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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Sep 27. 2022

사랑에 대한 글을 써온 이유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이 글의 내용은 '사랑학개론'에 녹일 내용들이다. 개인적으로 일이 너무 많아 몸도, 마음도 지쳐서 브런치에 글을 도저히 쓸 수 있는 상태도, 상황도 아니라 내용을 정리하진 못했지만 머리에선 계속 이 생각이 맴돌아 일단 글로 한 번 풀어내자... 싶어서 쓰는 글임을 참고 부탁드린다.


브런치에서 몇 번이나 했던 말인데, 브런치에서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이 주제에 대한 글을 쓸 생각은 아니었다. 연애, 사랑, 결혼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하게 된 것은 ‘스킨십’에 대한 얘기들 때문이었다. 나도 남자지만, 남자들이 스킨십에 대해서 하는 얘기들에 염증을 느꼈고, 여사친이 많다 보니 여사친들에게 공통적으로 들은 얘기들이 있어서 그 얘기를 남자들만 있는 자리에서만 하면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라거나 '네가 뭔데?'라는 식의 반응들이 와서 화가 났던 기억이 너무 깊게 각인되어 이 주제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 그게 시작점이었다.


물론, 모든 여성들이 내가 들은 얘기들과 같은 생각을 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믿고, 받아들이길 기대하진 않는다. 다만, 최소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정도의 반응을 하는 건 상식적이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에 대고 항상,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라고 반응하는 것에 분노했고, 이래서 우리나라에 성적인 문제가 이렇게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스킨십이나 성적인 부분에 대해서 진지하고 깊게, 어떻게,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는 것 같아서 이 시리즈를 시작했다. 이 내용에 대한 글을 쓰기 몇 달 지나지 않아 [스킨십 끝까지 해야 하나?]라는 글에서 쏟아냈던 글에 나의 감정이 가장 많이 들어가 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성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터부시 되어 왔다는 데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리고 나는 성과 스킨십은 아름다운 것이며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혼전'순결'이라는 표현도 좋아하지 않는다. 섹스를 하면 더러워진다는 것은 매우, 매우 남성주의적인 시선이고 폭력적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런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처럼 유튜브나 방송에서 성적인 얘기들이 가볍게, 쾌락적이고 오락적인 측면으로, 기술적인 방식으로만 다뤄지는 좋아하지도 않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런 방식의 콘텐츠는 사실 성적으로 개방적인 사회에 어울리고, 우리 사회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내용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콘텐츠는 성적으로 보수적인 사회에 대한 반감으로 성을 가볍게 여기고 오락과 쾌락적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자기 확신을 주고, 성적으로 보수적인 사람들에게는 '내가 잘못되었나?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갖게    있기 때문에 성에 더 개방적인 나라에는 맞을 수 있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 건강하고 필요한 콘텐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킨십과 섹스의 쾌락적이고 오락적인 측면을 부인하거나 그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그런 부분들도 중요하고 필요하다. 그런데 스킨십과 섹스를 오락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그전에 스킨십과 섹스가 개인의 심리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고, 상대에 대한 존중이 전제되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우리 사회는 그에 대한 얘기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은 건너뛴 느낌이라 스킨십과 섹스를 소재로 하는 콘텐츠들이 불편하다. 그런 식의 콘텐츠가 성에 대한 '건강한 지식과 논의'의 창을 열어주지는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한 나의 생각이 직간접적인 경험에 기반한 것이라면 사실 결혼과 이혼에 대한 내용은 내가 경험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이야기여서 그에 대한 글을 쓰는 건 매우, 매우 조심스럽다. 나이가 없지 않고, 지인들도 많은 만큼 다양한 케이스들을 듣고, 그 얘기들을 종합하고 분석해서 내 나름대로의 답을 제시해보지만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게 맞을지... 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다행히도 결혼과 이혼을 하신 분께서 내게 '아니, 어떻게 이혼은커녕 결혼도 못해 본 사람이 결혼이랑 이혼에 대해서 그렇게 잘 아느냐'라고 물어보셔서... 내 생각이 적어도 완전히 틀리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계속 글을 써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내가 그에 대해   아는 것처럼 보일  있는 것은, 아니 어쩌면 내가 실제로 결혼이나 이혼을   사람들보다 그에 대해서 머리로는     있는 것은 그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결혼이나 이혼을   사람들은 모두, 한결 같이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시키고 다른 사람의 경우는  듣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과 달리 나는 경험을 해보지 않았다 보니 계속 고민을 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듣고 접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조금은  '객관적'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들 중 대부분은 자신의 현실에 매몰되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귀을 기울일 여유가 없기 때문에 그들이 ‘객관적’이 되기는 힘들다.


내가 쓰고 있는 '사랑학개론'이라는 시리즈는 사랑에 대한 나의 생각들이 담겼다. 나는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시리즈를 놓지 못하고 계속 쓰는 , 누군가는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해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최대한 차갑게 쓰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고민의 시작점이 되어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시리즈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리즈를 읽으시는 분들이 나의 생각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생각이 무조건 틀리다고 치부하고 무시하지만 않아주시기를 바란다.  생각의 결을  ,   뜯어보며 비판적으로 분석해보시기를 기대한다. 이는 그러다 보면 나의 생각과 본인의 생각이 다른 점과 나의 생각과 본인의 생각의 틀린 점들이 구분되고,  나의 생각이 다르다고 해도 이해는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리즈에도 썼지만 나는 '사랑' 아니면 우리가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랑' 관련된 것들을 너무 가볍게, 그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제대로 하지 않고 결론을 지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언제부터 '연인'으로 구속되어도 될지도 그렇고 스킨십, 결혼, 이혼, 출산에 대한 부분들도 그렇다. 충분한 고민을 하지 않고 자기중심적으로, 또는 물질적인 부분만을 고려하고 결론을 지어버리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경험은커녕 고민도 하지 않고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 그렇게 결론짓는 용기가 가끔은 무섭게 느껴질 정도로...


그런데 그 모든 결론들은 그와 관련된 사람들은 물론이고 자신에게도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킨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한 번쯤 물러나서 진지하게 사랑과 결혼과 연애에 대한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쓰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어제 친한 형과 나눈 대화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기 때문이다. 나의 연애와 결혼에 대한 얘기를 하던 중에 그 형은 그 대화의 마무리를 '결혼을 하면 애는 무조건 가져야 돼'라고 했는데, 그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애를 좋아하기는커녕 결혼도 하고 싶어 하지 않았던, 결혼하고도 아이를 갖고 싶어 하지는 않았던 형이었기에 그 말이 계속 생각난다.


 얘기를  형에게만 들었다면  영향이  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아는 지인들 중에 아이는커녕 결혼에도 시큰둥했던 사람들이 결혼하고 아이가 생긴 후에는 '아이를 갖지 않으려면 굳이 결혼을  필요가 없고, 아이를 갖는 것만으로도 결혼은 충분히 할만하다'라는 말을 내게 이미 했었다. 정말 피곤하고, 힘든 것도 맞는데, 부담이 되는 것도 맞는데, 아이가 주는 다른 모든 것이 그걸 상쇄한다고 하더라. 그들  대부분은 자신이 부모가  자격도, 준비도, 인격도  갖췄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설득할 자신이 있고, 그에 대한 내용도 시리즈에서 다룰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걸 머리로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아이를 갖기 전에는 그걸 완벽하게 알 수 없다. 지인들이 그렇다고 하니 내 생각이 맞다고 믿고 그에 대한 글을 쓸 수밖에 없다.


빨리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하고 쓰고 싶은 글들을 쓰고 싶다. 10월이 되면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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