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댓국

한 장의 사진과 여러 가지 생각들 - 19

by 별빛바람
Leica MP, Summicron DR 50/2.0, Ilford XP2 400

아버지는 지겨울 정도로 순댓국을 좋아하셨다. 여행을 떠났을 때도, 혹은 급하게 밥을 먹어야 할 때도 늘 선택하는 건 순댓국이었다.

순댓국의 종류는 중요치 않았다. 머리 고기가 들어가든, 내장이 들어가든 혹은 오소리감투가 들어가든 순댓국 한 그릇이면 충분하다 생각하시곤 했다. 그리고 거기에 소주 한 잔이면 그 모든 것들을 다 잊어버리는 듯 최고의 조합이라 생각한 듯하다.

그 순댓국 사랑은 여행 때도 발휘한다. 그 어떤 곳을 찾아가더라도 늘 드시는 건 순댓국이다. 그 지역 맛집이 아닌 순댓국집을 찾는 게 무언가 숙명이라도 된 듯 늘 드시곤 했으니, 나도 언젠가부터 순댓국에 적응을 하게 된다.

출장을 떠나거나, 혼자 식사를 해야 할 때 제일 먼저 찾는 곳은 순댓국집이다. 아버지도 그렇듯 나도 그렇게 변해만 갔다. 그런 모습은 사진을 찍기 위해 문득 길을 걷는 순간도 마찬가지였다. 무언가 좀 특별한 걸 먹어야겠단 생각보단 순댓국이 우선이니 말이다.

이 날은 종로에서 시작하여 신설동 골목을 걷던 중 우연히 발견한 장소였다. 한적한 골목길에 허름한 간판이 보이던 그곳.


언젠가 아버지와 함께 소주 한 잔 하고 싶다만…

이젠 그럴 기회가 없으니 혼자 조용히 한 그릇을 뜨며 다시 길을 떠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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