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좋은 사람'을 만나는 법

사람과 사랑에 대하여. 22화

by Simon de Cyrene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 줘'란 노래가 있는 것은 아마도 사람들이 누군가를 만나고 싶을 때 그 표현을 많이 쓰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좋은 사람'. 참 모호하고 애매한 표현이다. 그리고 장담하건대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 줘'라고만 말한 사람은 절대 '좋은 사람'을 소개받지 못했을 것이다. 이는 '좋은 사람'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기에 소개를 시켜준 사람이 생각한 좋은 사람이 소개를 받은 사람의 관점에서도 좋은 사람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게 얘기해서 좋은 사람을 소개받았다면 그건 주선자가 그 사람을 잘 알아서, 잘 맞을 것 같은 사람을 소개시켜줬기 때문이지 좋은 사람을 소개시켜달라고 했기 때문이 아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운 것은 이처럼 사람마다 '좋은'의 기준이 다를 뿐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도 그 기준이 계속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이들은 그저 착한 사람이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또 어떤 이들은 외모가 착해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지갑과 통장잔고가 착해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또 착하디 착하기만 한 사람은 좋은 사람일 수는 있지만 매력은 없기 때문에 주관적으로 좋은 사람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


이처럼 '좋은 사람'의 기준이 다른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 이유는 우리가 모두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같은 집에서 태어나 같은 부모 밑에서 자란 형제도, 아니 같은 세포에서 분열을 해서 두 사람이 된 일란성 쌍둥이도 완전히 똑같진 않지 않나? 이는 세상엔 '비슷한' 사람은 있어도 '똑같은' 사람은 없단 것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음식을 같은 재료로 해도 다른 맛이 나듯, 사람들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사람'의 기준은 다르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기준은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지게 되어있다.


두 번째 이유는 사람들이 '통념'에 반응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남자의 경제력과 여자의 외모와 나이. 너무 대놓고 얘기했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 사회는 물론이고 적지 않은 국가들에서 이성을 이런 기준으로 평가하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가끔은 천박해 보일 정도로 이런 기준을 노골적으로 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그런 기준에 의해서 사람을 판단하진 않는다. 특히 외모의 경우 주관성이 엄청나게 강한 영역이고, 경제력은 사람에 따라 하한선에 대한 기준이 다르며, 나이는 연상을 좋아하는 사람도, 또래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이런 기준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서 종교, 가정환경, 성격, 취미, 특기, 직업 등 다양한 변수들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요소들 중 어떤 요소를 얼마나 중요시하느냐에 따라 사람마다 '좋은 사람'의 기준이 달라진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내가 생각하고 정의하는 '좋은 사람'을 만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내가 그 '좋은 사람'의 기준에 맞는 사람이 되어야 한단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돈이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그런 사람을 만나는 가장 좋은, 그리고 연애하는 과정과 결혼 후에도 평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돈을 많이 버는 것이다. 이는 돈이 많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식사하거나 어울리는 장소, 즐기는 문화가 비슷하기 때문에 돈이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는 나도 그 부근을 오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한쪽으로 기울어진 관계의 경우 초반에야 두 사람 간에 아무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너무' 기울어질 경우 경제적으로 부족한 사람이 상대적으로 종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관계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는 확률이 높진 않다.


그런 물질적인 측면 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착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나부터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착한 사람들은 착한 사람들 옆에서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나도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줄 줄 알아야 한다. 이는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은 반대로 그에 대해서 어떤 형태로든 피드백을 줄텐데, 내가 그 말을 들을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상대는 내가 쏴대는 말에 지쳐서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다.


만약 내가 돈이 없기 때문에 부자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하거나, 나에겐 요구하는 것 없이 상대가 내게 주기만을 바라거나, 자신의 말은 안 하고 내 말은 다 들어줄 사람을 바란다면 그 사람은 절대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없다. 물론, 짧은 기간의 만남은 가능할 것이다. 심지어 결혼도 가능할 수 있다. 호르몬 작용에 휩싸여서 빠르게 결혼하게 되면 다른 부분들은 느껴지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그런 바램, 그런 기준에서의 '좋은 사람'은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내 옆에 붙어있을 물건이나 지갑을 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건강한 [관계]가 형성될 수 없고, 건강한 관계가 형성될 수 없으면 그 관계가 지속적으로 행복할 수도 없다.


이처럼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건 상대가 어떠한 사람인지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중요하다. 그리고 여러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좋은 사람'을, 그것도 내가 가진 기준에 맞는 좋은 사람을 만나는 건 나이가 들수록 어려워진다. 이는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눈이 높아진다기 보단 몇몇 요소에 대한 고집이 생겨서 까다로워지는데, 그 까다로움을 통과할 사람들은 세상에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린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선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좋은 사람'에서 타협할 수 있는 지점들을 찾고, 덜 까다로워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내게 중요한 것들을 생각해 보고, 그중에 무엇이 더 본질적으로 중요한지, 결혼까지 생각한다면 같이 살 때 가장 중요한 게 무엇 일지를 고민하면서 우리가 포기, 양보 또는 타협할 수 있는 지점들을 늘려가야 한단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절대로 포기하지 못하는 부분들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지점들은 포기하지 않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글에서는 모든 것이 분리 가능할 것처럼 쓰고 있지만 현실은 사실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여러 요소가 결합되어 있고, 그 조합에 따라 그 사람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대부분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잘 모르거나 최소한 어떤 사람과 있을 때 안정되고 대화가 가장 잘 이뤄지는지, 어디에서 타협하고 맞춰야 하는 지를 잘 모르기 때문에 그 '포기하지 못하는 지점'만 보는 미시적인 관점을 갖고 사람을 보다가는 그 사람의 진짜 매력과 좋은 점을 놓칠 수 있다.


예를 들면 '나는 코가 오똑한 사람이 좋아'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사실 코만 오똑한 사람을 원하는 게 아니라 오똑한 코를 갖고 눈, 입, 얼굴형과 조화를 이루는 사람을 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코가 어느 정도로 오똑한 지에 대한 기준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코가 오똑한 사람이 좋단 사람도 코만 엄청나게 오똑하고 조화가 부자연스러운 사람보다는 코가 너무 낮지는 않고 눈, 입, 얼굴형과 더 조화를 이루는 얼굴을 더 선호할 수 있단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난 이거, 이거, 이게 필요해. 그게 내게 좋은 사람이야'라고 엄격하게 정하고 그 조건에 맞지 않으면 잘라내기보다는,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것들의 균형과 조화를 보고, 그만한 사람을 얼마나 흔히, 자주 볼 수 있는지도 고민해 봐야 한다. 그렇게 고민하는 게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린 적지 않은 경우 그 사람을 놓고 그런 고민을 하다가 그 정도 사람을 찾기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 사람에게 부족해 보였던 지점에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는, 덜 중요해지는 경험을 하기도 하기 때문에 나는 정말 고민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생각들도 해볼 것을 권한다.


또 혹자는 사랑은 그냥 꽂혀서 사랑해야지 뭘 그렇게 따져야 하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맞다. 그렇게 사랑해서 잘 맞춰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런데 그게 나이가 어릴수록 감정에 충실할 수 있는 반면,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다 보면 헤어짐과 그 후폭풍이 두려워서라도 내 의지와 무관하게, 반사적으로 이런저런 것들을 따져보게 된다. 그렇게 따져보기 전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돌아보고, 싱글일 때 내가 만나고 싶은 성향의 사람이 나를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다가 호감이 가는 사람을 만나면 타협해 나가는 과정을 거치는 게 그나마 내 기준의 '좋은 사람'을 만날 확률이 높단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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