄을 순차적으로 갈아줘 가며 연탄보일러가 잘 타오르도록 주기적으로 관리해줘야 한다. 틈틈이 배기구도 체크해 줘 가며 연탄 불이 잘 타오를 수 있도록 지켜봐 줘야 하니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니다.
그러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을 때였던가. 아버지는 큰맘 먹고 연탄보일러를 기름보일러로 교체하였다. 당연히 연탄을 갈지 않아도 되는 장점은 있으나, 보일러 기름을 사러 주유소에 가야 한다는 귀찮은 점은 늘 있었으니 약간의 편리함과 약간의 불편함이 공존하는 보일러였던 거 같다. 그래도 집 벽 한편에 보일러 온도를 조정할 수 있는 패널이 달려있는 걸 보니 어린 마음에 참 신기했던지 몇 번씩 눌러보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뒤 시간이 지나 기름보일러는 다시 가스보일러가 되고, 동네에 도시가스가 개통이 되면서 연탄을 채워야 한다는 혹은 기름을 사야 한다는 불편함은 점점 잊어버리게 된다. 당연히 눈 내릴 때 동네 아이들이 연탄재를 굴려서 눈사람을 만들고, 길이 비끄러워질까 연탄재를 부셔서 길에 뿌리는 광경도 이젠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었다.
요즘 내가 사는 집은 당연히 도시가스보일러다. 밤에 잠을 잘 때 보일러를 켜 두고, 아침에 따뜻한 온수로 씻을 수 있으니 정말 편하긴 하지만 가격은 무시 못할 정도로 많이 나오는 게 사실이다. 아무래도 도시가스 가격도 많이 오르다 보니, 그 비용이 부담되어 기름보일러로 혹은 다시 연탄보일러로 바꾸는 가정도 있다는 기사를 들었다.
서울 길거리를 걷다 보면 아직 연탄재가 쌓여 있는 짐들을 종종 발견하곤 한다. 도심지 한 복판인데도 연탄재가 쌓여있는 모습을 보면, 오래전 기억이 다시 한번 떠오를 때도 있지만, 반대로 마음 한 편이 아려오기도 한다. 분명 30여 년 전 동네에서 가장 늦게 기름보일러로 바꾸었을 때도 참 기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었는데, 아직 연탄보일러를 쓴다는 건 봄이 찾아왔어도 겨울이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연탄을 이야기하면 잘 이해하질 못한다. 그나마 여름 캠핑장에서 모닥불을 때는 모습과 비슷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연탄 하나로 추운 겨울을 보냈고 - 아직도 그 연탄으로 의지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설명해야 하는 현실이 참 아쉽기도 하다.
따뜻한 봄이 찾아왔지만, 아직은 그 연탄이 소중한 사람들은 분명 존재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