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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쉬어가기 1] 카메라 하나 들고 동네 산책하기

by 별빛바람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항상" 사진을 찍을 피사체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가족들과 함께 이동할 때는 카메라를 꺼내기 조차 쉽지 않지요. 혹은 운전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멋진 풍경을 지나친다 하더라도 차를 멈춰 세우고 사진을 찍기는 쉽지 않습니다. 결국 사진을 찍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자유롭게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졌을 때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항상 가방 속에 카메라를 넣어두고 다니긴 하지만, 사진과 직접 연결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흔히들 실력 없는 사람들이 장비 탓을 한다고 했던가요? 저도 아마 그런 부류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분명 잘 찍는 분들은 어떠한 카메라를 사용하더라도 충분히 멋진 사진을 만드는 경우가 많지만, 저는 아직 그러질 못합니다. 그래서 다양한 렌즈와 카메라를 사서 테스트를 해보고, 상상을 해보곤 합니다. "혹시라도 이 카메라를 써 보면 멋진 사진이 나오지 않을까?" 그나마 제가 자주 찍는 필름 사진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필름의 특징과 렌즈의 특징이라는 두 개의 조합으로 나오기 때문에 카메라의 결과에 대해서 선택할 수 있는 조합값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혹시라도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게 된다면 "카메라의 특징"도 함께 연관이 되기 때문에 수많은 조합값으로 인해 골치 아픈 경우가 생기곤 합니다. 다행히 저는 오래전에 산 디지털카메라를 가지고 사용하기 때문에 최신 디지털카메라가 "어떤" 편리한 기술이 있는지는 아직 잘 모릅니다. 아무래도 기술이 커버할 수 있는 면이 충분히 있기는 하지만, 저는 기술보다는 "선택"을 좀 더 믿어보고 싶기 때문에 필름 카메라를 선택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필름 카메라 가격이 많이 떨어지긴 하였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클래식 필름 카메라 가격이 많이 오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추정을 하곤 했지요. 코로나 팬데믹 때 중국 자본이 넘어와서 카메라를 싹쓸이한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일부는 코로나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필름 카메라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긴 합니다. 사실 어떤 이야기가 정답인지는 모르지만, 결국은 수요가 공급을 넘어섰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Leica M3가 100만 원이 안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물론 상태는 50년이 넘은 카메라이니 그리 뛰어나진 않았습니다. M6도 150 ~ 190만 원 사이의 시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확하게 M3는 2.5배 / M6는 2배 이상의 가격으로 시세가 올랐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와 다른 모습은 100만 원 하던 시절의 M3보다 요즘 돌아다니는 M3의 상태가 더 좋다는 것입니다. 제가 추정하기론 수요와 공급의 묘한 곡선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분명 필름 카메라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많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필름 카메라의 공급은 그때나 지금이나 동일했지요. 대부분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가 장롱 속에 방치되거나 혹은 망가져서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일 테니 남아있는 카메라는 그리 많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시장에 나오는 카메라 자체의 특징이 차이가 발생했습니다. 과거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그저 팔릴 것 같은 상태의 물건들이 움직였지만, 최근 들어서 "소장"을 목적으로 구입했던 제품들이 나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제품의 가격들의 상태 때문에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즉, 수요도 늘었지만, 공급 자체가 비싼 제품들이 많이 돌아다니게 된 것이지요.

전 그리 고가의 카메라를 소장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고가의 카메라가 분명 좋은 성능을 내는 건 맞지만 그보다는 막 사용하는 카메라를 선택해서 편하게 찍는 스타일이긴 합니다. 마침 그날은 저렴한 A모드만 지원이 되는 Nikon EM 매물을 우연찮게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이 카메라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시세는 큰 차이는 없습니다. 단지 잘 나오지 않는 카메라이긴 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초보자용 카메라와 중급자용 카메라 사이에 살짝 애매한 포지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완전 자동이라 하기에는 조리개 값을 설정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수동이라 하기에는 셔터 스피드를 마음대로 설정할 수 없습니다. 그나마 장점은 사이즈가 상당히 작기 때문에 편하게 들고 다니기엔 좋은 카메라 중 하나입니다. 마침 그 카메라를 우연찮게 구입하게 되었지요.

중고 판매를 하기로 한 분은 집에서 약 30분 정도 떨어진 중곡역에서 거래를 희망하였습니다. 버스를 타거나 차를 가지러 가도 상관없지만, 이 날 만큼은 한 번 마음 편하게 걸어가 보고 싶었습니다. 결혼하고 첫 신혼집이 중곡동이기도 했으니, 10년 넘게 지난 그 시점에 얼마큼 동네가 바뀌었는지도 궁금하기도 하였지요. 분명 많은 부분이 변했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마침 그날 카메라를 들고 가며 거리를 걷다 보니 그 당시의 기억이 새롭게 떠오르곤 했습니다. 분명 중고 거래 때문에 걷던 길이었지만, 신혼 초 항상 걸어 다니던 그 길에 대한 기억이 다시 한번 떠오르게 됩니다. 분명 그 당시의 추억과 지금 바라보는 순간과는 차이가 있겠지요. 하지만 사진을 통해서 그 서로의 간극을 줄어들게 만들어줍니다. 아마 사진을 찍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한 동안 지나가지 않았을 그곳이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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