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결혼을 막는 것

사람과 사랑에 대하여. 11화

by Simon de Cyrene

결혼은 여자보단 남자들에게 더 필요하다. 사회적으로 그런 부분보다는 관계적으로, 생물학적으로 그런 면이 크고 많다고 나는 생각한다.


앞의 글에서도 설명했지만 여자들은 결혼을 하지 않아도 동성 친구들과 대화를 하고 공감하며 어느 정도는 '나의 편'인 사람을, 수용받는 경험을 한다. 남자들은 다르다. 남자들의 대화에서 같이 웃고, 울고, 공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같이 웃을 때는 있다. 시시껄렁한 농담을 할 때는 남자들도 같이 웃지만, 남자들은 누군가에게 좋은 일이 일어났다고 함께 진심으로 축하하고 격려하고 포옹해주는 경우가 거의 없다. 상대가 힘들 때 진심으로 같이 공감하고 힘들어해 주는 경우는 더더욱 없다. 남자들은 그런 경우 대부분 '오! 축하해!'라거나 '아... 정말 힘들겠다. 힘내라.' 정도로 반응하고 만다.


사실 남자들은 애초에 그렇게 반응할 자리를 만들지 않는다. 남자들은 기뻐할 일이 있을 때 남자들끼리 만나면 '축하해!' 정도로 얘기하고 술이나 퍼 마시는 경우는 있어도 그 일에 대한 얘기를 진지하게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우리나라 남자들이 다른 남자들보다 그런 경향이 더 강한 듯한데, 그건 우리나라 정서상 좋은 일을 자신의 입으로 말하고 다니거나 너무 티를 내는 것을 좋지 않게 보는 여기는 문화가 여전히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겸손하지 못하다'면서 말이다.


반면에 힘든 상황에 처한 남자들이 보이는 반응은 전 세계적으로 비슷하다. 남자들은 힘든 일을 다른 사람 앞에 쉽게 꺼내거나 말하지 않는다. 남녀관계에서 여자분들은 '왜 힘든 얘기를 하지 않느냐'라고 말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남자들은 대부분이 자신이 힘든 것은 안에서 삭히거나 동굴 속으로 들어가 해결하려는 경우가 많다.


남자들이 그런 성향을 타고나는지는 모르겠다. 저돌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에 기여하는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현실의 상황으로 인해 억제되면서 그런 반응을 보인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그런 설명은 현실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난 개인적으로 그런 식의 분석이나 해석을 좋아하진 않는다. 분명한 것은 사회적으로 '남자다움'은 '강한 남자'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누군가에게 자신의 약점을 보이거나 의지하는 것은 약함으로 간주되는 문화가 전 세계 어디에나 있으며, 그러다 보니 남자들은 자신의 약점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쉽게 털어놓지 못하게 된단 것이다.


그렇다 보니 남자들은 사랑 호르몬이라 불리기도 하는 옥시토신을 분비시키는 이성관계에서만 자신의 속 이야기를 털어놓고 의지할 줄 알게 되는 경향이 있다 (옥시토신은 양육 행동, 사교성을 증진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적지 않은 남자들이 동성 친구보다 자신의 연인, 배우자 또는 여사친에게 자신의 속 얘기를 잘 털어놓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남자들이 친밀한 이성관계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인단 것은 남자들이 누군가에게 수용받아야 할 필요가 적거나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쉽게 의지하거나 자신의 약점을 내보이지 않는 게 아니란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남자는 남자에게 의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혼은 남자들에게 더 필요하다. 남자들도 정신적, 정서적, 감정적 안정과 행복을 위해서는 공감받고, 위로받아야 할 뿐 아니라 때로는 누군가에게는 믿고 의지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런 정서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남자들의 삶은 멋있어지는 게 아니라 왠지 모르게 안쓰럽거나 추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골드 미스]라는 표현은 쓰지만 [골드 미스터]란 표현은 쓰지 않지 않나? 물론, 여사친에게 자신의 속을 털어놓고 의지하면서 순간, 순간을 버텨낼 수는 있겠지만 그런 관계에는 여사친의 결혼, 여사친의 남친, 여사친에 대한 남자의 감정 변화 등 다양한 변수가 있기 때문에 그 관계가 평생 안정적인 버팀목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이 결혼을 못하는 것은 그놈의 '남자다움' 때문이다. 물론, 이는 적지 않은 남자들이 '남자답다'는 것을 마초적이고 가부장적인 것으로 이해함으로 인해 급격하게 변한 사회적 인식 수준을 따라잡지 못한 영향도 있다 (그에 대해서는 '여자들의 결혼을 막는 것'에서 설명했으니 이 글에서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그런데 '여자들의 결혼을 막는 것'에서 설명했듯이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남자들에게 '남자다움'을 요구하는 경향이 굉장히 강하고, 결혼해서 그 '남자다움'은 [남자=집+경제력]으로 정리된다.


이에 대해서 '요즘 여자들이 얼마나 깨어 있는데!'라고 반박하시는 분들도 있으실 것이고, 내 주위에서도 남자가 집을 해오는 것이 비현실적이고 둘이 합쳐서 버는 총액이 중요하지 남자가 버는 금액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의 비율은 느낌적인 느낌으로 아이가 태어나면 육아휴직을 하는 남자들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인 듯한데, 이는 크게 의미 있는 숫자는 아니란 것을 의미한다. 설사 본인이 괜찮다 하더라도 부모님이 '남자가 이 정도는 해 와야지'라고 생각하는 여자 부모님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말도 안 되게 오른 집값과 크게 오르지 않는 연봉 사이에 낀 남자들은 본인이 현실적으로 연애와 결혼을 해야 할 필요를 느껴도 결혼에서 한 걸음 물러날 수밖에 없다. 이제는 금수저가 아닌 이상 그걸 한 사람이 부담할 것을 요구하기엔 주거에 대한 비용이 너무 많이 증가하지 않았나?


여기에서 더해서 남자들이 많이 하는 흔한 착각은 남자들의 결혼을 더욱 어렵게 한다. 그건 '남자는 나이가 들어도 괜찮아'라는 착각이다. 내가 조급해지고, 아무래도 결혼이 쉽지 않을 듯하다고 했을 때 남녀 모두에게 거의 반사적으로 들었던 말이다. '남자는 괜찮아'.


아니다. 남자도 괜찮지 않다. 남자들은 주위에서 가끔 보이는 6-7살에서 10살 이상 차이 나는 부부를 보며 희망을 갖곤 하는데, 30대 중반까지 부지런히 마담뚜 역할을 했던 내 경험에 의하면 여자들은 30대 초반 정도까지는 많아야 4살 연상의 남자를 원하고, 여자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연하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그리고 6-7살 이상 차이 나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거나 만나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분명 하나 그 풀은 그리 크지 않고, 그 정도 나이 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그만큼 생각이 젊어야 하고 자신만의 매력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사람과 만나지는 사람들은 따로 있단 것이다. 남자들도 30대 중반이 꺾이고 30대 후반으로 가면 소개팅 기회도 급격하게 줄어든다.


예외는 있다. 사회적인 '남자다움', 즉 경제력이 갖춰진 남자들은 예외다. 자신의 집이 있고, 일정 수준 이상의 연봉을 받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남자다움'에 부합하는 남자들은 나이가 어느 정도 들어도 기회가 주위에 많다. 이는 앞에서 설명했지만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남자를 경제력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상당히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가정을 꾸리는 것에 대한 소망함이 있다면, 본인에게 정말 중요한 요소들을 추리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소한으로만 까다로워지시기를 권하고 싶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서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결혼이 남자에게 더 필요하고 중요하다면, 남자들이 맞춰가야 한다. 뭐든지 더 필요한 사람이 맞춰가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요구하는 '남자다움'은 결혼하는데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브런치에서 다양한 주제의 글을 씁니다. 혹시라도 감사하게도 '구독해야지!'라는 생각이 드셨다면, 2021년에 제가 쓸 계획(링크)을 참조하셔서 결정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브런치에는 '매거진 구독'이라는 좋은 시스템이 있으니, 관심 있는 매거진만 구독하시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