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하든지, 무엇에 대해서든지 '왜?'를 많이 묻는 편이다. 이해가 되지 않으면 정보나 사실이 머리에 잘 남아있지도 않는다. 나는 얼굴은 잘 기억하는 편인 반면 이름은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인데, 도대체 왜 그런지에 대해서도 '왜?'를 묻다 보니 내가 시각정보는 잘 입력하고 기록하는 편인데 이름은 이해하는 게 아니라 그냥 매칭 시켜서 외워야 하는 것이다 보니 내가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듯하단 결론을 내렸다.
시각정보는 잘 입력하고 기록하는 건 어떻게 아냐고? 5학년 때 아버지 직장을 따라 처음 중국에 갔을 때, 중국어를 읽기는커녕 알아듣거나 말할 줄도 모르는 상태에서 등교한 지 1-2주 밖에 안됐던 시점에 막히지 않아도 택시로 20-30분은 걸렸던 거리를 걸어서 집까지 온 적이 있으니... 시각정보는 잘 기억하는 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하던 얘기로 돌아가자면, 그렇게 '왜?'를 묻는 습관은 사람을 꽤나 피곤하게 만든다. 이는 '왜?'라는 질문은 계속 파고들다 보면 결국은 본질을 찾아가는 길을 향해 가는데 본질을 알기 위해서는 꽤나 많은 정보와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고민은 필연적으로 귀납적인 추론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고, 어떤 것에든 항상 '예외'는 있다 보니 어떤 것이 보편적인 패턴이나 진리, 진실에 가깝고 어떤 것이 예외에 해당하는지도 분류해 내기 위해서는 꽤나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작년 말에 한국어로 하는 유튜브 채널을 만든 후부터는 '영상을 만드는, 유튜브의 본질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왔고, 그에 대한 내 결론을 내린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 본질에 대해서는 '이런 게 아닐까...' 정도의 생각을 만들어 나가고 있던 중에 GOD의 멤버인 박준형 씨가 하는 채널 두 개를 보면서 '그래, 그게 맞는 것 같다'는 결론을 일단은 잠정적으로 내리게 되었다.
박준형 씨는 유튜브 채널 두 곳에 메인 캐릭터로 출연한다. 핫한 곳들을 찾아가는 '와썹 맨'과 자동차에 대한 내용들을 다루는 'Cartureman'. 구독자는 전자가 월등하게 많은데 박준형 씨는 Cartureman에서 훨씬 신나 보이고, 자연스럽다. 무엇이 그 차이를 만들까? 와썹 맨은 JTBC의 콘텐츠 제작사에서 기획하고 만들면서 박준형 씨가 출연하는 예능 채널인 반면 Cartureman은 박준형 씨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차에 대한 본인의 얘기를 마음껏 풀어놓는 채널이다. 둘 다 일에 해당하지만 '인간 박준형'의 모습은 사실 와썹 맨 보다 Cartureman에 잘 드러나고, 그렇다 보니 박준형 씨는 Cartureman에서 더 자연스럽고 편해 보인다. 그는 실제로 몇몇 영상에서 문제가 되지는 않을 수준의 투덜거림으로 JTBC에 대한 불평을 하기도 하더라.
유튜브의 시작은 '개인들의 이야기, 개인들이 만든 영상들을 공유하는 플랫폼'이었다. 그리고 초창기에는 실제로 사람들이 '무료로 영상을 담을 수 있게 해 준다'는 이유 때문에 유튜브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기업이 지속 가능해야 하다 보니 수익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광고'를 도입하면서 창작자와 플랫폼 소유자가 수익을 나눠가지기 시작했고, 그 수익이 어느 정도 이상으로 발생하는 채널들이 생겨나자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들도 유튜브를 수익창출 '수단'으로 삼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튜브의 본질에는 사실 '개인 창작자들이 자신의 영상을 보관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사실 박준형씨의 두 채널 중 'Cartureman'이 더 유튜브의 본질에 가까운 채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실 개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은 '개인의 이야기나 생각을 영상으로 표현해서 공유하는 것'이어야만 한다. 그래야 유튜브의 '본질'에 부합하는 영상들이 만들어질 수 있고, 또 그래야 '좋은' 영상들이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유튜브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되면서 '콘텐츠'가 아니라 '무조건 수익'을 많이 내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삼는 사람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의미가 있는 영상을 꾸준히, 지속적으로 만드는 건 힘들다 보니 쉽게, 빨리,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자극적인 영상들을 만드는 사람들이 급격히 증가했다. 지금의 유튜브는 그런 영상들이 점령한 느낌이 들 정도다.
나 역시 그랬다. 부끄럽지만 3년 전에 처음 유튜브에 영상을 만들어 올렸을 때 마음과 생각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수익은 나면 좋지만 일단 기대하지도, 생각하지도 말고 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들을, 그림들을 영상으로 만들어서 공유한다고 생각하고 영상을 만들기로 했다. '본질'에 충실한 작업일 것이고, 빨리, 많이 되지 못해서 그렇지 그런 작업은 시간과 노력이 누적되면 언젠가는 빛을 본다고 생각하기에 '지속 가능한' 작업을 하기로 했다.
유튜브나 영상만 그럴까? 아니다. 사실 브런치에서도 마찬가지다. 팔릴 글, 조회수를 높일 글을 쓰다 보면 글이 자극적이고, 껍데기만 남은 글을 쓰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
투자도 마찬가지. 투자의 본질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부동산에 대한 투자의 본질은 토지의 경우 토지가 위치한 주위 지역을 사람들이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곳으로 개발하는 것이고, 건물에 대한 투자는 그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그 목적을 더 잘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이후 금전적인 이익은 잘 개발되고, 다듬어진 환경을 사용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부수적인 효과'이지 본질은 아니다.
이는 주식 투자 역시 마찬가지. 주식에 대한 투자는 '그 회사의 일부를 내가 소유하는 것'이고, 그 회사가 잘 될 것을 믿고 나도 그에 힘을 보태고 싶어서 하는 것이 '본질'이다. '좋은 회사'에 그렇게 힘을 실어주다 보면 그 회사가 잘되면서 내게 수익이 생기겠지만 그건 '본질에 충실한 부산물'이지 본질적인 목표는 아니다.
'가상화폐'는 그 목적이 조금 다르다. 개인적으로 가상화폐는 일종의 신기루와 같은 믿음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가상화폐는 '인간의 개입으로 인해 왜곡되는 시장을 바로잡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가상화폐를 최초에 개발한 사람들은 정부 정책 와 개입이 자본의 흐름을 왜곡하고, 그에 따라 발생하는 비효율과 잘못된 자산분배를 바로잡고 싶어 했다. 그런 믿음이 '신기루'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들의 믿음은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존재'라는 것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마치 정부의 개입만 없애면 경제학 교과서에 말하는 세상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여기는 듯한데, 인간은 그렇게 합리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다는 건 역사가 입증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상화폐가 투기 그 이상도 이하도 되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건 인간은 욕구와 욕망에 흔들리는 존재이기 때문에 가상화폐 시장이 가상화폐를 처음에 개발한 사람들의 이상이 실현되기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상화폐는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면 사회와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부족한 이상주의적인 공대생들이 만들어 낸 세상인 느낌이 없지 않다.
가상화폐와 같은 불안정한 세계가 왜 만들어지는 것일까? 개인적으로는 본질에 집중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우리 사회에서는 본질을 생각하고 들여다볼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가상화폐와 같은 세상이 만들어지고, 부동산과 주식 투자가 본질과 무관한 투기장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된 느낌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를 본질로부터 멀어지게 할까? 유튜브, 부동산, 주식 시장과 가상화폐의 공통점은 한 가지밖에 없다. 그건 '돈'이다.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은 욕구와 욕망에 눈이 멀어서, 그것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면서 본질에서 점점 멀어진다. 돌아보면 우리 사회도 그래 왔다. '경제 개발'과 '생계'라는 문제에 집중하느라 가족과의 관계와 시간은, 친구와 지인들과의 관계는 뒤로 하고 달려오다 보니 나이가 들어서는 주위에 사람이 남아있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것은 우리가 돈과 경제적인 풍요로움에만 집중하고 눈이 멀어 '사람의 본질'은 무시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질에서 멀어지는 선택을 반복하는 삶은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이룰 수 있을지 몰라도 '지속가능'하지는 않다. 이는 본질과 반대로 향하는 선택은 기초를 부실하게 만드는 반면 본질을 지키는 선택은 기초를 쌓고, 다지기 때문이다. 본질에서 멀어지는 선택 위에 올려진 성취는 그 선택이 반복되고 쌓일 수록 부실해지고, 언젠가는 그 부실함의 누적으로 인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게 짧으면 몇 주가 될 수도 있지만, 몇 년, 몇 십년이 될 수도 있다. 그래도 몇 년이나 몇 십년을 버틸 수 있다면 해볼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게 언제 무너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선택들이 누적되면 될수록 무너질 때의 충격도 크고 비참할 수밖에 없다.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돈도 중요하다. 때로는 본질적인 부분을 일부 타협하면서 돈을 쫓아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돈과 다른 가치 중에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섰을 때 '항상' 돈을 선택하는 것은 우리를 망가뜨리고 본질에서 멀어지게 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사람의 본질과 필요를 생각하면서 어떤 가치가 본질에 더 가까운 지를 고민하며 살아야 균형을 잡으며 살아갈 수 있다. 그 길은 꽤나 지난하고,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사실은 그게 지속 가능하고 본질을 지켜내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과정은 꽤난 지난하고 힘들겠지만 그 길을 가야 본질을, 가장 중요한 것들을 지킬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런 선택을 하기 위한 노력과 고민을 하기 위해 발버둥 치며 산다. 그 길을 가는 사람이 많아질 때 우리 사회도 더 좋은 방향으로 갈 것을 알기 때문에. 그게 내가 '공부하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놓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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