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어렸을 때부터 할 이유

마흔에 보는 세상. 12편.

by Simon de Cyrene

연애와 관련해서 우리가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는 '연애는 나중에 해도 된다. 나중에 다 알아서 하고, 따라오게 되어있어'라는 말이다. 한창 이성에 관심이 많을 나이인 청소년기에는 대학에 가서 알게 된다고, 성인이 되어서는 사회적으로 성공하면 이성은 따라오게 된다고들 말한다.


별생각 없이 흘려들었던 그 말들이 언젠가부터 불편해지기 시작한 건 그 전제에 대한 이해가 생기면서부터였다. 그 표현이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것은 사람을 외모와 스펙을 기준으로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말은 보통 남자는 성공하면 여자들이 따라붙게 되어있고, 남자는 그중에 고르면 된다는 의미로 사용되는데 그건 결국 남자는 돈이고 여자는 외모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얼마나 천박한 생각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그것으로 모든 게 다 해결된다면 문제가 될 게 없다. 그런데 아주 오래전에 지인의 지인에 대해서 들은 얘기는 이게 사실이 아님을 보여준다. 내 지인의 지인인 A는 굉장히 돈도 많고 사회적으로도 자리를 일찍 잡았는데, 외도를 했다 걸려서 경찰에 불려 갔다고 한다. 간통죄가 있을 때다 보니 그 지인과 상간녀는 형사적으로 처벌을 받게 되었는데 경찰서에 A와 상간녀가 나란히 앉아있는데 경찰들은 모두 외적으로 조금 덜 예쁜 사람에게 '힘드시겠어요'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이 상간녀였다고 한다. A의 부인은 외적으로 너무 아름다워서 누구도 그런 아내를 두고 상간녀의 외모를 가진 사람과 간통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돈을 잘 버는 남자와 결혼해 우울증에 걸린 여자나 돈 잘 버는 남편이 벌어온 돈으로 바람을 피운 아내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적지 않게 들려오는 걸 보면 돈과 외모가 연애와 결혼에 있어서 전부가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그건 사람마다 다르다. 사실 사람들은 외모를 보거나 보지 않는다고 하지만 거기에서 말하는 '외모'도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고, 경제적인 수준에 대해서 말할 때도 사람들이 보는 기준은 대부분 다르다. 어떤 이들은 현재 그 사람의 재정상태를 보지만 또 다른 사람은 상대의 가능성과 태도를 보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과묵하지만 조용하게 잘 챙겨주는 츤데레를 더 좋아하지만 또 다른 사람은 애교가 많고 잘 말하는 사람을 더 좋아하기도 한다. 모든 사람들은 이러한 다른 지점들이 다르게 조합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완벽한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과 있을 때 가장 행복하며, 편안함을 느끼고 서로에게 같은 편이 되어줄 수 있을까? 그건 연애를 하면서 알아갈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가 누군가와 연애를 할 때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기 때문에 연애를 하지 않는 이상 자신이 마음이 가는 사람에게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사람과 어떤 상황에 있을 때 편한 지를 경험하지 않고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누구나 자신이 학습된 기준에 따라 상대의 외모나 조건을 보고 호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누구나 첫 연애는 어느 정도 그런 지점에서 시작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비슷한 지점에서 시작해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본인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과 만났을 때 가장 행복하고 잘 맞는 지를 알아가면서 자신에게 맞는 짝을 찾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같은 사람이든, 다른 사람이든지 간에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맞추는 법을 익혀가면서 관계를 형성하는 법과 대화하는 법과 신뢰하는 법을 알아간다. 그러한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연애 과정에서는 그러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고, 연애는 일보다 훨씬 힘들다. 사실 일은 잠을 조금 덜 자고, 시간을 더 투자해서 하면 더 잘하게 될 수 있다. 사업을 하는 경우에는 외부의 변수가 많지만 일단 일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혼자 노력해도 되는 부분들이 많다.


하지만 '사람'과 하는 연애는 다르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지 않는가? 아니, 우리는 평생을 자신과 보내면서도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지 않나? 그런데 어떻게 사람을 잘 알고, 맞추고,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게 쉬울 수가 있나? 오죽하면 사람들이 연애 컨설팅을 받고, 책으로라도 연애를 배우려고 하겠나?


우리는 무엇인가를 '직접' 경험해 봐야 알고, 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연애도 마찬가지다. 첫사랑이 애틋하지만 실패할 확률이 높은 것은 누구나 첫사랑에 미숙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애는 시간이 흐르면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조선시대에 살고 있다면 집안끼리 소개를 해서 결혼을 하게 될 수 있고, 남존여비적인 사고방식과 사회문화로 인해 어떤 형태로든 그 가정이 유지는 되겠지만 우리는 개인이 독립적으로 살고 중시되며, 대부분 사람들은 남녀가 원칙적으로 평등해야 한다고 믿는 세상에 살지 않나? 이러한 환경에서는 연애는 어느 정도는 하고, 실수도 하면서 시행착오를 거쳐야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더 잘 맞는 사람을 보는 눈과 그 사람에게 맞춰갈 수 있는 능력이 길러진다.


연애를 많이 해 보는 게 능사란 것은 아니다. 연애도 사실은 누구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한 사람과의 연애를 통해 여러 가지를 보고, 듣고, 느끼게 될 수도 있고 연애를 횟수만 많이 했을 뿐이지 자신도 잘 모르고, 상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모를 수 있다. 양보다 질이,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본인이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노력했는지가 그 사람의 연애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연애를 많이 했어도 본인 중심적으로 관계를 끌어가는 폭력적인 연애만 한 사람은 자신에 대해서도,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반면 연애 횟수가 많지는 않았어도 다양한 노력과 고민을 많이 해온 사람은 더 좋은 연애를 하게 될 수도 있다.


다만, 연애를 하지 않고는 그런 것을 알 수가 없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은 나이가 들수록 알아가기가 힘든데, 이는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연애 외에 할 게 많아지는 반면 새로운 것을 익히고 배우기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연애만의 얘기가 아니다. 사람은 모든 면에서 누구나 그렇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일을 배우기도 힘들고 귀찮아질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는 최소한 40대 때까지는 보통 일이 계속 많아지다 보니 전혀 경험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것, 특히 본인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은 잘 시작하고 배우려 하게 되지 않는다. 대부분 사람들은 꼭 일이 많아지지 않더라도 생물학적인 노화가 찾아오면서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감당하기 힘들어서라도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을 버거워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은 어렸을 때부터 연애를 할 만큼 하고, 잘 맞추는 법도 아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연애가 어렵지 않은 사람들도 30대 후반에서 40대가 되면 대부분 연애를 쉽게 시작하지 못한다. 못하기도 하지만 쉽게 시작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는 어느 정도 이상 나이가 되면 상대에게 나를 맞추고, 나를 바꾸는 게 힘들기도 하고 바꾸고 싶은 마음도 잘 들지 않기 때문이다.


하물며 연애를 잘하는 사람들도 그런데, 연애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어떨까? 연애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연애의 공백을 다른 것으로 채우게 되는데, 그 지점을 밀어내고 연애의 경험을 넣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설사 본인이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이상 나이가 들면 대부분 사람들이 연애를 함에 있어서도 기본적인 사회적 관습과 문화 정도는 알 것을 기대하고, 그런 감각이 없는 사람과의 만남을 힘들고 피곤해하다 보니 연애의 경험이 없는 사람이 연애를 시작하기는 나이가 들수록 힘들어진다. 이게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애는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시작해야 한다.


다만, 그렇게 연애를 할 때는 '상대방에 끌려 다니는 연애'가 아니라 자신 중심의 연애를 해야 한다. 상대가 요구하는 것을 본인이 불편하면 거절할 줄 알고, 상대와 자신의 관계에서 본인이 사랑이라고 표현되는 것만 수용하고,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거부하는 법도 어렸을 때부터 익히고 배워야 한다. 이는 진짜 사랑은 나를 죽이면서까지 상대에게 맞추는 게 아니라 나를 지키면서 상대와 관계를 형성해 나가면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첫 연애를 상대가 강요하는 것을 내키지 않으면서도 하고, 사랑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을 상대에게 맞추면서 하다 보면 그게 관성이 되어서 건강한 연애를 하고, 관계를 형성하기가 힘들어진다.


연애를 어렸을 때 시작할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 한 가지는 남들이 뭐라고 하든지 간에 본인이 가장 소중하고 중요하단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줄 알게 되다는 것을 기억하고 상대가 '사랑한다면 000 해야지'라고 말하는 것에 본인이 공감도, 받아들여지지도 않는다면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 건강하지 못한 연애를 반복하거나 연애를 잘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상당수가 상대가 떠나갈까 봐 상대에게 끌려다니면서 연애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해서 상대를 잡아놓으려는 것은 상대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상대를 갖고 싶은 욕구와 욕망 때문이다.


자신을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지 않는, 그것이 무엇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상대에게 자신 마음대로 강요하려는 사람이 떠나겠다면 기꺼이 보내주길 바란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들은 많다. 특히 어릴 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