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못 보았으면 아싸였던 시절

스티븐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

by 별빛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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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에 대한 리뷰는 이미 질릴대로 질린 "쥬라기 공원"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려는 것은 아니다. 1993년 당시 "쥬라기 공원"은 반드시 봐야 할 영화였으며, 시대의 아이콘이었고, 거대한 스크린에 이질감 없는 공룡이 눈 앞에 펼쳐지는 눈부신 순간을 잊을 수 없는 지금 시절의 40대 이상의 중년들을 위한 글이었다.


당시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무렵. 내가 사는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는 극장이 하나 있었으니, 중랑교와 서울우유 본사 옆에 있는 새서울 극장이었다. 정식 개봉관은 아니었으나, 경동시장 부근 오스카 극장번 영화에 대한 리뷰는 이미 질릴대로 질린 "쥬라기 공원"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려는 것은 아니다. 1993년 당시 "쥬라기 공원"은 반드시 봐야 할 영화였으며, 시대의 아이콘이었고, 거대한 스크린에 이질감 없는 공룡이 눈 앞에 펼쳐지는 눈부신 순간을 잊을 수 없는 지금 시절의 40대 이상의 중년들을 위한 글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

내가 사는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는 극장이 하나 있었으니, 중랑교와 서울우유 본사 옆에 있는 새서울 극장이었다. 정식 개봉관은 아니었으나, 경동시장 부근 오스카 극장과 청량리 역광장 인근에 있던 동일극장. 그리고 동시 상영과 야릇한 영화를 틀어주던 3류 동시 상영관들이 즐비하던 시절이었지만, 새서울 극장은 중랑구에 유일했던 재개봉관이었다. 재개봉관이라면 1류 극장에서 먼저 영화를 틀어준 뒤, 그 필름을 받아 다시 틀어주는 극장이었으니 당연히 필름의 상태는 그리 좋을 리 없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필름 영사기로 영화를 상영하던 시기였으니, 상영을 하는 그 순간부터 필름에 스크래치가 발생할 수 밖에 없었고 - 영사기에 필름이 걸리게 되면 영사기사들이 그 컷을 한 컷씩 잘라가며 영화가 자연스럽게 상영이 되도록 조정을 했다. (당연히 3류 동시 상영관으로 가면 필름 상태는 말이 아닐 정도로 처참해져 영화 중간이 날라가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요즘은 대부분(아니 100%) 디지털 상영이니, 필름 상영을 하는 극장의 매력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나의 경험상으로도 마지막으로 본 필름 상영 영화가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보았을때 였다. 그때는 마침 IMAX로 관람을 한 뒤, 필름으로 어떻게 영화가 상영이 되는지 궁금했던 터라 개봉 후 약 3개월이 지난 시점에 대한극장에 방문하여 관람을 했던 기억이 난다. 당연히 필름 영사기로 상영을 하니 시간의 흔적과 영사기로 인해 발생한 스크래치, 필름의 상태에 따라 시간이 지날 수록 영화의 화질 상태는 처참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 그 시절의 새서울 극장은 이미 1류 상영관에서 한 차례 상영이 끝난 필름을 받아 중랑구 시민들을 대상으로 영화를 상영하던 극장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하교를 하면 개봉하는 영화의 포스터가 여기 저기 벽보로 붙어있는 경우를 자주 보곤 했다. 영화 "양들의 침묵"의 나방의 포스터는 어떠한 시체나 잔인한 장면이 없었음에도 지나가기만 해도 무서워서 덜덜 떨던 시절이었고, 3류 동시상영관의 포스터 중 하나였던 "애마부인 XX탄"은 그저 제목만 보더라도 야릇한 느낌이 들던 그 시절이었다.

그 시절은 영화의 예매라는 시스템 마저 없었다. 무작정 극장에 찾아가 매표소에 가서 표를 산 뒤 시간이 맞으면 영화가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관람할 수 있었고, 그렇지 않다면 영화 중간부터 관람을 하다 시작하는 영화를 다시 보며 두 번 / 세 번 보던 그런 시절이었다. 그리고 영화관 로비에서 틀어주던 출처불명의 영화는 어디서 복사해온 비디오 테이프인지 생전 처음 보는 영화를 틀어주던 그런 시절이었다. 당연히 극장 안은 묘한 냄새가 퍼졌으니 그 시절에만 경험할 수 있는 극장의 매력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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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날 극장 앞에 어마어마한 줄을 보게 된다. 몇명이 서 있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수 많은 사람들이 극장 앞에 줄을 서 있었는데, 그때 내가 봤던 새서울 극장의 간판은 검은색 바탕에 공룡의 뼈가 그려진 "쥬라기 공원"이라는 간판이었다. 그 시절의 "쥬라기 공원"은 요즘의 최첨단 CG를 능가하는 화면의 연출만으로도 충격의 연속이었으며, 영화를 한 편보기 위해 몇 시간을 기다리던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그 극장 앞에서 암표라도 사서 봐야지만 인싸가 되었던 그 시절의 풍경이기도 했다.

당시 "쥬라기 공원"의 예고편은 특별한 것이 없었다. 극장의 스피커에서 쿵! 쿵! 거리는 소리에 물잔의 물이 흔들리는 그 장면 하나가 고작이었다. 그리고 우리들은 머릿속에서 공룡이 어떻게 나타났을지 상상을 했다. 아마 작은 찰흙인형을 카메라에 담은 뒤, 또 다른 필름에 사람이 놀라는 장면을 찍었을거라는 생각. 혹은 거대한 인형의 탈을 쓰고 도망가는 모습을 보였을거라는 생각 등등 공룡이 나와봐야 별 거 아닐꺼란 생각으로 큰 기대를 품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 "쥬라기 공원"을 본 사람들은 깜짝 놀라게 된다. 영화의 첫 장면이 별 내용 아닌 듯 화석을 발굴하는 장면이었다면, 이슬라 누블라에 도착한 이후 화면 가득 매운 브라키오 사우르스의 모습은 전율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당시 "쥬라기 공원"은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었다. 한 극장은 수익을 늘리고자 100명이 넘는 인원을 관람객으로 받게 되어 지탄을 받으며 기사화 되기도 했다. 그리고 당시 이 영화가 개봉된 시점이 막 학생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되던 시기였다 보니, 왠만한 학생들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극장에서 본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 하나의 트랜드였다. 그러니 개학을 한 그 순간 아이들은 학교에서 삼삼오오 모여 "쥬라기 공원"에 대한 이야기라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당연히 내가 다니던 면목 초등학교의 아이들은 동부 시장 끝. 그리고 중랑교 입구에 있던 새서울 극장에서 "쥬라기 공원"을 관람하였으며, 영화가 끝나면 동부시장에서 가족들과 간단한 외식을 하는 것이 방학 중 일과였다. 물론 대부분은 동부시장 중반부 쯤 있었던 곱창 골목에서 야채 곱장 볶음을 먹었으며, 아버지들은 그 곱창에 소주 한 잔을 하는 것이 영화 관람의 마무리였으며 어느 집이든 다 비슷한 마무리였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영화를 관람한 이후 우리의 추억은 영화에 대한 기억으로 마무리 되는 것이 아니었다. 아니 더 많은 기억을 남기기 위해 다양한 굿즈와 상품들로 채워지곤 하였다. 티셔츠와 운동화 뿐만 아니라 필통에 그려져 있던 "쥬라기 공원"의 엠블럼. 그것들로 다시 한 번 영화에 대한 기억으로 되세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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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도 영화에 대한 굿즈 소비는 일상이었다.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은 아이스바에 까지 그려졌으며, 당연히 아티스 운동화에도 "배트맨"이나 "쥬라기 공원"이 그려졌다. 물론 동네 문방구에도 조잡한 퀄리티이긴 하지만 영화의 내용을 담은 스티커나 굿즈들을 판매하곤 했다. 당연히 우리는 그 제품들을 소비하였지만, 그 소비가 수집으로 까진 발전하지 않았으니 또 한 순간의 추억일지도 모른다.

당시 새서울 극장은 재개봉관이고, 영화 "쥬라기 공원"이 실제 개봉했을 때 보다 한 텀 늦게 개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동부시장 입구까지 늘어서던 극장의 긴 대기 행렬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당연히 요즘은 어플을 통해 영화를 예매하거나 - 혹은 극장조차 방문하지 않으니 그런 모습이 있다는 것은 또 한번의 추억이 되었다. 아니 추억이라기 보다는 이제는 바라볼 수 없는 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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