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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

핵심은 사람에 있다.

by Simon de Cyrene

'업의 본질' 회사에 다닐 때 참 많이 들었던 말이다. '본질'이라는 말, 뭔가를 강조하려고 하면서 깊이 있는 무엇인가를 끄집어내려고 할 때 참 많이 사용되는 표현이다. 그런데 내가 들었던 '본질'에 해당하는 요소들은 단 한 번도 진정한 본질로 와 닿은 적이 별로 없었던 것은 왜일까? 그건 내가 많이 비판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에 대한 논의들이 대부분 그 조직의 논리 안에 머물기 때문일 것이다.


그 논의들이 대부분 조직의 논리 안에 머문다는 것은 결국 '기업은 돈을 벌어야지' 등의 생각이 이미 전제를 깔고 있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보다 한 걸음 더 깊게 들어가지 못하고 있단 것이다. 사람들은 사업을 하면서 어떻게 돈을 벌지 고민하지만 사실 그런 사고방식으로 접근하는 사업들은 크게 성공하지 못했거나 성공한 경우에도 그 성공이 지속되지는 못한 것이 현실이다.


사실 기업도, 사업도 그 본질은 '사람'에게서 찾아야 한다. 조금 불경스럽지만 직설적이게 표현하자면 사실 현대사회에서 사기업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다른 사람들의 주머니에 있는 돈을 자신들의 통장으로 옮기고, 그 돈을 자신들의 구성원들과 주주들의 주머니에 다시 배분하는 데 있다. 그런데 남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는 것이 어디 그렇게 쉬운가? 누군가가 돈을 쓰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그에 대한 가치를 느껴야 하고, 그 가치에 대해서 어느 정도 수준의 지출을 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 즉,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내가 상대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단 것이다.


모든 사업이 그렇게 해석되고, 본질이 사람으로 정의될 수 있을까? 있다. 실제로 단기간에 공룡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 대부분은 사람을 중심으로 한 가치를 향해 자신들의 서비스를 발전시켜왔다. 페이스북은 애초에 사람들 간에 connectivity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이고 (그 본질에 벗어나서 광고를 쏟아내면서 내리막을 조금씩 가고 있고), 내가 6개월 간 경험한 Google은 진심으로 인터넷이 사람과 사회를 바꾸고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는 도구라고 믿는 기업이었다. 그리고 Apple은 전자제품을 통해 어떠한 아름다움과 사용하는데 있어서 편리함을 사람들에게 선물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 기업이다.


어떤 물건을 만들고 팔 때도 핵심은 돈이 아니라 사람에 있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중심이 본질에 제대로 박혀 있을 때야 비로소 그 사업은 단기적으로 실패하더라도 그러한 실패들로 인해 무너지지 않고 그 실패의 경험을 통해서 그 본질을 어떻게 구현해 낼 것인지를 더 고민할 수 있게 된다. 돈을 주된 목적으로 쫓는 기업들은 '반짝' 성공하거나 아예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 안에서도 사람들이 대화를 할 때 표현을 조금 바꾸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00대 남성/여성은 어떤 유인에 의해서 움직이지? 이 가격에 그들이 살까?'라는 표현보다 '00대 여성/남성에게 어떤 가치와 경험을 제공할 수 있지? 그 경험은 어느 정도 가치를 가질까?'라는 표현이 궁극적으로는 같은 얘기를 하더라도 조금 더 본질에 가까운 표현이 아닐까?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하고 큰 문제냐고, 표현일 뿐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러한 소소한 디테일들이 쌓이면 그 개인도, 회사도 방향이 달라지게 되어 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사실 사람들의 삶을 더 풍요롭고, 아름답고, 여유 있게 만들어주는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모든 업의 진정한 본질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하든지 우리가 하는 일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삶이 그것을 통해 어떤 영향을 받을지를 고민하며 일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렇게 접근되고 고민된 일, 제품, 서비스라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게 접근하는 것은 시간이 걸리고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과 기업이 그렇게 하고 있지 못할 뿐. 자신의 삶을 편리하고, 풍요롭고, 여유롭게 해주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은 그 가치를 인정하는 만큼 주머니를 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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