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험한 길을 가는 누군가에게
우리에게 신발이란
발목이 아팠다. 아침마다 집 근처에 있는 산 둘레길을 1-2시간 정도 걸었는데, 발목을 잡아주지 않는 러닝화를 신고 걸었더니 무리가 온 듯했다. 그래서 이틀 정도 쉬고, 너무 거추장스러워 보여서 신지 않았던 등산화를 신고 같은 길로 나섰다. 그때 느껴졌다. 높지 않은 등산화도 내 발목을 꽤나 단단하게 잡아준단 것을. 그리고 조금 거추장스럽게 느껴졌어도 내가 등산화를 신고 걸었다면 발목이 아프지도 않았으리란 것을.
신발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에게 꽤나 큰 영향을 준다. 단순히 발의 피로도를 넘어서 내가 걷는 자세, 그로 인해 내 몸의 근육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모두 신발에서 시작되고, 그건 내 몸 전체에 영향을 준다. 그리고 신발 없는 세상을 한 번 상상해보자. 땅에 있는 날카로운 물체들은 물론이고, 비단 그러한 물체들이 아니더라도 단단한 도로, 보도블록, 아니 심지어 흙바닥과 잔디도 맨발로 걷는다고 생각해보자. 물론 일정 시간 동안 그렇게 걷는 것 건강도, 기분도 좋게 해 준다.
하지만 신발이 아예 없이 1년 365일을 살아간다고 생각해보자. 우리 발은, 몸은 참 많은 것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발바닥은 굳은살이 하나 가득 생길 것이고, 꽤나 자주 피가 날 것이며, 단련된 발이 아니면 우린 하루에 일정 거리 이상 걸을 수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발이 단련된 사람이 아니라면 우린 이동을 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에 양반들이 가마에 올라탔던 것도, 말을 이용했던 것도 사실은 사람의 발은 일정 수준 이상의 기능을 갖춘 신발 없이 걷는 것 자체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신발은, 그리고 우리 발은 우리에게 사실 이렇게나 소중한 존재다. 개인적으로는 신발만큼은 무조건 저렴한 것보다 내가 신뢰할 수 있는 상표를, 그리고 내 발에 맞는 브랜드를 찾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장식으로,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만을 기준으로 신발을 선택하지만 사실 신발은 이렇듯 우리에게 단순히 하나의 신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매우 사소해 보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우리 삶의 소소한 것들에 대하여
신발뿐일까? 사실 우리 주위에 많은 사소한 것들은 그 실제 가치만큼, 기능만큼 제대로 충분히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사람들은 큰 것들을 중요시하지만 사실 우리 삶에 그러한 큰 변화들은 대부분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작은 것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은 시간이 흘러갈수록 여러 가지 면에서 달라진다.
사실 발목이 너무 아파서 이틀을 고생하면서, 이 글을 쓰면서 얼마 전에 환경미화원을 둘러싼 논란, 아니 망언이 떠올랐다. 환경미화원들이 이렇게 많은 돈을 받아간다며, 못마땅해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이 되었던 한 지자체 의회의 의원의 발언이 말이다.
그 말을 들었을 때, 기사를 접했을 때 어느 매우 더운 날 땀을 한 바가지 흘리면서 빗자루로 도로를 쓸고 계시는 환경미화원을 보면서 마음에 들었던 질문이 떠올랐다. 나도 야구를, 스포츠를 좋아하지만 도대체 왜 운동선수들이 환경미화원보다 많은 연봉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말이다. 환경미화원들이 일주일만 파업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우리 거주지는 어떻게 될까? 과연 그들이 운동선수나 금융회사에 다니는 사람보다 '가치가 낮은'일을 하고 있을까?
아니다. 프로스포츠가 없으면 사람들은 다른 종류의 오락을 찾아갈 것이고,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사실 대부분이 이미 돈이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벌게 해주는 것이 임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때문에 그들은 우리 사회의 90% 정도의 사람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이 그러한 연봉을 받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 때문이지 그들이 실제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환경미화원은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환경'의 청결함에 엄청난 공헌을 하고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누가 더 필요한 존재일까? 누가 더 중요할까? 물론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게 간단하고 명확하게 제시될 수는 없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해 답하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도 많은 것을 말해주지 않을까?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사람들이 하찮다고 여기는 것이, 별 것 아니라고 여기는 것이라고 해서 그게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우리는 별생각 없이 사는 신발 한 켤레가 우리 몸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듯이, 우리 사회의 아주 사소한 일들도 우리 사회의 큰 문제의 원인의 시작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정말 작은 일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도 그 자리에 아무도 없다면 그 부분에서 문제가 생길 것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도, 어떤 일도, 사회의 어느 영역도 사소하다고, 의미 없다고 무시하거나 하찮게 여기면 안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