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지 않은 것은 없다.
좋아하는 일 vs.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까? 아니면 잘하는 일을 해야 할까? 사람들은 이 질문을 꽤나 진지하게 묻는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도 다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본인이 잘하는 일을 싫어할 수도 있나?'라는 의구심이 들긴 한다.
물론, 이는 그 일 자체만 놓고 봤을 때 이야기다. 때로는 본인이 그 일 자체는 좋아해도 그에 수반되는 것들이 싫어서 그 일을 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나도 그렇다. 나는 기본적으로 어떤 형태로든 스토리텔링을 하고 소통하는 것을 수반하는 일을 못하는 편은 아니다. 잘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돌아보면 난 항상 그런 일을 해왔다. 그러다 보니 난 홍보 및 마케팅 업무를 하게 됐었는데, 홍보나 마케팅은 기업이나 물건을 팔기 위해 스토리텔링 하면서 피할 건 피하고 알리는 특성을 갖다 보니 어느 순간서부터 '내가 이걸 하고 있어야 하나?' 싶은 의구심이 들었다. 그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일을 '업'으로 하는 게 난 편하게 느끼지 않았고, 난 그래서 그 길을 계속 가지 않기로 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좋아하고, 때로는 잘한다고 평가받기도 하는 그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것, 연구하면서 논문을 쓰는 것 등은 모두 '다른 형태'로 스토리텔링하고 소통하는 수단들이고, 마찬가지로 다른 일들도 자신이 잘하는 일의 '본질'을 살려서 다른 영역에서 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사실 자신이 남들보다 쉽게 하고 성과를 잘 내는데 그걸 좋아하지 않기도 쉽지 않지 않나?
다만 우린 여기에서 '잘'의 기준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일'을 한다는 것은 그걸 하면서 '생계'를 해결해야 한단 것이고, 그건 '일로써 무엇인가를 잘한다고 할 정도로 해내기 위해서는 누군가 내게 돈을 주면서 그 일을 부탁할 정도로 내가 그 일을 잘해야 한단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수준으로 뭔가를 잘하고 그 정도의 능력을 갖기 위해서는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힘든 시간은 있을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때때로 조금만 힘이 들면 '이건 내 적성이 아닌 것 같다'라고 생각하는데, 본인의 적성에 맞는 일도 그걸 업으로 삼는 이상 그 일을 하거나 그에 필요한 능력을 기르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힘듬은 있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본인 적성에 맞는지 여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그 일을 하는 과정에서 흥미를 느끼고 성과를 내는지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 그 일을 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힘듬이나 고통의 수준이 아니라 말이다.
'좋아하는 일'에 대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어떨까? 이 글의 제목이 '적성'인 것은 사실 이 부분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좋아하는 것이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그 능력이 꼭 다른 사람보다 탁월해지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뭔가를 아무리 좋아해도 자신보다 그것을 잘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면 그 사람은 그것을 '일'로써 하면 안 된다. 우린 우리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건 취미로 남겨놓고 자신이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보다 더 즐거워하고 성과를 내는 것을 업으로 삼는 게 맞다고 나는 생각한다.
좋아하는 것을 똑같이 열심히 했을 때도 발생하는 결과물의 차이는 대부분 두 사람이 타고난 재능으로 인해 발생한다. 물론 그 재능은 한 끗 차이일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일'의 세계에서는 그 한'끗' 차이가 그 일을 취미로 해야 할지, 아니면 일로 해도 될지를 결정한다는데 있다. 이는 무엇인가를 일로써 하는 것은 평생 그것으로 먹고살아야 한단 것을 의미하기에 그 한 끗 차이가 그 사람의 인생에 가져올 수 있는 차이는 어마어마하게 크다.
그렇다고 해서 '좋아해도 천재가 아니면 하지 말라'라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평생의 업으로 삼을지 여부는 우리가 그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리고 어느 수준으로 잘하거나 못하는 지를 고민해 보고 결정해야 한다. 만약 본인이 아르바이트로 가까스로 먹고살면서도 그 일을 '평생'할 각오가 있다면, 그리고 그 일을 할 때 그 정도로 행복하고 몰입이 되고 금전적으로 조금 넉넉하지 않아도 그 일을 하는 게 더 즐겁다면 그 사람은 그 일을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는 타고난 재능에 차이가 있어도 그렇게 몰입하고 깊게 팔 수 있는 힘이 그 사람 안에 있다면 그 과정, 경험과 시간이 쌓여서 타고는 재능을 넘어서는 능력을 갖추게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한 끗' 차이는 타고난 능력의 차이보다도 누가 더 제대로, 오래 버티느냐에 따라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본인이 정말 그 일에서 큰 의미나 행복감을 느낀다면 그 일을 잡고 있어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러한 경우에도 우리는 그 일을 본인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잘하거나 못하는지'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업으로 삼기 위해서는 최소한 그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 중 가장 뛰어난 사람들의 60-70% 이상의 성과는 낼 수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정도 성과를 낸다면 그 업계에서 버티는 사람이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뛰어넘게 될 수도 있지만, 50%도 내지 못하는 사람은 그 일을 업으로 삼아서는 안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갖는 한계가 있지 않나? 고칠 수 없는 수준의 음치로 태어난 사람이 성악이나 아이돌로 활동하면서 생계를 해결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생계의 중요성
어떤 이들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할 때 조금만 힘이 들면 본인은 그 일을 할 적성이 아니라고 말한다. 너무 쉽게. 그리고 뭔가 전혀 힘듬이 없으면서 먹고살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떠난다. 그런데 그런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무슨 일이든 그것이 본인의 생계와 연관이 되면 필연적으로 힘이 들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사회, 시장경제질서 속에서는 경쟁은 피할 수 없고 경쟁이 있는 상황에선 다른 사람들도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그 경쟁에서 최소한의 수준으로 라 지속 가능하게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힘듬은 견뎌내야 한다. 인생의 어느 순간엔가는 말이다.
그리고 '내가 이 일을 해서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가?'는 사실 적성을 떠나서 어떠한 일을 선택할 때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하는 고민이다. 본인 가족에게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말이다. 따라서 본인이 아직 자리 잡거나 그 일로 생계를 당장은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언젠가는, 궁극적으로는 그 일을 본인의 업으로 삼고 싶다면 그 업계에서 생존할 수 있는 실력을 쌓는 기간 동안에는 본인의 생계를 해결할 방법은 강구해야 한다.
내 경험에 의하면, 그렇게 치열하고 힘들게 자신의 길을 찾아다니는 그 과정에서 본인의 다른 적성을 발견하거나 본인이 정말 그 일을 해야만 하겠다는 확신이 들기도 하더라. 그리고 설사 자신이 업으로 삼으려는 영역이 아니더라도 그 안에서 치열하게 버티다 보면 그 '버팀의 습관'이 자신이 업으로 삼을 영역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최소한 본인의 생계는 본인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항상 찾고 실행해야 한다. 설사 그게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더라도 말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버려지는 경험은 없는 것 같다. 지금 당장은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지?' 싶어도 말이다. 그 버텨내는 힘이, 화려하게 보이는 '적성'보다 더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르게 보이는 영역의 일들도 깊게 들어가 보면 그 본질에는 똑같은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한 영역에서 길러진 '버텨내는 힘'은 결국 본인이 본업으로 삼으려는 영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세상에 그냥 주어지는 것은, 적성에 맞아서 그냥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게 보이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그 이면에서 자신이 흘린 땀과 노력을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