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보는 세상. 9편.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버팀'으로, 생각보다 빨리 이뤄낼 수 있다. 사업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낸 사람들도, 회사에서 이젠 관리직이 된 사람들도 돌아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자리를 잡은 경우가 적지 않다. 그리고 '생각보다'는 조금 더 시간이 걸렸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자신이 있는 곳에서 버틴 사람들은 본인이 예상했거나 원했던 것이 아니라고 해도 무엇이든, 언젠가는 무엇인가를 이루거나 갖게 된다. 때로는 그게 본인의 생각보다 크고, 때로는 작지만 버티면 그것이 무엇이든 이루긴 한다는 건 분명하다. 대부분 사람들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건 버티는 힘이 부족하거나 버틸 수 없는 부득이 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버텨도 되지 않는 것도 있다. 그건 '사람'이다. 사람은 어떻게 해도, 아무리 힘과 노력을 쏟아부어도 바뀌지 않는다. 물론, 겉으로 행동이 잠시 바뀌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바뀌는 경우보다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바뀌는 '척'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사람이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다 보면 사람도 분명히 바뀔 수 있다. 여기에서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은 외부의 힘과 노력을 통해서, 그 힘과 노력의 결과로 사람이 바뀌는 건 기대할 수 없단 것이다. 그리고 사람이 바뀔 수는 있지만 단기간 안에 바뀌기 위해서는 그 사람에게 주관적으로 큰일이 발생하고, 그 사람이 그것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사람은 오랜 시간이 거쳐서 많은 경험과 생각과 고민을 거쳐서, 세상의 모진 풍파를 버텨내는 과정에서 바위가 파도에 깎이듯이 조금씩, 조금씩 바뀔 수는 있어도 누군가의 노력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 눈에 무엇인가가 보인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굳이 조언을 하고, 훈수를 둘 필요가 없다. 상대가 그런 조언이나 훈수를 듣고 바뀌었을 사람이라면 이미 바뀌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에게 마음이 가고, 정말 상대를 위해 무엇인가를 조언해주고 싶다면 상대에게 그 말을 하기 전에 상대와 신뢰를 쌓기 위해 기다리고, 기다리는 게 우선이다. 이는 무엇인가 조언을 해주고 싶은 상태에 있는 사람은 아마도 주위에서 조언을 이미 많이 듣고 있을 확률이 높고, 그런 조언들 중에 그 사람 마음에 닿는 조언은 그 사람이 신뢰하는 사람이 마음에서 우러나와하는 이야기일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말도 누가, 언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대에게 닿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조언을 하기 전에 상호 간의 이해를 깊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문제는 그렇게 상대와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 기다리는 게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두 사람 사이에 신뢰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그 관계에서 연결고리와 이벤트가 있어야 하고, 그 연결고리와 이벤트가 인위적이지 않아야 하는데 그런 일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상황은 보통 단 시간 안에 이뤄지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은 모두 다르다 보니 상대와 신뢰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상대의 입장에서는 배려가 없는 행동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섣불리 움직이는 건 오히려 두 사람의 관계를 망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렇다 보니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고, 신뢰를 형성하는 건 단순히 버틴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버티다 보면 그게 자연스럽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에 우리는 누군가와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 기다릴 때 특정한 시기나 방법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어떠한 힘과 노력으로도 다른 사람을 바꿀 수 없다. 이는 다른 사람이 당신을 바꾸려고 시도할 때 당신의 마음이 어떠했는지를 돌아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러한 관계는 남녀 간의 사랑에서 특히 그렇다. '열 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 없다'는 말은 누가 만든 말인지 모르겠지만 남녀 간의 관계에 적용하기에는 최악의 조언이다. 열 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는 존재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잘 되기 힘든 남녀 관계도 존재한다. 지금은 아니지만 시간이 흘러 두 사람의 관점이 모두 변한 후에 만났을 때는 인연이 될 수도 있지만, 지금 당장은 아무리 노력해도 움직여지지 않는 상대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한 상태에서 하는 노력은 오히려 그 관계를 망치게 될 수도 있다.
이는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한 후에도 마찬가지다. 상대는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상대가 당신에 대한 배려로 일부 행위나 말투, 결정을 맞춰줄 수는 있지만 그것이 그 사람이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1-2년 이상 연애한 후에 결혼한 사람들이 상대에 대해 불평, 불만을 털어놓는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그들이 연애할 때 몰랐던 내용이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문제들은 상당 부분이 상대에게 바꾸거나 맞추라고 요구해서 바뀐 줄 알았던 게 결혼한 후에 알고 보니 아니었거나, 연애할 때도 알고 있었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줄 알았던 게 결혼한 후에는 크게 문제가 된 내용들이더라. 결국은 몰랐던 부분이 아니라 '괜찮겠지'라거나 '상대가 바뀌었구나'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상대뿐 아니라 나도 내 마음대로 바뀌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고 관계를 형성할 때는 상대를 위해 배려는 해야겠지만 지금 내가 의식하고 보게 되는 것은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사람들은 결혼 적령기의 사람들에게 조건을 그만 따져라, 외모와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하는데 어느 정도 이상의 연애 경험을 하고 지인들이 결혼 생활하는 것을 본 사람이라면 그게 무슨 말인지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그게 포기가 안 되는 것은 그들도 단기간에 자신을 바꿀 힘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그렇게 까다로워 보이는 사람도 자신도 모르는 이유로 감정이 누군가에게 쏠리면 자신이 생각했던 이상형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과 결혼을 결심하게 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상형과 결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사람은 누구도, 상대는 물론이고 자신도 그저 시간이 지나고 버틴다고 해서 바뀌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그 사실은 분명하고, 선명해지고 그래서 조언을 잘하지 않게 된다. 많은 경우 그게 두 사람의 관계를 위해 더 좋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