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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Nov 09. 2021

결혼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

연애, 사랑과 결혼에 대해서는 이제 정말, 시리즈로 글을 쓸 소재는 모두 바닥이 나버렸다. '결혼과 가족에의 이유'가 정말, 정말로 마지막이었을 느낌이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 후에는 또 새로운 소재가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기까지는 이 매거진은 한동안 비워둬야 할 듯하다. 결혼을 한다면 그 과정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을, 아이까지 갖게 된다면 그에 대해서까지 쓸 수 있겠지만 싱글로 쓸 수 있는 건 정말 여기 까지란 생각이 든다. 쓸 만큼 썼다. 


그런 상태가 되다 보니, 4년 반 넘게 그 주제에 대해 쓰다 보니 그 과정에서 단순화되고, 정리되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뻔한 얘기들이지만, 또 뻔한 이야기들은 뻔해지는 데 다 이유가 있기 때문에 다시 한번 기억하고 상기시켜봐도 나쁠 것 없을 듯해서 쓰는 글이다. 


첫 번째는 형식적으로 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중요하지 않은데 사람은 누구나 '내 사람'이라고 믿을 수 있는 공동체가 필요하단 것이다. 인간은 그런 존재다. 어느 인간도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할 능력은 갖고 있지 못하다. 인간은 누구나 누군가와는 함께 기대고, 어깨를 대주며 살아가야 한다. 살기 위해서. 결혼을 하지 않겠단 사람들은 '상대를 어떻게 믿냐'라고 묻기도 하는데, 인간은 신뢰할 수 없는 사람 없이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아니, 살아남아도 그 인생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린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고, 치열하게 사람들을 알아간다. '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배신당한 것만큼 아픈 경험이 또 있을까? 


그래서 사실 결혼에 대한 얘기는 단순히 남성과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이야기여야 한다. 사람은 어떤 존재인지, 인간이 모두 공유하는 특징은 무엇인지를 기반으로 해서 다른 사람들은 없는 나만 같은 특징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단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내가 현실적으로 결혼을 할 필요가 있는 사람인지, 결혼을 한다면 어떤 사람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결론도 자연스럽게 도출되게 되어있다. 사람들이 결혼에 대한 여러 문제의 답을 찾지 못하는 건 그 고민과 고찰의 깊이를 '사람'과 '나'까지 가져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의 형식을 꼭 특정한 형태로 규정지어야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왜 싱글 맘이나 싱글 대디가 있는 가정은 '비정상'인가? 왜 결혼을 해야 하나의 가족이 될 수 있는가? 물론, 싱글 맘이 건강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공동체를 꾸려나가는데도 한계가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정한 형태의 가정만 가족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가족보다 나은, 더 가족 같은 사람들이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많지 않나? 


두 번째는 감정과 성적인 요소는 '촉매제'적인 기능과 역할을 하고, 관계를 더 빨리, 깊게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란 것이다. 상대에게 느끼는 이성적인 호감, 중요하다. 그 감정과 호르몬 작용이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열지 못하는 영역을 열게 해 주니까. 그렇기 때문에 감정과 성적인 요소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그러한 감정과 성적인 요소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건 연애 프로그램들만 봐도 알 수 있다. 고작 며칠 같은 공간에서 보낸 사람에게 푹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감정과 성적인 요소들이 얼마나 얕은 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은 사실... 모든 사람이 새로운 무엇인가에 대해서 느끼기 마련이기 때문에 감정과 성적인 요소만 강조하다 보면 결국엔 지속 가능한 관계는 없단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실 개인적으로 사랑에 대한 글을 감성적이고 감정적으로만 쓰는 것을 좋아하진 않는다. 스킨십이나 섹스를 중심으로 하는 것도 좋아하진 않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글들이 많이 읽히고, 팔린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 '사랑'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고, 건강한 남녀관계가 자리 잡기 힘들 수밖에 없다.  


'가족'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도 마찬가지. 사람들은 '혈연'을 '진화'와 '혈통의 승계를 위한 본능'이라고 설명하려고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혈연'은 '본능'적이거나 '진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원시시대 때부터 생겨온 관습과 문화의 연속 선상에 있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만약 그게 '진화'에 의한 것이라면 모든 인간이 자신의 자녀를 반드시 가지려 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자신의 자녀는 가져야 한단 생각은 애초에 갖지 않고 입양을 하려고 하거나 아이는 아예 갖고 싶은 마음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런 본능이 '생물학적이고, 본능적으로' 있다면 모든 사람들이 아이를 반드시 갖고 싶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그건 '타고나게' 심겨진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심겨진 것이라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그런 맥락에서 봤을 때 '혈연'도 서로를 더 빨리, 강하게 엮어주는 촉매제일 수는 있어도 그게 가족의 본질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혈연, 감정과 성적인 측면은 사랑과 가족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지만 본질적인 부분은 아니다. 그리고 성적은 측면에 대해서는 속궁합을 맞춰봐야 하는 등의 얘기가 많은데... 물론 노력 없이 잘 맞으면 좋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그 문제는 단순히 '타고난 차이' 보다는 서로 표현하는 방법과 맞춰가는 과정을 거치면 처음에는 잘 맞지 않다가도 잘 맞춰져 갈 수 있는 부분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그게 그렇게 단순화해서 규정지어버릴 성격의 것은 아니다. 


이 부분이 세 번째로 이어지는데, 인간은 어쨌든 개인으로 존재한단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이 다른 시대와 우리가 사는 시대의 가장 큰 차이다. 과거에는 개인을 개인으로 존중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었다. 사회가 불안정하고, 외부에서의 위협은 항상 있었고, 근대국가처럼 법치주의와 공권력 작용이 없는 사회에서는 누구도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일단은 '전체가 살고 봐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고,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결혼과 가족도 그런 흐름 안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다. 안전은 국가와 법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지켜주게 되었다. 최소한 우리나라는 그런 면에서는 꽤나 훌륭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그런 사회에서는 '개인'이 존중받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생활에서도 두 사람이 서로를 개인으로서 존중하고, 상대에게 개인적인 시간을 보장해주고 본인도 어느 정도 개인적인 시간을 확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만약 사람이 내가 첫 번째로 강조했던 것처럼 '혼자 지낼 수 없는 성향'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면 그냥 혼자 지내면 된다. 하지만 인간은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고, 감정을 매개로 서로를 조금 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겨서 결혼을 했다면, 결혼 후에도 부부는 두 사람이 개인으로 지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서로에게 확보해 줘야 한다.


그 시스템을 조율함으로써 서로에게 어느 정도는 의지하면서도 또 각자의 영역을 존중해 줄 수 있도록 해야 '건강한 가정'이 만들어질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는 상대가 조금 더 많은 짐을 질 때도 있고, 또 본인이 더 많은 짐을 져야 하는 시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렇더라도 상대가 다른 시점에 나 대신 짐을 또 져주잖아'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그 시간은 꽤나 버틸만할 것이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두 사람이 상대가 본인과 함께 있지 않을 때 하루가 어떨지를 상상해 보고, 공감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아니, 공감까지는 필요하지 않다. 이성적으로 생각만 할 수 있어도 된다. 한 사람이 집안일을 전담하고 다른 사람이 경제활동을 전담한다고 치자. 그렇다면 일하는 사람은 자신이 나가 있는 동안 상대가 집에서 대화할 사람이 얼마나 없는지, 집안일은 개인적인 일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나 본인 개인은 사라져 간다고 느낄 수 있는 지를 머리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집에서 일만 하는 사람은 경제활동을 하면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지도 머리로 따져볼 수 있어야 한다. 그걸 할 수 있다면 집안일을 하는 사람은 퇴근한 사람을 덜 괴롭힐 것이고, 경제활동을 한 사람은 자신이 가진 에너지 레벨 안에서 상대의 대화 상대가 되어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게 이상적이고 건강한 가정이다. 물론, 그게 하루아침에 될 수는 없다. 그렇게 되는 과정에서는 많은 다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패턴이 만들어지면 두 사람은 '따로 또 같이'하는 건강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런 삶만큼 안정되고 행복한 삶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개인으로서 서로를 존중하면서도 맞춰가면서 함께 버텨내 주는 삶 말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대화가 가장 중요한데, 이는 서로 떨어져 보내는 사람들이 상대의 삶을 머리로라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화 외에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연인과 부부간의 대화가 수 천 번을 강조해도 과하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네 번째로 연애도, 결혼해서 꾸린 가정도 '오늘, 지금의 행복'에 더 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연애가 결혼으로 가는 전초기지가 되거나 결혼해서 가정을 꾸린 후에 '돈 많이 벌면...'이나 '우리 상황이 조금 안정되면...'이란 이유로 지금의 행복을 미뤄서는 안 된단 것이다. 결혼은 연애의 목표가 아니라 행복한 연애의 자연스러운 결과물이어야 한다. 그 '행복'이 반드시 확인 또는 검증 가능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실 연애기간이 길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짧게 만나도 그 사람에게서 보이는 모습들과 그 사람이 걸어온 길, 의사결정 내리는 방식, 주위 사람들의 특징을 종합적으로 보면 그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어떨지를 알아가게 될 수 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이 '사람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이 지점에서 적지 않은 분들은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없어서...'라고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내 경험에 의하면 사람 보는 눈이 없는 사람은 없다. 다만, 남녀관계에서는 자신의 감정과 호르몬 작용에 눈이 멀어서 상대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해서 실수를 할 뿐이다. 어떤 이들은 그렇게 눈이 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결혼하고 나면 바뀌겠지, 적응되겠지'라고 기대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사람은 바뀌지 않고 결혼한 후 다툼은 대부분 연애할 때의 연장선에서, 예측 가능했던 부분과 범위 내에서 일어나더라. 지인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그렇다. 재미있는 건... 정작 본인들은 그걸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더라. 


다시 돌아가자면, 연애든 결혼생활이든 완벽할 수는 없지만 현재의 행복을 두 사람 간의 관계에서 최소한 30-40% 이상은 갖고, 안고, 끌고 가야 한단 것이다. 특히 연애는 미래에 대한 생각을 너무 깊게, 많이 할 필요가 굳이 없다. 현재에 집중하고, 현재 부딪히고 갈등이 발생하면 그 갈등에 충실하면 된다. 왜냐고? 그런 류의 문제가 결혼 후에도 생길 것이기 때문에. 본인이 결혼에 대해 어느 정도 이상 진지하다면, 일단 현실에 충실하면서 그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되 감당 안 되는 부분까지 안고 가려고 하지만 않으면 된다. 


결혼생활도 마찬가지. 미래, 미래만 얘기하느라 현재의 행복을 무조건 억누르면 금수저가 아닌 이상 두 사람의 관계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정말 원한다면 사실 호텔에서 몇만 원 하는 빙수, 몇 십만 원 하는 호캉스 한 번씩 가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말 원해서 갔다면 그때의 좋았던 기억과 감정은 2-3달은 갈 것이고, 한 번씩 그렇게 지르고 나서 두 사람이 다툴 때 그때의 기억으로 화해를 할 수 있다면 그 정도 비용은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친구 한 명이 결혼한 후에 자신이 취미생활을 같이 안 한단 이유로 아내가 화를 낸다며 짜증을 낼 때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의 취미생활은 일요일 오전에 하는 것이었는데, 사실 그거 하나 허락해 주면 나머지 시간을 본인이 주도권(?)을 쥘 수 있을 텐데 왜 그걸 허락해주지 않는 건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상대가 그런 취미생활을 하면, 본인도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다른 일정을 확보하면 되지 않을까? 애가 생긴 후에도 마찬가지다. 만약 부부가 월 1회씩 돌아가면서 독박 육아를 한 번 하고 상대에게 주말에 한 번 완전한 자유를 준다면 두 사람의 월 1회의 희생으로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을 텐데 독박 육아가 싫어서 서로 현재의 행복을 갉아먹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 즈음에서 마지막 생각을 정리해야 할 듯한데 그건 '맞출 수 없는 관계는 없다'는 것이다. 맞출 수 없는 '사람'은 있지만 사실 맞춰나갈 수 없는 관계는 없다. 본인이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사람과는 맞출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사람은 결혼을 하기 전에 뜰채로 걸러내야만 한다. 나를 사랑한다면 이렇게 해줘야 한다던지, 다른 커플은 이렇다는 식의 얘기로 상대의 희생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교묘하게 얻어내려는 사람과는 절대 행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이룰 수 없다. 그런 사람은... 연애하면서 걸러내야 한다.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맞출 수 없는 관계는 없다. 다른 커플이나 부부가 하지 않는 방법이거나 본인이 익숙하지 않은 방법을 통해서라도 맞춰나갈 수 있는 방법은 노력하면 분명히 찾을 수 있다. 위에서 설명한 월 1회씩 독박 육아를 놓고 생각해 보자. 물론, 본인 혼자 아이를 보는 주말은 굉장히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 아이를 보면서 본인 혼자,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주말을 상상해 보자. 얼마나 행복한가? 행복을 먼 미래로 미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 정도로 단기적으로 미루는 것 정도는 괜찮다고 나는 생각한다. 거기다 본인이 자유로울 때는 상대가 독박 육아를 하는 것이니 공평하기까지 하지 않은가? 이렇게 하는 게 처음에는 적응도 안되고, 특히 아이를 보는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자유를 줘놓고 중간중간에 연락을 하겠지만 몇 달을 그렇게 버티다 보면 서로 아이를 잘 볼 수 있게 되어서 그 패턴이 자리를 잡을 것이다. 


맞추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대부분 사람들이 그런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 문제가 생기면 감정적으로 폭발하거나 상대를 찌르는 말과 행동을 한다는데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세상에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 게 뭐가 있나? 돈을 많이 벌고 싶어도,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가고 싶어도 인고의 시간은 필요하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은 무엇을 보면서 그렇게 버틸까? 그 끝에 달콤한 열매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정의 열매는 무엇일까? 언제, 어디에서나 내 편인 사람,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기 위해서는 서로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데, 두 사람이 '함께' 노력한다면 맞춰갈 수 없는 관계는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연애와 결혼을 결정하는 과정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오가고 온갖 장애물이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걸 넘어서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었다면, 그 정도 장애물들을 넘어섰다면 그 관계에서는 두 사람이 함께 노력하면 두 사람은 서로의 편이 될 수 있도록 맞춰갈 수 있다. 상대가 그러지도 못할 정도로 다른 사람이었다면 결혼은커녕 연애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주위에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면서 그러한 노력을 할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듯하다. 그리고 신혼 때는 엄청나게 싸우다가 안정기에 들어서는 부부들을 보면 2-3년 정도 걸리는 듯하더라. 물론, 두 사람이 같이 노력하고 맞춰가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의 얘기다. 2-3년을 투자해서 몇십 년 동안 내 편인 사람을 확보할 수 있다면 할만한 투자가 아닐까? 


이렇게 말은 하지만 사실 나이가 든 싱글, 노총각이 되어 나이가 더 먹을수록 '내가 누군가와 한 공간에 살면서 맞춰갈 수 있을까?'란 생각을 꽤나 자주 한다. 그런데 또 동생이랑 둘이 살아보니, 그게 불가능하진 않겠단 생각도 들더라. 사실 쉽지는 않은데, 짜증 날 때도 있는데 한 번씩 브레이크를 잡고 감정에서 한 걸음 떨어져서 보면 최소한 부딪히지는 않으면서 살아지고 혼자 사는 것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게 낫겠더라. 


상대도 상대지만, 더 중요한 건 내가 상대와 어디까지 맞출 수 있는가?이다. 나이가 들어도 주위에 매력적인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조금 더 신중하게 되고, 내가 어디까지 맞출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되더라. 어렸을 때는 기회도 많고, 1-2년 정도 연애하고 헤어져도 타격이 크지 않지만 이젠 한 번 헤어지고 나면 그 대가가 더 크기 때문에. 남자는 다르다고? 아니다. 나이 든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젊은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그렇다 보니 나이가 들수록 사람을 만나는 게 쉽지 않지만, 또 그만큼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기 때문에 선택에 있어서 실수를 할 확률도 낮아지고, 결혼한 후에도 더 잘 맞춰갈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은 생긴다. 나이가 들었다고 다 그런 것도 아니고, 완벽해졌다고는 할 수 없지만 최소한 어렸을 때보다는 사람의 성향을 알아보는 눈도 생기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조금은 더 잘 알게 되었기 때문에. 


또 그렇기 때문에 나이가 든 싱글, 노총각이 된 게 나쁘진 않다고 생각한다. 싱글로 있었기 때문에 누릴 수 있었던 것들도 분명 있으니까. 하지만 또 먼 미래를 생각해 보면... 결혼을 해서 아이를 가질 생각이 있다면 이왕이면 빨리 하는 게 나은 것도 또한 분명하다. 그러면 나이가 들어서 그만큼 더 빨리 자유로워질 테니까.


길게 보면 인생은 생각보다 공평하다. 얻는 게 있으면 반드시 잃는 것도 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브런치에서 다양한 주제의 글을 씁니다. 혹시라도 감사하게도 '구독해야지!'라는 생각이 드셨다면, 2021년에 제가 쓸 계획(링크)을 참조하셔서 결정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브런치에는 '매거진 구독'이라는 좋은 시스템이 있으니, 관심 있는 매거진만 구독하시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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