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0년쯤 전인가? 언젠가 먼 지인과 이야길 한 적이 있다. 그땐 결혼을 한 지 얼마 안 된 때라 신혼여행 때 사용하려고 주문한 Canon EOS 60D와 EF 35/2.0과 85/1.8 렌즈 그리고 번들 렌즈 하나를 막 들고 있을 때였다. 그리고 군 시절 퇴직금 털어 산 Leica X1이 있었지만, 카메라의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지 못해 자주 들고 다니지 못했을 때였다. 그 지인과 소주 한 잔을 걸치며 이야길 했다. 당연히, 신혼여행을 갔다 와 결혼을 축하해주어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덕담도 듣고, 다양한 이야길 들던 터였다.
그 지인과 한참 이야길 하다가, 일반 카메라로 달 분화구를 찍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길 한 적이 있었다. 결론은 가능하다였다. 그때 당시, 소니의 똑딱이 카메라로 광학줌과 디지털 줌 등 다양한 성능을 발휘하여 200배 줌으로 달 분화구를 찍었다는 걸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 지인은 한 마디로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이야기한다. 800만 화소짜리 30만 원도 안 되는 카메라가 가능하냐? 이 정도 찍으려면 라이카는 되어야 찍지 않겠냐 이야길 한다. 사실 싸울 생각이 없어 내가 잘못 안거 같다 하고 자리를 피한 적이 있다.
결론부터 이야길 하자면, 이 세상에 좋은 카메라와 나쁜 카메라는 없다. 그냥 내가 마음에 들고 내가 찍고자 하는 사진을 충분히 잘 표현한다면 충분히 좋은 카메라라고 할 수 있다. 단지, 브랜드 - 렌즈 - 화각의 차이, 만약 필름 카메라라면 필름의 질감, 디지털카메라라면 각 회사만의 고유 소프트웨어 특성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카메라의 본질은 내가 본 현재의 순간을 2차원의 공간으로 담아내기 위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결론에 도달하기에 앞서, 과연 내 카메라는 어떤 카메라를 써야 하는가?라는 결론을 내기 위해서는 각자의 용도에 맞게 카메라를 결정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아래의 내용은 전문가로서가 아닌, 사진을 좋아하고 카메라를 좋아하는 애호가로서 글을 쓰는 것이니 그냥 재미로 봐주었으면 한다. 당연히, 이는 필자의 생각일 뿐이다.
1. 가족사진을 찍고 싶다면?
당연히 아버지 때부터, 혹은 할아버지 때부터 카메라의 용도는 가족사진이었다. 시골집 장롱을 한 번 뒤져보자. 그러면 분명 할아버지 혹은 아버지가 가보처럼 여기던 오래된 필름 카메라가 있을 확률이 높다. 이 당시 카메라가 어떤 카메라였을지 고민을 해 보면, 80년대 라면 거의 대부분이 Nikon FM2 / Nikkor 50/1.8 렌즈가 물려있을 확률이 높다. 이 당시는 아남에서 부속만 수입해 조립을 하였으니, 어른들은 아남 카메라라 이야길 하였을 확률이 높다. 혹은 Minolta의 X-300이나 X-700이었을 확률도 높다. 필자의 이모부 댁 장롱에는 Minolta의 하이메 틱 카메라가 있었다. 당연히 30년도 더 넘어 발견한 카메라였지만, 건전지 누액이 흘러내려 부식이 되었고, 렌즈도 곰팡이 끼어 수리를 해도 조리개가 조정되지 않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럼 이 당시 카메라는 왜 장롱 속에만 있었을까? 결론부터 이야길 하자면, 카메라가 사용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Nikon FM2는 지금도 사용이 가능할 정도로 기계적 완성도가 훌륭한 카메라다. Minolta X-300이나 X-700은 조리개 우선 모드(A모드)가 있어 사용하기에 편리한 카메라다. 마찬가지로 하이메 틱은 조리개와 셔터스피드까지 다 조정이 가능한 카메라다. 하지만, 여기에 이야기하는 카메라들. 그 외 다른 카메라들도 충분히 이야기 하지만 장롱 속으로 들어갈 운명이었다. 왜냐고? 사용방법이 어렵기 때문이다. Nikon FM2는 조리개를 조정하고, 셔터스피드를 맞추고, 초점을 맞추는 순간 우리 아이들의 모습은 이미 사라진 후다. X-300이나 X-700은 그나마 셔터스피드를 맞추는 시간이 단축되긴 하지만, 마찬가지로 한 단계 차이일 뿐 촬영에 제한이 있었다. 하이메 틱은 거기에 한 술 더 떠 RF 카메라다. 이중 합치를 활용해야 하니 사진을 찍을 때마다 초점이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요즘의 사진을 한 번 보자. 스마트폰으로 셔터만 누르면 알아서 초점을 잡아준다. 그리고 최적의 노출을 계산하여 조리개 값과 셔터 값을 맞춰준다. 정말 고민할 필요 없다. 우리의 인지능력이 해야 할 활동은 단 하나일 뿐이다. 이 장면을 찍을까? 말까? 장인어른의 장롱에는 오래된 Canon의 오토 보이 카메라가 있었다. 이 카메라는 자동 초점 - 자동 조리개 - 자동 셔터스피드를 가지고 있는 속된 말로 100% 자동카메라였다. 크기도 작아 와이프의 초등학교 입학식 때부터 시작해 대학교 졸업을 할 때까지 항상 함께 다녔던 카메라라 한다. 내가 카메라를 받아서 몇 번 조작을 해 보니, 랜즈 커버가 닫히지 않아 수리를 해야 할 뿐이지 그 외는 충분히 작동 잘 되는 카메라였다. 가죽은 카메라를 너무 자주 사용해 번들거릴 정도였다. 그만큼 가족들과 함께 했던 카메라란 뜻이다.
결론부터 이야길 하자면, 꼭 좋은 카메라가 가족들의 사진을 좋게 만들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작고 가벼운 카메라. 그리고 웬만하면 모든 기능이 자동인 카메라라면 충분히 가족사진을 멋지게 찍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한 가지 단점은 존재한다. 아이들은 언제나 정적이지 않다. 항상 뛰어다니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모든 사진이 심령사진이 될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선택을 해야 할 사항은 조리개 값이 작을수록 원하는 아이들의 역동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되도록이면 F 값이 2.8 이하일 경우에는 야외에서도 확실히 역동적인 사진이 나온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번들 렌즈는 3.5 ~ 5.6 가변 조리개를 사용하기 때문에 실내에서 찍을 경우 심령사진이 나올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2.8 이하 렌즈, 특히 2.0 이하 렌즈를 비싸게 살 필요는 없다. 시그마나 탐론과 같이 저렴한 렌즈도 충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족사진을 찍기 위한 카메라의 결론은 단 두 가지다. 1) 모든 기능이 자동이 되어 신속하게 찍을 수 있어야 한다. 2) 이왕이면 조리개 값이 작은 밝은 렌즈를 사용해라.
2. 꼭 비싼 카메라가 답인 가요?
처음부터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비싸다고 좋은 카메라는 아니다. 적당한 가격에도 충분한 효과를 내는 카메라도 있다. 물론 카메라의 성능이 100%는 아니더라도 일정 부분 발휘를 하는 건 사실이다. 각 카메라 회사의 고유의 소프트웨어 값이 있기 때문이다. 색감을 처리하는 방식, 소프트웨어를 통한 사진을 표현하는 방식이 각자 고유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비싼 카메라가 좋은 프로그램을 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저렴한 일반 취미용 카메라들이 좋은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요즘은 단종된 Sony의 Nex-3나 5 시리즈의 경우에는 토이 / 미니어처 효과가 있다. 요 효과를 사용하면 상당히 재밌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풍경 사진을 찍을 때 상당히 효과적이다.
하지만 필자가 처음 라이카 바디를 샀을 때 이야기다. M Body 중 저가형인 M-E(typ240)은 아무리 저가라 하더라도 라이카 바디 중 저가일 뿐이지, 그래도 500만 원 가까이하는 가격이었다. 이 카메라를 사고 나서 첫 느낌은 어땠을까? 정말 아무 기능 없었다. 렌즈도 수동, 그 흔한 AF와 손떨림 방지도 없었다. 물론, 이러한 수동 기능이 좋아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지만, 필자는 그 수동 기능에 의미가 있는가?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카메라를 사용하는 작가(혹은 카메라 소유자)의 구도와 느낌이 중요한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카메라라고 하더라도 그 카메라를 100% 활용하지 못한다면 엉뚱한 사진이 나오겠지만, 아무리 저렴한 카메라라 하더라도 충분히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코미디언 박명수는 스마트폰만 가지고도 충분히 멋진 연출과 구도를 활용하여 최고의 사진을 만들어낸다. 사실 사진이라는 것은 자신이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2차원적 표현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어떤 카메라를 사용하더라도 상관없다. 그냥 내가 사랑하는 카메라. 내 손에 익숙한 카메라면 충분히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결론은 뭘까? 그냥 내가 쓰는 카메라가 최고의 카메라다.
3. 사진은 누가 찍는 건가요?
필자는 9살 딸내미에게 소니 Nex-3n 중고를 어린이날 선물로 사줬다. 그 전에는 필자가 몇 년간 사용하던 낡은 카메라 Leica X1을 쥐어줬다. 둘째는 언니의 카메라를 장난감처럼 사용한다. 그 사진이 충분히 멋진 사진을 만들어낼까? 당연하지만, 내가 찍는 사진보다 더 멋진 사진이 나올 때가 많다. 난 그저 카메라가 좋고, 그 메커니즘이 좋을 뿐이지 사진이 좋다 하더라도 잘 찍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히 사진을 찍고 싶다면 먼저 용기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항상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자. 그리고 내가 바라보는 모든 것을 다양한 구도에서 찍어보자. 굳이 전문 사진가에게 맡길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전문 사진가는 자신의 머릿속에 넣어둔 표준 구도를 어떻게 섞어가며 표현할 뿐이다. 우리가 찍는 사진은 더욱 자연스럽다.
물론 사진을 찍고, 전문적으로 배우고 대학의 학위로 전공을 딴 사람들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필자의 말을 들으면 화가 날지 모른다. 실제로 모 동호회의 경우에는 사진의 구도와 색감, 해상도만 가지고서 사진을 판단하기로 한다. 얼마 전 L모사의 사진 클래스를 들어본 적이 있는데, 아카데미 강사도 첫 이야기가 해상도와 색수차만 가지고 사진을 평가했다. 사실 그들의 입장에선 그런 이야기밖에 할 수 없을지 모른다. 옳은 사진과 나쁜 사진이 어디 있을까? 단지 조금 부족한 사진과 좀 더 과한 사진 그리고 충분한 사진만 있을 뿐이다. 단지, 그 사진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감동할 수 있다면 더욱 훌륭한 사진이지만 적은 사람이 감동한다고 해서 훌륭하지 않은 사진이라 할 수는 없는 게 아닌가?
이 부분의 결론은 딱 하나다. "용기를 갖자!"
세상의 생각은 너무나 다양하다. 당연히 사진을 찍을 때 1회용 카메라로 찍을 수도 있고, 스마트폰으로 찍을 수도 있다. 그 사진을 통해 충분히 감동을 받고 - 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작업이다. 장롱 속에 잠자는 카메라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들고나가자. 그리고 용기를 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