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가정은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다.

사람과 사랑에 대하여. 23화

by Simon de Cyrene

적지 않은 사람들이 결혼하는 건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혼자 사는 게 낫다고 말한다. 심지어 결혼해서 가정을 꾸린 '기성세대'들도 그런 얘기를 한다. 결혼에 대한 시선도 그러하니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건 더 말하는 게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시간을 빼앗는 것일 정도로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결혼과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얘기를 많이 하는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우선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요즘 사람들'은 주위의 부정적인 얘기만 듣고 결혼에 대한 판단을 하는데, 사람들은 좋은 것에 대해서는 요란스럽게 떠들어대지 않고 부정적인 건 입 밖으로 소리 내서 말하고, 많이 전해진단 것은 생각하지 못한다. 생각해보자. 배우자가 바람을 피운 얘기가 많이 회자될까? 하루, 하루가 행복한 사람들의 얘기가 회자될까?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상 좋은 걸 좋다고 표현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기 때문에 부정적인 얘기가 많이 들린다고 해서 결혼이 나쁘고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다.


또 기성세대들이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얘기를 하는 건,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건 본인들이 불행하거나 힘든 결혼생활을 했기 때문에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일 뿐, 그들의 결혼생활이 힘들었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결혼생활도 힘들고 불행한 것은 아니다. 내 주위에는 결혼생활이 힘들긴 했지만, 그 과정을 겪고 서로에게 익숙하니 결국 남은 건 상대뿐이라고, 그래도 상대가 없었으면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하는 기성세대분들도, 또 과거에 힘든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지금은 완전 잉꼬부부로 지내는 분들도, 이혼을 하고 나서도 연세가 드셔서 다시 결혼하신 분들도 계신다. 한 사람의 경험으로 결혼이나 출산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갖는 것이 어리석은 것은 이처럼 결혼도, 육아도 누구를 만나서 가정을 꾸리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과 출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달려있다. 그런데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서 가정을 꾸려야 혼자 있는 것보다 행복한지를 알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부터 잘 알아야 한다. 사실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고민 없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고, 상대의 외모, 집안, 돈만 보고, 또는 그저 주위에서 결혼할 나이가 되었다고 하니 압박을 받아서, 등 떠밀리듯 결혼한 사람들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 중 행복해 보이는 부부가 아주 많지는 않아 보이는 것도 그분들의 세대에는 나이와 주위의 압박 때문에 결혼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내가 나 자신을 어느 정도 이상 알고, 잘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과 결혼해서 가정을 꾸려도 그 가정이 완벽하진 않을 것이다. 우리가 꿈꿨던 회사에 입사해보면 내가 상상했던 것과 회사가 다르듯이, 또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업 아이템을 갖고 사업을 시작해도 힘들 수 있듯이, 아무리 신중하게 결혼을 해도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와 내가 상대의 말을 존중하고, 타협할 줄 아는 사람들이고, 상대와 부딪히는 부분들이 있을 것을 각오하고 결혼을 하면 그런 부분들은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사람들이 사소한 부부싸움의 예로 흔히 드는 게 치약 짜는 법인데, 치약 짜는 법 때문에 싸운다면 각자의 치약을 따로 두고 쓰면 되지 않을까? 그런 식으로 타협하고, 집안일을 어떻게 나눠서 할지도 협의를 통해 합의하는 과정을 거치고 나면 결혼생활은 생각보다 부정적인 면들이 없을 수 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다. 다른 글에서도 설명했듯이, 대화는 '말하고 듣는 것'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인데 사실 관계에서 대부분의 갈등은 자신의 말만 하고 상대의 말은 듣지 않고, 존중해주지 않아서 발생한다. 거대한 부부싸움이나 이혼으로 이어지는 다툼도 작은 갈등에서 시작되는 것도 사실은 작은 것에서 감정이 상하기 시작하면 상대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것만 주장하기 시작하기 때문이고,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는 모르겠는데 이혼하거나 이혼사유로 '성격차이' 외엔 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그런 다툼이나 갈등은 두 사람이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고 본인이 상대에게 실수한 것에 대해서 '미안하다'라고 말할 줄 알고, 상대가 본인에게 양보하고 맞춰주는 것에 대해서 '고맙다'라고 말할 줄 알면 커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이 두 가지 말을 잘하지 못하는 듯하고, 그로 인해 아무렇지도 않게 끝날 수도 있는 문제를 극단적으로 끌고 가는 경향이 있다. 어떤 이들은 '결혼 초기에 상대를 휘어잡고 길들여야 한다'는 식의 구시대적이고 말도 안 되는 얘기의 영향을 받아서 고맙다거나 미안하단 표현을 안 하는데, 배우자가 자신이 기르는 동물도 아니고... 뭘 휘어잡고 길들인단 말인가... 그렇게 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상대가 본인을 휘어잡으려 들면 기분이 좋을까?


결혼생활에는 이처럼 상호 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게 피곤하고, 힘들고, 싫다고? 그렇다면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외롭고 힘들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아도 되나? 아니다. 싱글들도 외롭지 않기 위해 취미활동을 갖고,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삶은, 인생은 원래 노력의 연속이다. 그 노력이 지속 가능한 행복의 방향으로 향하는지, 아니면 끝이 분명한 방향으로 향하는지가 다를 뿐이다.


그런 노력은 쌍방향적이어야 한다. 행복한, 좋은 결혼생활은 일방의 노력만으로, 한 사람이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모든 것을 맞춰주는 방식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 멋진 몸을 만들기 위해서, 또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정작 본인의 가장 중요한 안식처이자 휴식처인 가정과 가족을 행복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그 관계에는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으려 한다.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그냥 이뤄지는 연인도, 사랑도, 결혼도, 행복한 결혼생활도 없다. 관계에도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고, 그 노력은 쌍방향적이어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행복한 연애, 사랑과 결혼을 위해서는 내가 그런 노력을 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하고, 그런 노력을 할 줄 아는 사람을 알아보고 찾아야 한다. 그게 우리가 진짜 사랑을 경험할 수 있는 필요조건이다.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브런치에서 다양한 주제의 글을 씁니다. 혹시라도 감사하게도 '구독해야지!'라는 생각이 드셨다면, 2021년에 제가 쓸 계획(링크)을 참조하셔서 결정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브런치에는 '매거진 구독'이라는 좋은 시스템이 있으니, 관심 있는 매거진만 구독하시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