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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Aug 30. 2022

공무원 임금 수준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들

*이 글은 이 글(링크)을 쓴 이후 공무원 분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비난하고 비판하는 메시지를 보내와 갑갑한 마음에 쓴 글입니다. 제 대나무 숲에 쏟아내듯 쓴 글이고, 이 내용으로 논쟁 벌이고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아 댓글 기능은 닫습니다.


글(링크) 이 DAUM 메인 화면에 잡혔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그렇게 글이 잡히는 게 좋았지만 이제는 그렇게 걸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브런치나 DAUM 담당자님이 혹시 이 글을 보신다면 내 글은 제발, 절대로 노출을 일부로 키워주지 않으셨으면 한다. 지금 조회수가 줄 지를 않는 것을 보면 다른 플랫폼에도 노출이 늘어날 듯해서, 그러면 지금 내가 당하고 있는 경험이 더 심화될 듯해서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공유하려 한다. 


위 글에 와서 격분해 감정적으로 댓글을 쏟아내신 분이 있더니 감정적으로 힘들고 비슷한 패턴이 이어질 듯해서 댓글을 닫아놓으니 이젠 [제안하기] 기능으로 내게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이 생기더라. 공무원 임금 인상을 '남의 일'이라며 '남의 생계'에 함부로 입 놀리지 말라는 메시지도 오던데... 공무원 임금 인상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공무원의 임금을 올리는 건 세금을 늘리거나 다른 지출을 줄여야 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국민의 일이기도 하다. 


자, 우선 현재 공무원 임금 수준에 대한 내 생각을 밝히겠다. 위 글은 그에 대한 내 생각이 아니라 '자본주의 시장체제'하에서 왜 공무원의 임금이 올라가는데 한계가 있는지와 왜 지금 수준이 사회적으로 봤을 때 '말도 안 된다'라고 하기는 힘든지에 대한 글이었다. 애매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공무원 임금은 지금 그대로도 아무 문제없어'라는 의미로 쓴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제상황과 물가 등에 비춰봤을 때는 사실 급수와 호봉이 낮은 공무원의 임금과 중소기업의 임금 수준은 모두 문제가 있다. 그 정도 수준의 임금으로는 숨 쉬는 수준으로 밖에 살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공무원과 중소기업의 소득 수준을 모두 올리는 게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문제는 이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데 있다. 위 글에서도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공무원의 임금은 100% 세금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공무원의 임금을 인상하려면 세금도 그만큼 늘려야 한다. 사실 지금 공무원의 임금과 관련된 문제는 이번 정부에서 '부자 감세'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각종 세금을 줄이고 있는데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지출은 늘려야 할 지점들이 생기면서 발생한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의 임금을 인상하려면 다른 지출을 줄이든지, 아니면 세금을 늘려야 한다.


다른 지출을 줄인다고 치자. 그렇다면 정부는 어떤 지출을 줄일까? 높은 확률로 복지 관련 지출을 줄일 것이다. 경제적 약자들은 보통 목소리를 낼 창구가 없다 보니 정부는 경제적 약자들에 대한 지원을 가장 쉽게 줄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경제적 약자들에게 제공되는 지원이 줄어들 확률이 매우, 매우 높다. 세금을 늘린다면? 세금을 늘리게 되면 지금 공무원들의 임금 수준 혹은 그 이하로 밖에 벌지 못하는 사람들도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올 확률이 매우, 매우 높다. 그게, 맞을까?


지금 공무원들보다 임금을 적게 받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공무원 1호봉의 대부분이 20대에서 30대 초반일 것이다. 그 연령대와 비교해 보자면 우리나라 25-29세의 중위소득, 해당 연령대 전체의 중간에 해당하는 연봉은 약 3100만 원이고, 그 경우 실수령액은 230만 원 정도가 된다고 한다. 하위 25% 지점의 연봉은 약 2,600만 원이고 그 경우 실수령액은 195만 원이다. 설, 추석 상여를 포함한 공무원 중 7급 1호봉의 실수령액은 약 212만 원이고 9급 1호봉의 실수령액은 188만 원이니 이는 사기업에 다니는 25-29세 중 절반 정도는 7급 공무원 1호봉 정도의 연봉을 받고, 25%는 9급 공무원 1호봉 연봉보다 적게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계로 얘기하지 않아도 공무원들보다 연봉이 낮은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대학 강사들의 경우 박사학위까지 받은 사람들인데 강사료가 시간당 6만 6천 원이고, 주당 6시간 정도 강의를 하면 월급여가 213만 원이고, 이는 연봉으로 따지면 1923만 원이다. 7급 공무원 1호봉에 해당하는 수준인데 중요한 건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들은 보통 나이가 최소한 30대 중반에서 40대란 것이다. 호봉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정도 연령대의 공무원들은 그보다는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을 확률이 매우, 매우 높을 것이다.


공무원의 임금을 늘리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거둬 드리는 세금도 어느 정도는 늘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건, 정의롭고 옳은 일인가? 공무원들은 호봉에 따라 어느 정도라도 연봉이 인상될 것이 보장이라도 되어있지, 사기업에 다니는 사람들과 대학 강사 같은 사람들은 임금이 인상되기를 기대하기 조차 힘든 게 현실이다.


내 글에 항의를 하는 사람들의 비판에는 '월 200 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고 살 수 있냐?'라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당연히 없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서 다시 한번 질문을 해야 한다. '그것이 공무원만의 문제인가?' 아니다. 그렇다면 왜 공무원은 달라야 하는가? 그리고 여기에는 질문을 한 가지 더 해야 한다. '요즘 시대에 얼마나 벌어야 마음 편하게 결혼하고 가정을 꾸릴 수 있는가?' 300만 원? 불가능하다. 그런데 9급 1호봉의 임금을 300만 원까지 올린다고 치자. 이는 월 130만 원이 인상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와 연동해서 다른 급수와 호봉의 연봉도 올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금을 얼마나 늘려야 할까... 다른 지출은 얼마나 줄여야 할까... 그리고 그 정도 수준으로 늘린다고 해서 공무원들이 결혼하고 가정을 더 잘 꾸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초봉이 5천만 원이 넘는 대기업 직원들도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기가 버거운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공무원의 임금 수준을 그 정도까지 끌어올리면 세금을 얼마나 더 내야 할지 상상도 하기 싫다...


이런 논리에는 '그렇게 저임금으로 힘들게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길을 가는 게 아닌가?'라고 반박할 수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지만 그게 100% 맞는 말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공무원은 어떤가? 공무원들 역시 자신이 선택한 길이 아닌가? 우리나라는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다. 만약 본인의 임금 수준이 말도 안 되고 너무한다고 생각하면 이직을 하면 되지 않을까? 최근에는 적지 않은 공무원들은 실제로 경제적인 이유와 근무환경을 이유로 사기업으로 이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복잡하기 때문에 공무원의 임금을 올리기는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으로 남아있는 사람들은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남아있기로 하는 것 역시 본인의 선택이다.


그 외에도 공무원의 임금이 늘어나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데... 공립학교 교사와 경찰을 포함한 우리나라 행정부 국가공무원 정원은 2021년 현재 약 75만 명이다. 그중에 절반 이상은 이미 출산을 할 의사가 없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리고 임금이 오른다고 해서 무조건 출산 문제가 해결될까? 임금보다 더 핵심적인 문제는 사실 주거의 문제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우리나라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연봉이 대기업 수준이어도 출산과 육아를 감당하기가 힘든 게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무원 임금을 어느 정도 올린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공무원의 임금 수준이 올라가면 공공서비스의 품질도 높아진다'라고도 하는데... 글쎄... 우리나라 공기업들의 임금 수준과 공공서비스의 수준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사람은 임금이 월 몇십에서 100-200만 원 증가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반짝할 수도 있지만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거기에도 적응할 것이다. 서비스의 품질을 올리기 위해서는 공무원들의 임금을 일괄적으로 올릴 것이 아니라 공무원에게도 경쟁체제를 만들고 성과제를 도입하는 게 맞을 것이다.


가장 타당한 비판은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 인상'으로 인해 실질임금은 줄어들고 있단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런 이유들 때문에 나도 공무원 임금을 최소한 물가상승률 수준에 맞춰서 인상시킬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이 가능한 직업군이 있다. 대학교수들이다. 대학교수들은 공무원들과 마찬가지로 '직접적인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지는 못하는 직군에 속하는데, 대학교수들의 연봉은 물가상승률 수준에 맞춰서 인상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줄이고 있다. 그리고 박사학위까지 받은 4년제 대학의 조교수들 중 연봉이 3천만 원도 안 되는 학교가 7개, 3천만 원에서 4천만 원 사이가 총 31개, 4천만 원에서 5천만 원 사이가 67개다. 심지어 지방 국공립 대학의 교수들은 평균 연봉이 3천만 원에서 4천만 원 정도 수준에 머무르는 지역도 있다.


여기에서 묻고 싶다. 공무원들은 왜 [반드시] 이들과 다르게 대우를 받아야 하는가? 대학교수들이 공무원들보다 더 가치가 없는 일을 하는가?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그럴 수 있다. 국가가 '시장 안'에서 생산활동을 하지는 않지만 거시경제적인 관점에서 국가는 경제영역의 굉장히 중요한 활동주체이기 때문에. 하지만 다른 가치들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반드시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 않을까?


다른 직군이 힘들다고 해서 공무원들도 힘들어야 한단 것이 아니다. 나는 공무원 노조가 투쟁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공무원의 임금 수준만 따로 놓고 보면 분명히 인상이 필요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공무원의 임금 수준은 세금은 물론이고 정부의 다른 지출과 정책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의 임금을 높이는 순간 세금을 늘리거나 정부가 하는 일을 물리적으로 줄여야 할 수 있단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그렇다고 해서 공무원 노조가 투쟁해서는 안된단 것도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의사를 표현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다른 조직들의 경우 임금을 올리고 내리는 게 다른 사회 구성원들에게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반면 공무원의 임금 인상은 그 수준에 따라 전 국민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사실은 이 이야기를 [돈의 원리] 시리즈 다음 글에서 하려고 했고, 더 자세히 할 것이다.


문제가 이렇게 복잡하기 때문에 나는 공무원의 임금 수준을 지금  시점에 올리는  맞을지, 올린다면 얼마나 올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쉽게 어느 편에 서거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겠다. 이게  입장이다. 정말  생각만 한다면 나야 세금을 최대한 적게 내는 것이 나를 위해 좋으나 반대를 하기에는 공무원들의 임금 수준도 중소기업의 임금 수준만큼이나 처참한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느 정도 이상 인상을 하기에는 사회적으로 부담이 가는 측면이 있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공무원의 임금 문제는 최저임금 문제와 비슷하다. 국민들을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인상하는게 좋지만 그러면 그들을 고용하는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늘어나듯이 공무원의 임금을 올리는 건 국민에게 부담을 더 주게 될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 정말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열한 것은 공무원들만 힘든 게 아니고, 이 문제가 이렇게나 복잡할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상황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 이 상황은 누구 한 명의 잘못이 아니라 여러 요소들이 결합되어서 작용한 결과이고, 개인적으로 나는 세금제도를 통해 이런 문제들을 보완하고 정부에서 조금 더 큰 역할을 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공무원의 임금 인상 얘기를 본격적으로, 직접 하려면 국가예산과 지출 전체의 얘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는 엄청나게 큰 이야기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어느 한 개인이 브런치의 글로 간단하게 쓸 수 있는 수준의 내용이 아니다.  


내가 '돈의 원리' 시리즈를 쓰고 있는 것도, 돈 얘기를 하면서 각종 이념과 국가의 개입에 대한 부분부터 쓰는 것도 뿌리에서부터 그 원리들을 살펴보고 싶기 때문이다. 이전 글도 그 원리를 설명하는 게 목적일 뿐이었다. 갑갑한 마음에 횡설수설하면서라도 이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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