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아홉번째 사진과 글 한 덩이
언젠가 한창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던 논쟁이 있었다. 그 논쟁이 언제부터 나오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주된 내용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시 "MF"(수동 촛점)으로 찍는 것이 "AF"(자동 촛점)으로 찍는 것 보다 사진 품질이 더 좋다는 내용이다. 이와 동일하게 사진의 감도인 ISO도 자동으로 할 경우 수동으로 ISO를 설정한 것 대비 사진 품질이 떨어진다는 내용도 또 하나의 괴담 중 하나였다. 그러니 카메라의 모드 조차 P(자동)이냐? A(조리개 우선)이냐? 혹은 S(셔터 스피드 우선)이냐? 그것도 아니면 M(완전 수동)이냐?에 대한 논쟁도 그 중 하나로 발전한다. 그러다 보니, 전문 사진작가라 칭하는 사람들에게서 사진을 배운 사람들은 아무리 좋은 카메라를 들고 있더라도 MF 모드에 ISO는 100, 그리고 조리개와 셔터스피드를 수동으로 조정하는 M모드로 설정을 하여 사진을 찍는 사진 애호가들을 한 번씩 만나곤 했다.
난 그 논쟁에 대해서는 이야기 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과거 MF 혹은 AF의 논쟁이 나온것은 카메라 모드 자체의 설정이 아닌 아무래도 자동 카메라 자체가 소형 혹은 가정용 카메라였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지, 요즘은 그런 의미 조차도 사라질 정도로 카메라의 성능이 상향 평준화 되었기 때문에 그런 논쟁에 대한 의미 조차 사라져버렸다. 당연히 조금 더 기능이 있나? 없나?의 차이일 뿐, 근본적으로 카메라의 성능은 전부 다 비슷한 수준에 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전문 사진가 집단의 권위 의식 때문일까? 그들은 말도 안되는 괴담을 만들어 내며 자신들과 사진 애호가들의 거리를 점점 멀어지게 하고 있다.
언젠가 모 지역의 사진가 협회 가입 요건을 본 적이 있었다. 그들의 가입 요건은 등단을 해야하며, ***. 사진과 협회가 주관하는 사진가 자격 인증을 거쳐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사진을 정말 자랑 하듯 찍어 올렸는데 그 사진 자체는 너무나 천편일률적인 꽃 사진에 대한 접사 혹은 어느 산의 멋진 풍경들 뿐이었다. 그리고 장비 자랑이라도 하듯 최신 기종의 고가 렌즈들. 그리고 자신의 사진의 ISO부터 시작하여 조리개와 셔터 스피드 까지 자랑 하듯 기록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심지어 그 사진이 전시된 공간은 동네 주민들이 등산을 하는 등산로 입구였으니, "우리는 너희들과는 다른 멋진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야." 라는 것을 과시 하는 듯 보여주었다. 그리고 한 켠에 올려둔 사진가 협회의 단체 사진은 이미 머리가 백발인 노인들의 친목 모임인 듯 했다.
난 나이든 사람들의 권위 의식에 대해 논쟁을 벌일 생각은 없다. 하지만, 권위라는 이름을 가지고 만들어낸 "하나의 괴담"을 유포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분명 경계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들의 사진 문법에는 여전히 3분할 구도 안에서 어떤 구도가 안정적인지? 수평은 맞춰야 하는지? 등에 대해 열심히 논의 하며 토의 하는 듯한 사진들을 남기며 "매우 안정되고", "정제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하나의 미덕이라 생각했으리라. 그런 결과 아기 새의 역동적인 모습과 구도를 잡기 위해 순간 접착제로 고정을 하는 폭력 조차 예술의 이름아래 포장이 되었으니 말이다.
이 세상의 좋은 사진과 나쁜 사진의 구분은 무엇일까? 단지 안정되고, 사진의 문법에 맞게 정제되어야지만 좋은 사진이라 할 수 있을까? 아니면 평론가들의 인정을 받아야만 좋은 사진이라 할 수 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최소한 사진 협회의 권위를 받아야 하는 것일까?
이번 브런치는 사실 생각에 대한 글 모음이었고, 사진은 하나의 부차적인 모음이었다.
그리고 내가 길을 걷는 그 순간,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을 사진으로 담으며 그에 대해 나의 생각을 정리 해 보는 것이 하나의 목표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글을 열심히 적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언젠가 길을 걸으며 남긴 사진들.
그 사진들에 대한 글은 점차 확장이 되리라 생각한다.
세상에 좋은 사진, 나쁜 사진은 없다.
단지 생각할 수 있는 사진과 그러지 못한 사진만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