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와 결혼과 다툼

마흔에 보는 세상. 11편.

by Simon de Cyrene

연인과 부부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과 다툼의 원인은 이기주의와 개인주의 사이 어딘가에 있다. 연인과 부부는 상대가 현시점에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기 때문에 오롯이 자신의 편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조금 더 나가서 (1) 상대가 오롯이 내게 맞춰줬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2)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줬으면 좋겠단 마음이 들다 보니 다투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모두 비현실적인 바람이다. 누구도 상대에게 100% 맞춰줄 수 없다. 상대가 내게 맞춰줬으면 좋겠다는 말은 좋게 표현한 것이지 자신은 상대에게 맞춰주지 않으면서 상대가 본인에게 맞춰주길 기대하는 건 결국 상대를 이용하겠다는, 자신의 마음대로 부리고 싶다는 말이 아닌가? 연애 초기나 연인 시절에 다투지 않던 사람들이 연애가 길어지거나 결혼한 후에 다투게 되는 건 두 사람 중 한 사람, 또는 두 사람이 모두 상대를 '갖고 있기 위해서' 자신이 평생 하지는 못할 노력을 하면서 상대를 잡아뒀기 때문이다.


그런 현상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상대가 변했다고 하는데, 그건 상대가 변한 게 아니다. 상대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자신이 좋아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맞춰줘 왔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사람이 지금 맞춰주지 않는 것에 대해 불평하고 불만을 표시할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맞춰줘 왔던 시간에 대해 고마워하는 게 맞지 않을까? 그 시간에 대해 고마워한다면 상대는 아마 어느 정도는 다시 그런 노력을 하면서 당신에게 맞춰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그러한 배려가 많은 경우 일방적이거나 두 사람이 생각하는 배려의 수준이 다르다는 데 있다. A라는 사람에게는 굉장히 쉬운 배려도 B의 입장에서는 많은 노력이 들어갈 수 있는데 그러한 관점에 차이가 생기면 두 사람은 서로 본인의 배려가 더 컸고, 상대의 배려가 작다며 비교하게 된다. 그런데 사실 본인이 편하지 않은 것을 상대를 위해 맞추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사실은 기적과 같은 일이기 때문에 두 사람이 자신이 해준 것을 인정받고 싶어 하기보다 상대가 해준 배려에 고마워하면 두 사람은 조금씩 더 맞춰나가게 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맞춰주는 것'들이 크고 어려워서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라는데 있다. 이런 문제들은 보통 그냥 넘어가도 되는 수준의 작은 것들을 본인 마음대로 하지 못하다 보면 그게 누적되어 터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가 두 사람의 관계를 끝내거나 힘들게 하지 않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다름의 원인을 찾아가는 것이다. 사실 작은 문제들은 상대를 굳이 자신의 방식대로 바꾸려고 노력하지만 않으면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상대에게 내가 원하는 옷을 입히려 하지 않는다면, 상대에게 연락하는 방식과 빈도를 강요하지 않는다면, 누군가에게 피해만 가지 않는다면 상대의 작은 습관들은 눈 감을 수 있다면 이런 이유로 문제가 될 이유는 없다. 부부들의 경우 치약 짜는 법, 수건 정리하는 법 때문에 다툰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각자 치약을 따로 쓰고 수건도 따로 쓰면 된다.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표현이 모든 것을 망쳐놓는 느낌이다. 부부는 절대로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될 수 없다. 부부가 되면 공유해야 하는 영역들도 있지만 개인으로 존중받고 따로 살아야 할 영역도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것을 맞추려고 생각하기보다는 최대한 많은 것을 같이 하고, 합의를 보되 절대 타협이 되지 않는 다름은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그에 맞는 방법을 찾아가야 그 관계가 안정될 수 있다. 모든 것을 맞추려는 시도는 결국 상대를 모두 내게 맞추려는 시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연인과 부부의 다툼이 원인이 되는 두 번째 원인인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상대를 잘 알면 알수록 말하지 않아도 아는 부분들은 있다. 하지만 그건 추측에 불과하지 확실한 게 아니기 때문에 직접 말로 설명하지 않으면 누구도 확실하게 상대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


이 표현은 얼핏 들으면 여자분들이 남자에게 많이 쓰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남자들도 '사랑한다'는 말을 못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남자들도 상대가 그런 말을 듣고 싶어 할 때 '그걸 말로 해야지 아냐?'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사랑한다는 것도 말로 표현해야 안다. 사람 간에 말로 표현하지 않고 상대가 완벽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없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화'다. 그리고 대화의 핵심은 나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말을 듣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연인과 부부관계는 쌍방이 그런 노력을 같이 할 때만 건강하게 유지되면서 더욱 깊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인과 부부는 대화를 별로 하지 않는다. 만나서 같이 영화, 전시, 연극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다 모텔에 갔다 헤어지는 식의 데이트만 반복이 된다면, 같이 여행을 가도 명소를 찍고 맛집을 가는데만 초점이 맞춰진다면 두 사람의 연애는 아무리 길어도 그 관계가 절대로 깊어질 수 없다. 그리고 결혼 후에는 평일에 부부가 각자 일하는데 몰두해서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그저 같은 공간에서 출근하고 그 공간으로 퇴근하다 주말에는 서로 피곤해서 각자 쉰다면, 아니 각자 쉬지 않고 같이 뭔가를 해도 그 과정에서 대화가 없으면 그 관계에는 껍데기밖에 남지 않는다.


결혼한 사람들 중에 '절대 결혼하지 마'라고 조언하는 사람들의 관계를 자세히 들어보면 그들은 결혼 후에는 물론이고 결혼 전에도 대화를 많이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상대의 스펙, 배경, 외모를 보고 상대의 반응과 말을 자신 멋대로 해석하면서 듣고 싶지 않은 것, 불편한 것은 무시하다 결혼을 하면 두 사람은 10년을 만났어도 서로를 안다고 할 수 없는데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렇게 '형식'적으로 연인이었던 기간이 길면 상대를 잘 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로를 잘 알고 결혼했던 부부도 결혼 후에 대화를 하지 않으면 서로 달라지면서 서로를 모르게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한 부부도 가능하면 매일 아침이나 저녁에는 전날이나 당일에 일어났던 소소한 일들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게 가장 이상적이고, 그게 힘들더라도 한 번씩은 서로 시간을 맞춰서 데이트를 하면서 대화를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두 사람은 그런 노력을 할 때만 서로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상대의 편이 되어줄 수 있다. 본인의 결혼생활이 불행하다면 결혼 자체를 탓하기보다 두 사람이 얼마나 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연애 시절부터 지금까지 해왔는 지를 진지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말은 쉽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렇게 대화를 하면서 연애와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건 쉽지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대화하는 법을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잘 배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연인이나 배우자와 대화를 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정에서는 부모들이 대부분 자녀들이 무조건 본인의 말을 듣도록 상명하복식으로 말하는 경우가 우리나라는 많고, 학교에서도 말하고 쓰는 것보다는 암기 중심의 교육이 이뤄지다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화를 잘 못하는 편에 속한다. 여기에 더해서 우리나라에서는 항상 경쟁해서 이길 것을 요구받다 보니 듣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주장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대화에서도 '듣기'에는 취약한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이처럼 안 그래도 대화하는 법을 잘 모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중학교 때부터는 아예 남녀를 분리해서 교육을 학교들도 많다. 여중, 여고, 남중, 남고. 그런 환경에서 사춘기를 보낸 사람들은 이성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우지 못하고 이성의 특징이나 경향성도 모르는 상태로 성인이 된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에서 남녀 간의 대화를 편하게, 잘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연애는 어렸을 때부터 해야 한다. 이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