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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2

by Simon de Cyrene

'연예인들은 왜 돈을 그렇게 많이 받을까?'

'운동선수들 연봉이 말도 안 되게 센대?'

'걔네는 왜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


이런 질문들, 누구나 한 번씩 해봤을 것이다. 그런데 누구도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한 걸음 더 깊게 생각해보지 않는 데 있다. 사람들은 노력한 것의 보상, 희소성 등을 얘기하지만 사실 그런 것들이 필요성, 효용성 등이 크게 없는, 사실 사회에 없어도 먹고사는데 지장은 없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는 것을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회사에서 연봉을 많이 받는 사람들이야 그 사람들의 경력을 바탕으로 해서 그 사람이 일정 수준 이상의 사업에서 책임을 져야 하고, 더 잘하는 사람을 데려오기 위해서는 연봉을 더 줘야 한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왜 공인인지 아닌지 모르겠는 사람들은 돈을 많이 받을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광고판'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돈을 많이 받는 것은 그들이 가는 곳에 사람이 몰리고, 사람이 몰리니 기업들이 그 사람에게 몰리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상품을 알리고 싶어 지며, 그런 생각을 하는 기업들이 한 업종에 한 두 곳이 아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그 사람 혹은 팀이 누구의 광고판 일지를 결정하는 과정에는 경쟁이 붙는다. 그리고 그 경쟁은 그 사람 혹은 팀의 몸값을 올리고, 그에 따라 그 사람 혹은 팀이 받는 돈도 많아진다.


누구도 이 사실을 적나라하게 말하지는 않는다. 이는 스타가, 가수가, 배우가, 스포츠 팀이 결국 광고판이라고 하면 그건 그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모욕적으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개 광고판이라니...'라는 생각에 말이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광고판은 '일개 광고판'이 아니다. 생각해 보자. 방송국 드라마가 시청률이 1%가 나오면 완전히 망한 드라마지만, 전 국민의 1%가 봤단 것은 그 안에 나온 PPL이나 광고는 50만 명에게 노출이 되었단 것을 의미한다. 10%면 100만 명. 그리고 광고를 충분히 매력적으로 만들었다면 사람들의 시선도 그 위에 머무를 것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또 사람들의 시선이 머무르게 하기 위해서 유명하고 알려진 사람을 광고모델로 쓴다. 그런 광고판이 없다면, 기업들이 자신들의 상품을 어디를 통해서 알리겠나? 길가에 있는 거대한 광고판에 1년 내내 광고를 거는 것보다 시청률이 일정 수준으로 나오는 프로그램에 광고를 집행하는 게 상품을 더 많이, 잘 알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광고판이 없다면 자본주의 사회는 규모가 커질 수가 없다.


이처럼 유명한 사람이 광고판으로써의 역할을 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만약 문제가 있다면, 그건 '유명한 사람들에게만' 시선을 주는 우리나라 사람들일 것이다. 사실 광고의 creative나 스토리가 재미있을 때 그 광고에 사람들의 시선이 머무르거나 그런 광고를 통해 구매를 하는 경우가 많다면 우리나라 광고들은 몸값을 비싸게 주고 잘 알려진 사람을 모델로 써서 광고를 집행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정 인물이, 신뢰 가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 특정 제품의 광고모델이면 그 사람을 믿고 제품을 구매한다. 그렇다 보니 기업들도 광고의 질보다는 유명인을 모델로 섭외하는데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사실 전세계적으로 이렇게 소수에게 작품 출연은 물론이고 광고들끼지 집중되어 있는 국가는 극히 드물다.


그리고 이렇게 되다 보니 사실 배우들은 캐스팅이 되기 위해 광고를 찍을 수밖에 없는 면도 있다.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특정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에는 항상 그 배우가 모델로 있는 제품들이 PPL이나 광고로 나간다. 이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왕 큰돈을 써서 유명인을 모델로 썼으니 그 유명인 주위를 자신들의 광고로 채우는 것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배우들은 광고를 많이 찍었을수록 캐스팅이 수월해진다. 광고를 많이 '안고' 있는 배우들은 캐스팅이 되면 그 작품에 그만큼의 광고를 보장해주니까. 이것 역시 비판할 수 없는 게, 제작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금전적인 목적으로 '투자'를 하고, 그래야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으며, 그렇다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보장해 주는 것 또한 제작을 하는 사람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다음 작품에도 그 제작자를 믿고 투자할 테니까.


이처럼 널리 알려진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고, 그들이 또 캐스팅이나 섭외가 잘되는 것은 누구의 탓도 아니고 우리나라 문화가 그러한 것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문화가 바뀌기를 기도한다. 이는 그렇게 유명인에게 모든 것이 쏠리는 사회에서는 그로 인한 갈등과 분열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그 유명한 사람은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나? 사람들이 점잖은 척을 하느라 대놓고 말은 안 하지만, '너네 없어도 먹고사는데 아무 문제없어'라는 식의 댓글들이 종종 보이는데 이는 그만큼 그 사람들을 천하게 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너희는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을 하지도 않는데 돈을 많이 번다는 생각. 그로 인한 불만과 짜증. 사람들이 연예인들에게 분노를 표출하게 되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을 그렇게 만들어 준 것도 대중이다. 그런데 본인이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들어 준 게 아님에도 사람들은 '너희가 대중이 없으면 뭘 먹고살았겠어? 딴따라 주제에'라고 무의식 중에 생각하는 듯한 느낌을 스포츠와 연예 섹션 기사의 댓글들에서 받는다.


이젠 개인이 아니라 스토리를 보면 안 될까? 개인이 아니라 경기 자체를 보고 말이다. 그런 관점의 전환이 작은 것 같지만 그건 사실 큰 변화를 가져온다. 드라마, 영화 심지어 광고에서도 서사를 보는 문화가 자리 잡힌다면 연예인들은 지금보다 받게 되는 수입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줄어듦에 따라 그들이 인신공격을 받거나 일상생활을 하는데 지정을 받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드라마, 영화, 광고를 만드는 작가, 감독, 촬영팀들이 받는 금전적 보상 수준이 확연히 올라갈 것이다. 서사를 만들고, 그것을 화면에서 구현하는 게 중요해지는 만큼 그걸 잘하는 사람들이 각광을 받을 테니까. 그리고 광고에 맞는 연기를 잘하는 사람들은 '광고 전문 연기자'로 살면서 생계를 해결할 수 있게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방송, 광고업계의 말도 안 되는 관행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결정적으로 기자들이 연예인에 대한 기사도 덜 쓰게 되고, 서사와 관련된 기사를 쓰려면 더 깊이 있게 알아보고 쓰는 기사들이 늘어날 것이다. 사실 스포츠의 경우 이제는 '스타'보다는 '경기 수준'에 따라 사람들이 반응하는 시대가 되었는데, 대중문화도 좀 그렇게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기자에 대한 언급을 거의 못했는데 사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기자들도 클릭 몇 개라도 더 받기 위해서 그럴 수밖에 없는 면이 없지는 않다. 좀 멀리 나가는 진짜 기레기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나, 기레기까지는 아닌 이들도 어느 정도는 그럴 수밖에 없는 면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들도, 먹고 살아야 하고 위에서 클릭을 요구받으니까. 그걸 바꾸려면, 사실 클릭하는 기사들의 종류가 바뀌면 된다.)


최근에 몇몇 연예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그들은 별이 됐었지만, 그들을 별로 만들어준 문화가 독이 되어 돌아와서 그들이 그러한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그들이 조금 덜 벌어도, 그 독이 그들에게 뿜어지지 않았다면 그들은 지금도 어디에선가 빛나고 있지 않았을까?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은 사실 특정 개인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특징, 경향성과 경제가 돌아가는 원리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더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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