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서는 신혼여행 이후로 첫 해외여행을 떠났던 곳이기도 하다.
요즘이야 군 입대를 안 하더라도 약간의 서류작업만 있으면 해외여행을 손 쉽게 할 수 있지만, 내가 대학을 다니던 20여년 전만 하더라도 여권 하나 발급하기 쉽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나마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몇 명의 신원 보증인이 필요하며, 그 나마 그 여권도 단수 여권만 가능했으니 군 전역을 하지 않는 이상은 해외여행이 불가능하다고 봐야 했다. 아마 대학 졸업 후 장교 복무를 하기로 마음을 굳혔던 나에게, 20대의 해외여행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참 재밌는 아이러니일까? 이 여행 이후로, 나는 회사 생활을 하며 여러 대륙을 누비는 생활을 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생활을 하며 Bahasa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며, 브라질의 고이아니아 거리를 걸을 수 있게 된 것도 이 날의 시작이 가장 큰 영향이었다 생각이 든다. 물론 챌리나는 이미 나보다 홍콩을 수 차례 더 여행을 갔기 때문에 너무나 익숙하고, 우리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중요한 공간이었을 것이다.
스텔라에게도 홍콩은 태어나서 첫 해외여행이며, TV에서만 보았던 디즈니의 신기한 캐릭터들을 눈 앞에서 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것 때문이었을까? 스텔라는 디즈니랜드 입구에서 저 멀리 보이는 미키마우스를 보고 흥분해서 엄마와 아빠의 손을 놓치고 무작정 뛰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나와 챌리나는 그런 스텔라를 찾기위해 가슴이 철렁이던 순간이었다.
소피아에게 있어서도 홍콩은 처음이지만, 든든한 언니와 엄마 아빠가 함께 하는 여행이고, 도쿄 디즈니랜드 이후로 또 한 번의 여행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것만큼 행복한 순간은 없으리란 생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홍콩은 나와 같이 80년대 - 90년대의 어린시절을 보낸 세대 입장에선 문화의 동경이 앞선 곳이었단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버지 세대가 홍콩의 무협 영화에 심취해 있었으며, 나와 같은 세대는 주윤발의 "영웅본색" 혹은 성룡의 코믹 액션 영화에 열광하던 시기였으니 말이다. 아니면 이연걸이 변발을 한 황비홍을 따라하던 세대. 혹은 영환도사가 되어 술래가 된 강시의 이마에 부적을 붙이던 세대. 홍콩은 이미 문화적으로 그리고 추억으로 항상 많은 것들을 안겨준 곳이다.
그러나 이젠 아이들의 세대에서 홍콩은 그저 디즈니랜드가 있는 곳.
어쩌다 한 번 들르는 그런 곳이 홍콩이었다.
그런 곳에서 우리는 다시 홍콩을 가기로 마음 먹었다.
분주한 움직임속에 각자 필요한 준비들을 했다. 난 당연히 카메라와 필름을 챙겼으며, 아이들은 비행기에서 혹은 호텔에서 가지고 놀 장난감과 책을 챙겼다. 그리고 당연히 요즘 아이들의 필수인 태블릿 PC에 페파피그와 같은 애니메이션을 다운 받는 것 또한 빠질 수 없는 일이었다. 이제 스텔라는 조금 큰 모양인지, 핸드폰에 해리포터를 다운 받아달라 했다. 이미 몇 년전에 스텔라를 보여주기 위해 애플TV+에서 구입한 해리포터 시리즈는 수십번을 더 시청한 터였다.
그 외 준비물들.
아토피가 있는 스텔라를 위해 챙긴 항히스타민제와 연고들.
음식이 입에 안 맞을 수 있어 소피아를 위해 준비한 바삭한 김과 물통.
호텔의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기 위해 입을 수영복.
그리고 사진을 정리하기 위한 노트북.
각자 3시간 동안의 비행시간 동안 보게 될 책과 음악들은 덤이었다.
오후 3시 비행기였기 때문에 이전 처럼 아침 일찍 일어날 수고는 없지만, 그래도 공항에서 식사도 하고 이런 저런 준비도 해야 했기 때문에 우리는 10시가 좀 넘은 시각에 출발을 했다. 마침 황금 연휴였던 지라,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길을 차가 좀 막히던 시간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2시간이 안된 시간에 공항에 도착했고, 서둘러 발권과 수화물을 보낸터라 마음 편하게 공항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아직 매운 음식을 먹지 못하는 아이들인지라 주위를 둘러보다 쌀국수집에 들러 식사를 하기로 했다. 황금연휴라 그런지 줄을 서야 하긴 했지만 간단히 식사를 하고 게이트까지 무사히 들어갈 수 있었다.
비행시간은 3시간 30분 정도였다. 당연히 기내식이 나왓지만 스텔라와 소피아는 기내식에 포함된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이 더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항상 저가항공만 타다, 기내식과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에 놀란 모양인지 열심히 화면을 터치하며, 어떤게 재밌는지 찾아보며 신기해 했다. 소피아는 당연히 페파피그를 찾아 해드셋을 끼고 시청을 했다.
나는 아직 일이 마무리가 안 되었던지라, 챙겨온 노트북을 가지고 프로젝트 관련 자료를 정리하며 3시간 30분이란 시간을 보냈다. 캐세이퍼시픽의 자리가 넉넉했던지라 편하게 비행을 할 수 있었고, 마음 편하게 하이네켄 한잔을 하며 3시간 30분의 비행시간을 보내며 오후 6시가 넘은 시각 홍콩에 도착을 했다.
편한 비행을 마치고 홍콩에 막 도착했을 때, 우리는 수화물을 찾고 - 호텔까지 가야하는 마지막 절차가 남아있었다. 아무래도 한국처럼 빨리빨리 수화물을 내리는 시스템이 아니다 보니, 우리는 시간을 갖고 기다려야 했고 수화물과 유모차를 찾게 되니 저녁 7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근처 편의점에서 컵라면 몇개와 물을 사고, 근처 제과점에서 샌드위치 하나를 산다. 혹시 호텔에서 저녁식사를 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단한 준비를 마치고 이제 호텔로 이동을 할 준비를 한다. 디즈니랜드 리조트 내 있는 디즈니랜드 헐리우드 호텔. 이전엔 공항철도를 타고 움직였지만, 이제 인원이 4명이나 되었으니 택시가 좀 더 효율적이었다.
약 30분 정도 이동을 하였을까? 이제 막 도착한 호텔. 이제 홍콩 여행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