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장

by Simon de Cyrene

친한 친구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오랫동안 아프셨고, 친구도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휴직을 꽤나 오랫동안 했기 때문에 얼마 남지 않으셨단 건 알았지만 여전히 마음이 아파왔다.


그 소식을 알리는 문자에는 코로나로 인해 조문은 사양한다고 쓰여져 있었고, 그래서 연락을 받자마자 문자에 있는 계좌로 조의금은 보냈지만 그래도 친구가 신경이 쓰였다. 더군다나 부부가 신입으로 들어갔던 회사에서 같이 친하게 지냈기에 아무리 그래도 마스크를 잘 쓰고 찾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문제는 내가 급하게 나오는 바람에 옷이 엉망이었다는 것. 밖에서 촬영할 때 입으려고 사서 등산 갈 때도 입는 짧은 패딩에, 청바지, 스니커즈... 친구는 괜찮다고, 옷을 어떻게 입는지가 뭐 중요하냐고 했지만 옷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나는 사실 복장에 크게 신경을 쓰는 편은 아니다. 아예 신경을 쓰지 않는 건 아니지만 어떤 모임이든 최소한으로 TPO에 맞춰서 입되, 정석대로 입는 편은 아니다. 편한 게 좋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소한 지금까지는 허례허식을 싫어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해 왔다.


예를 들면 나는 결혼식에 갈 때 당연히 청바지에 후드를 입고 가지는 않지만 청바지에 위에 간단하게 재킷이나 셔츠를 입는 정도의 복장으로 가곤 했다. 내 결혼식도 아니고, 결혼식에서 나를 주목하는 사람도 없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부분에서만 예의를 어느 정도 갖추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는 형 중에 결혼식이나 공식행사에는 최대한으로 차려입으면서 TPO를 맞추는 형이 있었는데, 그 형은 내게 '너는 네 결혼식에도 사람들이 그런 복장으로 와도 상관없겠냐'라고 묻기도 했었다. 나는 당당하게 '그렇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그랬고, 그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어떤 일이든 내가 메인인 행사에 와주는 사람들도 기본만, 과도하게 자유롭게 입고 오지만 않으면 크게 상관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복장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개인적으로 결혼식에는 가지 않아도 장례식장에는 최대한 찾으려는 편이기도 하고, 장례식장을 결혼식보다 더 엄숙하게 여기기도 하지만 상주인 친구가 그냥 와도 된다고, 본인도 어제 후드티 입고 빈소를 지켰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복장이 마음에 걸려서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장례식장을 찾았다.


장례식장은 내가 입고 있던 옷을 그대로 입고 갔다면 내가 있던 곳에서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일, 모임도 코로나로 인한 제한시간은 9시를 꽉 채운 상황이었다. 집에 도착하니 9시 40분, 잠시 할 일을 챙기고 옷을 갈아입고 나니 10시, 장례식장에는 11시에 도착했다. 친구는 옷을 갈아입고 온 나를 보고 '안 그래도 되는데!'라고 했지만 왠지 그러고 싶었다.


12시를 넘어 집에 돌아오면서 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를 계속 돌아봤는데, 결국은 '마음'이었다.


그냥 갈 수도 있었다. 그냥 갔어도 그걸 오랫동안 기억하고 내게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얘기를 들어보니 일찍 갔다면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도 있었겠더라. 나만 생각한다면 그냥 편하게 입고 가는 게 맞았고, 그랬더라도 어쨌든 장례식장까지 찾아간 나를 판단하거나 하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 친구와 우리 둘을 같이 아는 지인들에게 그 정도 신뢰는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뭔가 일이 있어서 그런 복장으로 왔다고 생각해 줬을 것이다.


하지만 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장례식장에 가는 건 상주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달래주고, 위로해주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단순히 장례식장에 방문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으로 마음을 나누고 싶었다. 그리고 그걸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나도 함께 아픔을 공유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에 맞는 복장을 하고 가는 것이었다.


모든 것에 솔직한 편이다. 그래서 청첩장을 받았다고 해서 결혼식에 무조건 참석하지는 않는다. 물론, 청첩장을 직접 받으면 결혼식에 참석해야 한단 부담은 생기기에 연락이 오면 고마움만 표현하고 링크로 청첩장을 받는다. 또 반대로 청첩장을 직접 받지 못했어도 연락을 받았다면 내가 정말 축하해주고 싶은 사람 결혼식에는 참석을 하고, 축의금은 내가 돌려받을 수 있는지 여부는 계산하지 않고 내 마음과 형편이 닿는 대로 내는 편이다.


축의금이나 조의금도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지만, 이는 복장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도 결혼식의 경우, 특히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는 결혼식에는 완벽하게 차려 입고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수의 가까운 사람들만 참석하는 결혼식이거나, 정말 친하고 본인에게 특별한 사람의 결혼식이라면 복장도 조금 달라지는 게 맞지 않을까? 우리의 마음을 겉으로 표현할 수 있는 건 복장 밖에 없으니까.


장례식장과 같이 더 개인 간에 접점이 많이 일어나고, 더 마음을 쓰게 되는 장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 장소에서 복장은 단순히 외관이 아니라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고, 그렇기 때문에 복장은 꽤나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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