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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바람 Oct 24. 2022

과연 그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얼마 전 조용한 기사 하나가 눈 길을 끈다. 동물병원을 중심으로 마약성 펜타닐 패치의 처방이 증가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2018년 기준 동물용 펜타닐 패치는 총 31개 기관에서 2,199건이 처방되었으나, 2021년에는 89개 기관에서 무려 10,862건이 처방된 것으로 확인이 되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식약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공개한 자료이나, 동물을 대상으로 처방된 펜타닐이 사람에게 제공되거나 유통이 되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최근 들어 청소년의 마약류 유통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단순히 웃어넘길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한 고등학생은 포자를 입수하여 환각 버섯을 재배하다 적발이 되었다 한다. 어느 학교에서는 교내 화장실에서 청소년들이 집단으로 마약류를 흡입하다 적발되었다 보고되었다. 과거 불량 청소년들이 몰래 흡연이나 음주를 하던 것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한 청소년은 마약류 중 중독성과 환각성이 위험 수준인 LSD를 섭취한 뒤 환각상태에서 이모와 친모를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탐사 르포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펜타닐이 유통되고 있으며, 일부 청소년들은 중독의 상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내용이 방영되었다. 분명 마약 청정국이라 자부심을 가지던 대한민국의 상황이 위험 수준으로 까지 오르게 된 것이다.

과거에도 일부 청소년을 중심으로 환각성 물질인 본드나 시너를 흡입하는 경우는 있었으나 극히 드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적어도 필자가 청소년 시절이던 시기에 본드나 시너를 흡입하는 경우는 전교생들 중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무시 못할 수준의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은 그 인과관계를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과거 영국은 대청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아편을 공급하였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 중 하나였다. 이미 이 당시 청나라는 많은 인원들이 아편에 중독되어 있었고, 그 아편으로 인해 국가 경제와 인프라 또한 점점 부실의 상태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 결과 아시아의 종주권을 가지고 있던 청나라는 영국의 함대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도 못하고 무너지게 되었으며, 굴욕적인 홍콩의 할양이라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서구권 특히 미국에 유입이 된 펜타닐의 대다수는 중국에서 생산된 저렴한 제품이라는 것은 그 상황이 역전되었음을 보여준다. 과거의 마약류는 분명 음성적 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되는 품목이었으나, 적어도 펜타닐의 경우에는 미국의 기반이 조금씩 좀먹어가며 중국제 펜타닐에 점령되어가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전통적인 환각성 물질보다 훨씬 저렴하며, 극 소량을 투여했음에도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중독이 되고 있기 때문에 또 하나의 사회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이나 캐나다 등지에서는 길바닥에 떨어진 지폐를 습득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는데, 해당 지폐에 펜타닐이 묻어 있어 무심코 주운 지폐로 인해 중독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미국의 펜타닐 사태는 중국의 전략에 의한 것이라 이야기하기도 한다. 과거 영국의 아편에 여지없이 무너지는 중국 정부는 제2의 아편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미국에 음성적인 경로로 펜타닐을 유통하고 있다고 했다. 이 부분은 분명 어느 정도는 사실일 수 있다. 실제 유통되는 펜타닐의 대다수가 중국을 통해서 생산되고 있다고 하니 논리적인 추론으로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문제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나름 마약 청정국이라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 만큼은 중국의 음성적인 펜타닐이 유통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일부 몰지각한 인원들의 잘못된 행위에 의해 청소년들이 점차 중독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펜타닐은 홍대 클럽을 중심으로 하여 유통이 되기 시작했다. 진통제의 일종이었기 때문에 처방전만 있으면 쉽게 구할 수 있는 의약품이었다. 물론, 중독성은 상상을 초월하지만 제약회사의 로비 덕분에 펜타닐은 너무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진통제였다. 이런 상황 속에 홍대 힙합신을 중심으로 유행을 타기 시작하더니, 그 유행은 청소년들에게 점차 전파되기 시작했다. 그들은 힙합씬의 유명 래퍼들이 사용하는 진통제를 유행처럼 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진통제를 어떻게 구하면 되는지도 공유가 되기 시작했다.

르포 프로그램을 통해 구하는 경로가 공개된 것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한 청소년은 지역의 병원과 의원을 돌아다니며 자신이 교통사고를 당해 통증이 심한데 펜타닐을 처방받아야 한다고 이야길 한다. 그러면 일부 병원과 의원은 아무런 검증도 없이 펜타닐을 처방해주었고, 그 펜타닐은 중독된 청소년을 중심으로 하여 유통이 되고 공유가 되었다. 속칭 뚫린 병원과 의원은 펜타닐을 복용하는 청소년의 성지가 되었다. 그들은 이러한 정보를 SNS를 통해 신속하게 공유하였다. 일부 무책임한 어른들의 행동으로 인해 청소년들은 점차 중독되어간 것이다.

위 상황은 이미 언론을 통해, 인터넷을 통해 공유가 된 상황이었다. 그래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펜타닐 처방에 걸림돌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찾게 된 새로운 대안은 동물병원이었던 것으로 추정이 된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병원에서 처방받는 것보다 다소 비싸게 구입을 해야 했지만, 중독자들에게는 가격이 중요하지 않았다. 실제 펜타닐을 할 때보다 펜타닐의 약효가 떨어진 그 순간이 더욱 고통스럽기 때문에 펜타닐을 끊을 수 도 없다고 했다. 이미 자율신경계는 망가질 대로 망가졌으니, 잠깐의 쾌락은 영원한 고통으로 다가오게 된다.

하지만 이 상황은 과연 펜타닐을 전파한 일부 힙합씬의 인원들의 잘못이라고만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펜타닐을 무분별하게 처방한 인원들에 대한 처벌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단지,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교내에 몰래 흡연을 하던 청소년들이 이제는 삼삼오오 모여 펜타닐을 섭취하는 상황으로 바뀌게 되었으니 시대에 맞게 이해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분명 과거에도 흡연을 하는 청소년도 문제가 있었지만, 청소년인 줄 알면서도 그들에게 담배를 판매한 일부 소매점주의 문제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젠 담배는 애교가 되었고, 알게 모르게 펜타닐이 점차 전파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상황은 단지 펜타닐에 중독되어가는 청소년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게 된 것도 문제다. 그들은 중독된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더 강력한 환각 물질을 쫓아다닐 수밖에 없다. 청소년의 범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 특히 형사 미성년자인 촉법소년의 범죄가 증가하는 것도 또 하나의 지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한국은 근간에서부터 점차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었다.

20대의 청년 무리는 중학생 청소년들을 모집했다. 그들은 어린 중학생들을 어떤 방식으로 설득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촉법소년 범죄단이 결성되어 금은방을 털며 범죄를 저질렀다. 20대 청년은 자신들의 범죄계획이 "촉법소년"을 통해 숨겨질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그랬다. 우리나라의 법은 "촉법소년"에게는 어떠한 처벌도 내릴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일본의 한 소설 "방황하는 칼날"에서는 청소년의 범죄에 대해 주의 깊게 다루고 있었다. 작가와 독자들은 청소년 범죄에 대한 성인의 분노, 피해자의 아픔을 어떻게 치유해야 하는가에 대해 논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 우리가 찾지 못했던 내용은 피해자 에마는 피의자가 언급한 흥분제인 LSD에 중독되어 사망한 것으로 다루고 있었다. 미성년자가 어떠한 루트였는지 LSD를 확보했으며, 그걸 빈 전하게 범죄의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은 분명 일본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다시 위의 언급한 상황을 이야기해보자. 모 청소년 혹은 고등학생이 정성 들여 키운 환각 버섯은 이미 서구권의 파티용 환각제로 활용이 되던 것이었다. 환각 버섯 자체를 들여온 것이 아니라, 환각 버섯의 포자를 정성 들여 키운 그 학생은 분명 또 한 명의 유통업자로서 자신의 진로를 생각하였는지 모른다. 이미 강남권에서는 공부 잘하는 약이란 이름으로 ADHD 치료제가 암암리에 거래가 되고 있었다. 그 약은 진정제의 효과를 보이며 공부를 한다는 명목 하에 아이들을 점점 중독시키고 있었다. 당연히, 그 약을 처방한 학부모와 그 약을 처방해준 의사와 약사에 대한 비난은 없었다. 단지, 우리의 아이들은 그 약에 중독되어 가고 있었을 뿐이다. 실제 어떠한 고통이 뒤 따르는지는 아무도 모른 체 말이다.

학교에서의 무관심은 청소년의 중독을 더욱 부추기고 있었다. 이미, 교권은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놓친 지 오래였다. 그들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좋은 "성적"을 받은 학생이 이름 있는 대학을 가는 것이 목표라고 주문을 걸뿐이었다. 당연히, 학생들이 구석에서 다른 중독된 학생들을 상대로 ADHD 치료제를 거래하고, 펜타닐을 거래하며, 환각 버섯을 재배하는 것은 눈감고 있을 뿐이었다. 화장실에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펜타닐을 흡입하는 것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으며, 그 학생들의 행동과 표정이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담임 선생님은 그들의 행동에 어떠한 관심도 기울이지 않았었다. 그런 상태에서, 무책임한 어른들의 침묵에 의해 합법적인 환각제 혹은 마약류를 구입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실제 펜타닐 패치는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마약류 약제였다. 하지만, 실제 마약류 관련 법령으로 적발된 건수는 소수에 불과했다. 이런 허점을 파고들어 어른들은 우리의 아이들에게 펜타닐을 권유했고, 그 펜타닐에 환호하는 아이들은 차라리 기분 좋은 중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단지 헛된 바람이었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고통받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은 말도 안 되는 정책을 제시하였다. 일반 음식에 "마약"이라는 명사를 빼자고 이야기한다. "마약"이라는 단어가 너무나 일상적이다 보니, 마약을 접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당연히, 아무런 비판과 고민 없이 아이들에게 펜타닐을 처방하고, 애완동물을 위해서 처방한다는 거짓된 이야기로 처방받는 수의사들의 일탈에 대해서는 어떠한 처벌 방안도 제시되지 않은 채 말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이 땅에 "펜타닐 패치"라는 의약품을 불법화할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펜타닐 패치는 일반 병원에서 처방받을 수 있고, 동물병원에서 처방받을 수 있는 너무나 접근하기 쉬운 아스피린과 같은 마약이었다.

일부 인원들은 차라리 대마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담배보다 중독성이 더 약하니, 대비를 허용한다면 상대적으로 마약류를 접하는 인원의 수가 감소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대마의 역할은 단지 이완의 효과를 얻기 위함이 아니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대마를 접하는 순간, 더 강력한 효과의 마약류를 원하는 중독자의 삶은 청나라를 뿌리 속 깊이 병들게 한 "아편"과 같은 역할로 다가온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는지 모르겠다.

남미가 위험하고, 멕시코의 치안이 불안정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마약"이라는 문제 때문이다. 그들은 카르텔을 결성하고,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하여 자신들의 부와 이권을 챙기기 위한 어떠한 짓도 서슴지 않고 있었다. 어느 순간 우리의 길거리 혹은 육교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카르텔의 보복 범죄의 희생자를 보게 된다면 이는 그 순간의 가십거리로만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한국의 깊숙한 곳에는 마약류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마약의 중독자 중 일부분은 우리가 지켜줘야 할 청소년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클럽 가이드를 본 적이 있다. 다른 내용은 고사하고, 주된 내용 중 하나는 술잔을 들고 다니지 말란 내용이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내 술잔에 마약 혹은 환각제를 넣어 자연스럽게 중독의 상황을 만들어버린다는 내용이었다. 분명 그 마약은 우리들 곁에 있었다. 과거의 본드와 시너가 아니라 이젠 누구나 접하기 쉬운 방법으로 우리들 곁에 있었다. 당연히, 그 마약을 어려운 경로로 접하는 것이 아니니 우리의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중독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눈 감고 있었다. 진정 봐야 할 현실을 우리는 애써 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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