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지 물어보세요'의 약자인 [무물보]. 인스타에서 주로 연예인들이나 인플루언서들이 하던 것을 이제는 계정이 공개된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것을 보고는 한다.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했지만, '무물보'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조금씩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관심을 갈구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누구도 먼저 물어오지 않는데, 자 이제 내게 관심 좀 가지고 뭐라도 물어봐달라고 하는 느낌이랄까? 안 그래도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콘텐츠가 주를 이루는 인스타에서도 '무물보'는 조금 더 관종적인 느낌을 주는 건 어쩔 수 없다. 보여주는 것을 넘어 '자, 내게로 다가와'란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거니까.
그에 대한 예외가 있다면 그건 아마도 관심을 받는 것 자체가 업인, 관심을 받기 때문에 돈을 버는 사람들일 것이다.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 그들은 업의 특성상 그런 활동을 할 수밖에, 아니, 해야만 한다. 이는 그들의 업이 태생적으로 그런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은 왜 돈을 많이 받고, 버는가? 그건 그들을 찾고 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들이 사용하는 매체에 광고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보기 때문이다.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은 냉정하게 얘기해서 '가치 있는 광고판'이고, 그 가치에 따라 돈을 벌기 때문에 그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그런 활동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 있지 않은 사람들이 하는 '무물보'는 죄송하지만 관심을 갈구하는 것으로만 보인다.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려는 게 이상하거나 부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다. 사실 모든 사람들은 누군가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지 않나? 물론 모든 사람들이 유명해지고, 다른 사람들이 알아봐 줬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관심은 부담스럽고 불편해서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런 성향을 갖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는 관심을 받고 싶어 한다. 아주 보수적이고, 정말 관심받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만큼은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문제는 이런 관심을 너무 갈구하거나 그런 관심에 취하기 시작하면 본인을 잃어버리고, 주위에 귀를 닫기 시작할 수 있단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과도하게 갈구하는 사람들은 그 관심을 얻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맞추는 경우가 있다. 처음부터 그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금씩,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한 두 개를 그렇게 맞추고 바꿔가다 보면 그런 사람은 어느 순간부터 본인이 본래 어떤 사람인지는 잃어버린 상태로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지에 초점을 맞추고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고 있는 것을 우리는 보게 된다. 많은 연예인들은 그렇게 살도록 기획사들에게 요구받고, 그렇게 지내다 보면 우울증에 걸리고 힘들어 할 수밖에 없다. 자신을 잃어버리고, 모든 신경이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고 관심을 받을지에 쏠리는데 어떻게 망가지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렇게 처음부터 관심을 쫓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이상의 관심을 받기 시작해서 그 관심에 취한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보통 본인의 세계에 빠져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지 못하거나 본인이 무조건 옳다는 아집이 강화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하는 방식대로 해서 어느 정도의 관심을 받다 보니 자기 확신이 너무 강해져서 경주마처럼 본인이 보는 길만 보면서 달리게 되는 사람들을 주위에 적지 않게 보게 된다. 사실은 그 주위에서 자신에게 긍정적인 관심을 갖는 사람들보다 '도대체 왜 저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자신의 아집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주마처럼 시야가 가려진 그런 사람들은 고집스럽게 본인의 세계에만 집중하고 그 안에서 살며 벗어나지 못하곤 한다.
이렇게 관심에 대해 확신에 차서 말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두 유형의 사람이 모두 되어봤기 때문이다. 학부시절에 했던 한 대학생 활동에서 나는 그 공간 안에서 블로그 글로 엄청난 반응을 받았는데, 그 활동이 끝난 후에 그 블로그 글을 모두 지운 적이 있다. 쓸 때는 몰랐는데 활동이 끝난 후에 마지막 회식을 끝내고 알코올 기운이 살짝 남아있는 상태에서 내가 썼던 글들을 보니 관심에 취해서, 남들이 관심 가질만한 방향으로만 글을 맞춰서 쓰고 있었더라. 그런 나 자신이 혐오스럽게 느껴지고, 그런 내 글들이 싫어서 그 글을 모두 지웠던 적이 있다. 그 글은 진짜 내 안의 생각과 자아가 아니라 남들의 관심을 쫓아가는 내 모습이 담겨 있었다.
나는 그것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관심으로 인해 아집을 가진 사람으로 산 기간이 더 길었다. 내게 가혹할 정도로 좋은 말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주위에 있었지만 일반적인 사회적 관점에서는 또래에서 가장 잘 나가는 축에 속한 삶을 30대 초반까지 살면서 주위에서 나를 치켜세워주고, 가만히 있어도 소개팅 제안을 해줄 때 나는 내가 거의 항상 옳다는 자기 확신에 취해 살았다.
나의 그런 모습을 직시한 후부터 나는 남에게 관심받는 것을 극도록 경계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 안에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받는 것을 즐기고, 본능적으로 관심을 받기 위한 행동을 하려는 성향이 사라진 건 아니다. 그런 성향은 어느 정도는 타고나는 것이어서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다. 최근에 시작한 유튜브에 '자의식이 과잉하다'는 댓글이 달렸을 때는 그 댓글에 분노하기도 했는데, 그 댓글이 계속 뇌리에 남아서 그 영상을 다시 돌려보니 그 영상에 나의 그런 성향이 묻어났더라. 그래서 그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내가 관심받는 걸 즐기는 성향이 강하단 것을 인지한 후에는 이처럼 나에 대한 주위의 얘기들을 흘려듣지 않는다. 주위에서 어떤 평가를 들으면 그걸 가깝고 신뢰하는 직언하는 지인들 몇 명에게 물어보고, 그들이 모두 내게 어느 정도는 그런 면이 있다고 하면 그 부분은 경계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지만, 그런 면들이 나를 잡아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기 확신이 꽤나 강한 편이란 것을 알기 때문에 반대로 '내가 틀릴 수도 있어'라고 생각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특히나 콘텐츠를 만드는, 글이나 영상, 음악, 미술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항상 관심을 쫓거나 관심에 취해 과도한 자기 확신을 갖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가장 적나라한 이유를 대자면, 그런 사람이 만든 창작물은 단기적으로는 성공을 거둘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때 유명했지만 몰락한 창작자들은 대부분 과도한 자기 확신을 갖고 있거나 자신의 것은 없이 관심만 쫓아가던 사람들이다. 과도한 자기 확신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세계에 매몰되어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기 시작하면서 몰락의 길을 걷고, 오늘날처럼 사람들의 관심사가 다변화되어 있고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에서는 관심을 쫓는단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보니 그런 사람들은 오래 살아남을 수가 없다.
결국은 균형이다. 주어진 관심은 감사하게 받되 그건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자신의 내면을 지키고 계속 돌아보면서, 성찰하면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 자신의 코어는 지키면서도 세상과, 다른 사람들과 어느 정도는 타협하면서 맞춰 사는 것. 관심받는 게 무조건 선한 것이라 여겨지는 세상에서는 그렇게 자신을 의심하고 돌아보면서 경계하며 살아야 한다. 그래야 나도 망가지고 주위에도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으니까. 무엇인가를 창작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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