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레이드러너" 이야기
저주 받은 걸작이라 불리기도 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는 개봉한 그 순간 처참하게 망해버렸다. 심지어 원래 감독이 의도했던 영화가 너무 어둡고 난해하다 생각했던 모양진이, 제작사에서는 해리슨 포드에게 직접 나레이션을 맡겨 녹음을 시켰으나, 오히려 그 나레이션 마저 영화를 더욱 난해하게 만들어버린다. 당시만 하더라도 SF 영화는 활기찬 미래와 함께 최신 기술이 접목된 희망찬 환상을 보여주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지만,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미래는 그저 암울하고 우울하기만 했다.
그저 2019년의 로스엔젤레스라는 배경만 설명할 뿐. 영화는 왜 이렇게 어둡고 우중충한 미래가 되었는지 설명하지를 않는다. 그저 넥서스-6라는 안드로이드가 반란을 일으켜 지구로 잠입했으며, 그런 레플리칸트를 처단하는 존재인 "블레이드 러너"가 활약한다는 내용으로 영화를 시작할 뿐이다. 그리고 첫 장면부터 커다란 눈과 플레어들 그리고 커다란 전광판이 펼쳐지며 "이게 정말 미래의 모습인가?"라는 의문속에서 영화는 시작할 뿐이다.
이미 많은 평론가들이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 대한 분석을 많이 했으니, 이 글은 그 내용에 대한 동어반복을 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여러 논문을 통해 학문적인 분석까지 마무리된 영화이기 때문에 굳이 이 영화에 대한 의도를 분석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장면 장면을 보여주며, 이 영화에 리뷰를 보여주기에는 너무나도 오래된 영화이기 때문에, 이 영화에 흥미를 갖고 볼 사람이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만큼은 꼭 이야기 해 보고 싶은게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사람과 레플리칸트를 구분하는 요소였다. 그것은 바로 "기억"이며 "추억"이다. 영화의 첫 사직을 보면 "보이트 - 캄프 테스트"라는 무언가 난해한 테스트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보이트 - 캄프 테스트의 과학적 논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자신은 없지만, 해당 테스트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하자면, 본 테스트는 여러 의미 없고 연결되지 않는 질문을 수 차례 반복한다. 그러면 피시험자는 해당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며 시험자는 그의 동공의 움직임이나 뇌파의 움직임등을 체크하여 "기억"이나 "추억"이 존재하는지를 체크한다. 즉, 사람은 살아가면서 얻어지는 모든 감정과 행동의 결과는 결국 "기억"에 의해 나타난 것이라는 것이 주된 핵심이다.
레플리칸트는 수명이 고작 6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마저도 인류가 행하기 힘든 일을 대신해야 하기 때문에, 레플리칸트는 빠른 시간 동안 성장을 하여 위험한 일을 행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였다. 따라서 그 존재가 어떠한 "기억"이나 "추억"이 있었을지 만무하다.
예를 들어 질문을 하나 해보다.
어느날 남편이 음란 잡지(흔히 이야기 하는 "플레이 보이"와 같은 잡지를 상상해 보자)를 보고 있다. 그때 그 음란 잡지에 나와 있는 한 여성을 뚫어지게 처다본다. 그 여성은 나보다 가슴도 크며, 음부도 가리지 않았으며, 외모도 상당히 미인이었다. 그때 어떻게 할 것인가?
실제 영화에 나오는 장면이다. 이 질문에 대해 정답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그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요구할 뿐이다. 물론, 그 답은 자신의 "기억"이나 "추억"에 의해 만들어진 감정의 결과물이 일반적이냐? 혹은 일반적이지 않냐를 분석할 뿐이다. 만약 이 질문을 듣는 여성이 레즈비언이라면 자신도 그 여성을 바라보며 흥분했을거라고 답을 했을거다. 반대로 그 여성이 질투가 많고, 자신의 실제 남편이 바람을 피운 경험이 있다면 분노를 하며 폭력을 행사한다고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이는 인간으로서 지극히 일반적인 정답이다. 하지만, 그 반대의 답이 나온다면 그는 레플리컨트 였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참 이쁜 여성이네요. 소개시켜줄까요?"라는 답변을 한다면 말이다. (영화상 여주인공인 레이첼은 이 질문을 들었을 때 상당히 불쾌해 하며 테스트를 마무리 하는 것으로 종료되었다.)
즉, 우리가 어떠한 상황에서 행동을 하는 그 모든 것들은 우리의 "기억"이나 "추억"에 의해서 좌우되며, 그러한 기억의 유무를 파악하는 것이 본 테스트의 주된 목적이었다. 그러니 이 영화는 인간과 레플리컨트를 구분하는 기준을 만들어서 인간과는 다른 존재를 쫓는 블레이드 러너의 모습을 찾고자 했다. 하지만, 한가지 의문이 남는다. 마지막 레플리컨트의 리더였던 로이는 자신의 기억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점점 죽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니 6년이라는 기간 동안 레플리칸트 역시 자신의 "기억"을 남겨왔으니 그것이 인간과 다른 존재에 대한 구분을 하는 척도라는 것을 이야기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부분은 창작물의 한계라 생각하고 우선은 넘어가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 레플리칸트의 끝없는 집착을 보여주는 것이 있으니 그건 다름 아닌 사진이다. 자신의 추억과 기억을 공유할 수 없기 때문에, 레플리칸트는 사진이라는 존재에 집착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을 통해 자신이 남은 짧은 시간 동안의 기억을 어떻게든 남기고자 하고 있으며, 그 사진을 통해 자신의 기억과 추억을 증명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저 우리가 바라보며 느꼈던 것들이 왜곡에 의해 조금씩 변해갔던 추억과 다르게 그들은 인간이 아닌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이 되고자 억지로 추억을 남기며 가져가고자 하는 집착을 보여준 것이다.
원작인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에서는 기억 마저 왜곡되는 레플리칸트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은 그저 자신이 경찰이라 믿고 있으며, 자신들이 모여서 경찰서를 만들어서 경찰인 듯 착각을 하며 행동하는 모습조차 보여준다. 즉, 기억 자체도 왜곡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좀 더 강종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