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결혼을 막는 것

사람과 사랑에 대하여. 10화

by Simon de Cyrene

결혼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여자들에겐 그렇다. 이는 결혼이 필요한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우리 모두가 '나의 편'이, 최소한 나의 편이 되어주는 척이라도 하는 사람이 있어야 우리가 정서적으로 수용받고, 그 과정을 통해 현실에서 힘을 내면서 살 이유가 찾아지기 때문인데, 아니 그 수용받는 것 자체가 사실은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주는데 여자들은 여자들 간의 관계에서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그런 필요가 충족되기 때문이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정말 괜찮은 남자를 만나지 않는 이상 결혼해서 함께 사는 게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그러한 필요를 충족시켜주기보다는 인생에 짐을 더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많이 보기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게 된다.


혹자는 여성들이 주체적이 되었기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이는 반은 맞지만 반은 틀린 말이다. 일단 우리 시대의 여성들이 과거보다 주체적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동등하게, 서로에게 의지할 줄 아는 남자가 있다면 그녀들도 결혼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이는 여자들의 경우에도 친한 동성 친구 간에서 충족받지 못하는, 좋은 연인이나 배우자라면 충족시켜줄 수 있는 지점들이 있고, 그걸 충족시켜주는 남자와 함께 하기로 약속할 것이다. 반드시 결혼의 형식을 취하지는 않더라도 함께 살고, 아이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여자들은 왜 결혼을 하지 않기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일까? 그 지점에는 '주체적인 여성상'과 함께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남자들의 사고 / 행동 방식'이 엄청난 영향을 줬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 '남자들이 얼마나 많이 변했는데!'라며 분노하는 남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맞다. 요즘 남자들은 그래도 부모님 세대에 비하면 훨씬 집안일을 도와야 하고, 아이도 봐야 한단 생각을 많이 갖고 있다. 그런데 방금 이 문장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 남자들은 몇이나 될까? 그걸 그래도 잡아낸 남자라면 나쁘지 않은 배우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그 문장의 문제는 [도와야]한다는 표현과 [아이도 봐야]한다는 표현에 있다.


집안일을 '돕는다'는 것은 집안일은 기본적으로 여자가 해야 하는 일인데 내가 '도와준다'는 의미를 갖는다. 즉, 그런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남자들은 자신이 설거지를 하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정도의 일을 하면 '난 그래도 꽤나 괜찮은 남편이야. 아내의 일을 도와주니까'라고 생각할 텐데, 그게 정말 아내의 일을 '도와주는' 것일까? 아니면 부부는 평등하니까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일까? 설거지를 하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것 외의 집안일을 아내가 다 하고 있다면, 그 일의 총량은 얼마나 될까?


[아이도 봐야 한다]는 표현도 이상하다. 아이는 아내가 혼자 만들었나? 이에 대해서는 여자들이 임신을 하기 때문에 원래 모성애가 더 강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인류 역사에서 남자들이 그만큼 임신한 여자들을 돌보지 않은 역사가 길기 때문이다. 만약 아내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아내의 건강과 힘듦을 걱정하고, 도와주기 위해 노력을 같이 해 왔다면, 그리고 임신한 아내의 힘듦에 공감하기 위해 같이 노력한다면 아이에 대한 [부성애]도 그만큼 더 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적지 않은 남자들은 아내의 힘듦에 공감하기보다는 아내가 힘듦으로 인해 쏟아지는 짜증을 회피하려는 방법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에 그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정도 생각도 하지 못하는 남자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는 데 있다.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입 밖으로 말을 하지 못할 뿐이지 남자들끼리만 대화를 하다 보면 여전히 남성 중심적이고, 남녀의 성역할을 나눠서 생각하는 남자들은 굉장히 많다. 그리고 남자들보다 섬세하고 예민한 여자들은 보통 남자들의 그런 지점을 잘 잡아내고 느끼다 보니 나이가 들수록 남자들을 쉽게 신뢰하지 못하게 되고, 그 결과 결혼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거나 결혼에 대한 결정을 미루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만 가면 여자들이 결혼을 못하는 유일한 이유는 우리 시대의 남자들만의 탓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현실이 그렇듯, 여자들이 결혼을 못하는 이유도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이 지점에서 사실 적지 않은 여자분들의 모순이 나타나는데, 적지 않은 여자분들은 '주체적인 여성'과 '여자를 동등하게 대해주는 남자'를 원하면서도 '나보다 스펙, 가정환경, 경제적 능력 중 어느 것이라도 (또는 모두) 낫거나 최소한 동등한 남자'도 원한다. 그럴 때는 '남자다움'을 요구하면서 말이다. 본인이 주체적이기를 원한다면, 본인을 동등하게 대해주기를 기대한다면, 사회적으로 본인과 최소한 같거나 가능하면 나은 남자만 만나겠다는 생각보다는 정말 사람'만' 보고, 나머지는 상대와 자신의 것을 맞춰나가면 된다고 생각해야 하는 게 아닐까? 본인보다 더 많은 가진 남자가 본인을 동등하게 대해주길 원하는 것은 사실 본인이 상대를 통해서 더 많은 것을 갖고 싶다는, 이익이 되는 결혼을 하고 싶단 생각은 아닐까?


부부가 평등해야 한다는 것은 그 가장에서 각자 맡은 역할이 50대 50에 가까워야 한단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여자가 경제적으로 가정에 더 기여하면 남자가 집안일을 더 할 수도 있고, 남자가 경제적으로 더 많이 기여하면 집안일은 여자가 더 분담할 수도 있는 게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적지 않은 여성들은 결혼하기 전부터 집안일은 50대 50으로 분담하길 요구하면서 남자가 경제적으로도 더 많은 부분을 책임지거나 집안일을 할 사람에 대한 비용을 남자가 부담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게 과연 건강하고 남녀평등적인 사고방식일까?


'요즘에 그런 여자가 어디 있냐?'라고 반박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잊을만하면 회자되는 '포인트로 결제하는 쪼잔한 남자' 또는 '더치 페이 하자고 하는 남자' 등과 같이 과거의 [남자다움]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남자들을 은연중에 폄하하는 듯한 표현들은 적지 않은 분들이 무의식 중에 그러한 '남자다움'을 원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런 [남자다움]은 보통 어느 정도는 단순하고 마초스러움을 수반하기 때문에 그런 [남자다움]을 바람과 동시에 관계에 대한 섬세한 배려를 할 줄 알기를 바라는 것은 마치 남자들이 복스럽게 먹지만 살은 찌지 않은 여자를 바라는 것과 같은 것이다.


물론, 경제적으로 본인이 모든 것을 다 책임질 수 있고, 그렇게 할 의사도 있는 능력 있는 여성들도 있다. 그런데 그런 여성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의 문제는 그녀들이 '여자 마초'가 된다는데 있다. 우리 부모님 세대의 남자들이 자신은 돈을 벌어오니 아내나 자식들에게는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거나 무의식 중에 본인이 가정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여기며 보였던 행동들을 능력 있는 여자분들이 역으로 남자들에게 보일 때가 적지 않단 것이다. 여자분들 중에는 그런 관계를 불편해하는 남자들을 '남성 우월적이어서 그런 관계를 못 참는다'라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건 누구라도 불편하고 참기 힘든 것이지 남성 우월적이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다. 누군가를 그렇게 대하고 바라보는 것은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이지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이 그에 대한 평가와 판단을 다르게 하는 요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와 같은 현실 속에서 이전 글에서 설명한 '경쟁적이고 물질주의적인 가치관'이 남녀 모두에게 자리 잡고 있다고, 남녀가 모두 상호 간의 화학작용이나 대화, 함께 있을 때의 느낌과 감정보다 그 사람을 구성하는 외부적인 요소에 더 무게를 두다 보니 그 관계가 끝까지 가지 못하는 관계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은, 그리고 언론들은 여성의 커리어, 경력단절을 결혼을 막는 이유로 들고 그런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말 괜찮은, 아내가 하고 싶은 일은 지지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주 안에서는 최선을 다해 도와줄 수 있을 듯한 남자가 나타났다면, 그런 고민을 함께 할만한 파트너가 나타났다면, 그래도 자신의 커리어와 경력단절을 이유로 그 사람과 결혼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자신의 커리어와 경력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본인이 그걸 직접 만들어 나갈 의지와 능력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원하는 여성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은 자신과 자신의 일을 충분히 존중해 줄 만한 신뢰가 있는 남자를 잘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물론, 그게 본인이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인지는 각자 고민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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