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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만 사용하여 여행 떠나기

마음을 먹었으면 시작합시다.

by 별빛바람

여행이란 보기 힘든 곳을 가는 것이라 할 수 있지만, 반대로 꼭 보고 싶었던 공간을 찾아가 보는 것도 의미가 있는 행위다. 당연히 집 밖을 벗어나기 힘든 사람이라면 단돈 1달러(지하철 요금 1250원)만으로도 멋진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당연히 그 여행의 목적지는 TV에서도 나오고, 모두들 흔히 보았을 그곳이지만 말이다. 당연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1달러라기 보단, 여행을 떠나겠단 "용기" 그뿐이면 된다.


당연하지만, 지하철 1호선 동묘역 부근에는 참으로 재밌는 곳이 많다. 단 돈 만원이면 맛있는 순댓국에 소주 한 병을 할 수 있고, 혹은 토스트 한 개를 먹으며 다양한 군것질 거리도 할 수 있다. 당연히 4호선과 1호선이 지나는 동대문역과 6호선과 1호선이 지나는 동묘역, 2호선과 1호선이 지나는 신설역 그 사이에 있는 곳이기 때문에 재밌는 구경거리도 많고, 때론 지친다 할 정도로 많은 거리를 걸을 수도 있다. 물론, 홍콩 여행 때 레이디스 마켓을 가기 위해 걸었던 걸 생각하면 그리 많이 걸은 게 아닐 수도 있지만, 그래도 상당한 거리가 예상이 되는 곳이다.

목적지는 어디가 되었건 상관이 없다. 동대문에서 내리면 DDP와 동대문, 평화시장을 구경할 수 있고, 신설동에서 때리면 약간 걷기는 하지만 큰 대로변을 구경하며 걸어갈 수 있다. 그것도 다 싫다 하면 동묘에서 바로 내려도 된다. 어디가 되었건 목적지는 "동대문 아파트" 한 곳이다. 이곳은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연예인 아파트로 불릴 정도로 상당히 유명한 아파트였고, 지금은 애니메이션 "신비 아파트"의 배경으로 되어 더 유명한 곳이다. 당연히 많은 사진작가들이 방문을 하기도 하지만, 물론 이곳은 아직 사람들이 사는 곳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개인 사생활은 감수하고 구경해야 할 곳이다. 우리와 같이, "용기"만을 가지고 여행하는 사람들이 굳이 남에게 민폐를 끼칠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동대문 아파트(Leica MP, Summicron-c 40/2.0, Ilford XP2 400)
000601150012_8A.jpg 동대문 아파트(Leica MP, Summicron-c 40/2.0, Ilford XP2 400)

물론 동대문 아파트를 가기 전 동대문 멘션이라는 마찬가지로 오래된 아파트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이곳은 상당히 개인 사생활을 강력하게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인 출입이 쉽진 않다. 물론, 간혹 유튜버나 일부 사진작가들이 방문을 하기도 하지만 사전에 동의를 받은 하에 사진 촬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잠깐 들어가 보는 수준까지는 생각해 볼 만하다. 물론, 그 어느 것이 되었든, 당연히 구경할 거리는 많이 있다.

000601150009_5A.jpg 동대문 멘션 부근 거리(Leica MP, Summicron-c 40/2.0, Ilford XP2 400)

물론, 그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당연히 동묘가 있다.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가 자신의 신인 관우를 모시기 위해 만든 동묘는 지금도 사적지로서 자리를 잡고 있지만, 다른 사적지에 비해서는 발길이 뜸한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시장통 바로 옆에 있다는 것도 핸디캡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동묘 근처에서 현재와 과거를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분명 뜻깊은 하루가 될 수 있다.

000601150017_13A.jpg 현재와 어우리진 곳(Leica MP, Summicron-c 40/2.0, Ilford XP2 400)
000601150018_14A.jpg 동묘의 누각(Leica MP, Summicron-c 40/2.0, Ilford XP2 400)

조금만 더 뒤로 가서 다시 시작을 해 보자. 당연히 DDP가 가장 눈에 띌 것이다. 마치 UFO처럼 생긴 건물은 건설 당시 서울의 흉물이라 하였고, 지금은 디자인 특화 행사를 위한 곳으로 운영이 되기도 하지만, 사실 이곳은 빛과 그림자를 찍기 위해 많은 사진작가들이 사진을 연습하러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당연하지만, 주변 풍경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과 찍히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잠시간의 휴식을 취하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은 사람들의 셔터가 불편해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진작가들은 자신의 셔터를 통해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찍고자 하는 욕망을 표준 하고자 노력한다. 물론, 여기서 찍히는 사진이 모두가 다 자연스럽다고는 할 수 없다.

L1090312.jpg DDP(Leica SL, Sigma 24-70 DG DN)

더 조금만 앞으로 가보자. 그 유명한 "동북화과왕"이 있는 거리는 허름한 식당과 조선족이 운영하는 중식당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밤늦게 사진을 찍으면 마치 누아르 풍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물론, 이곳은 항상 일찍 문을 닫는다. 그러니, 맛있는 음식을 맛보려면 조금 더 일찍 나와야 한다.

L1090331.jpg 거리(Leica SL, Sigma 24-70 DG DN)

조금만 더 움직여 보자. 동묘역 부근 완구 시장 거리도 참 재밌는 곳이다. 돈이 없더라도 신기한 장난감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고, 현금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재미난 장난감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당연히, 이곳은 문구점을 하는 도매상 위주로 장사를 하는 곳이지만, 일반 소비자들도 방문을 해도 큰 문제가 없는 곳이기도 하다.

L1090342.jpg 동묘 완구거리(Lieca SL, Sigma 24-70 DG DN)



물론 이 많은 거리들은 단 한 곳에서 시작한 움직임이긴 하다. 동대문에서 시작할 수 있기도 하고, 신설동에서 시작할 수도 있다. 단지, 어디서 시작을 하든 그 발걸음은 내가 걷고 싶은 대로 걸었을 뿐이다. "여행"을 떠나는 데 있어, 단지 필요한 것은 마음가짐과 "용기"뿐이다. 한 번쯤 밖에 나가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면, 당연히 나가면 된다. 돈이 없다면, 단돈 2천 원을 가지고도 재밌게 움직여볼 수 있다. 물론,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최대한 멀리 걸어서, 돌아갈 땐 버스를 타고 돌아올 것인지? 아니면 버스를 타고 최대한 멀리 가서, 걸어서 집으로 돌아갈 것인지.

어떤 방식이 되었건 우린 마음가짐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조금씩 멀리 - 더 멀리 떠나기만 하면 된다. 잠깐 동안의 이동이긴 하지만, 그 이동이 의미가 있도록 일기를 쓰고, 글을 써 보는 것도 의미가 된다. 나처럼 글을 쓰는 게 게으른 나머지 "사진"으로 모든 것을 남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기는 하다. 정답은 없다. 단지, 우리가 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세상과 소통"을 하기 위함이다. 우리 마음속에서 늘 갈구하던 새로운 것을 바라보기 위한 순간. 그 새로운 것을 거창하진 않더라도, 집 근처부터 움직여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아니면 조금만 더 용기를 내 보는 건 어떨까? 가장 집에서 가까운 버스 종점부터 시작하여, 그 종점에는 무엇이 있을지 관찰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버스 기사들이 자주 가는 식당이 있을 수 있고, 종점만의 분위기가 있을 수 있다. 석관동의 한 버스 종점은 커다란 편의점과 교회가 있다. 당연히, 그 교회는 주말마다 사람들로 붐비고, 다양한 복장을 한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다. 신을 찬양하기 위해 경건한 마음으로 온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들의 경제사정에 따라서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당연히 우리는 단지 "용기"만 없을 뿐,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충분히 실행할 수 있는 의지가 있다. 그러니 너무 고민하지 말고, 주머니에 돈 몇천 원만 꺼내서, 한 번 걸어보다. 까짓 거 잠깐 길을 잃더라도, 당연히 어떻게든 찾아갈 수 있는 용기만 있으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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