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행복에 대하여

마흔에 보는 세상. 13편.

by Simon de Cyrene

돈이 많아서 나쁠 것은 아무것도 없고, 너무 없으면 고통스럽고 힘든 것이 현실이다. 월세와 관리비를 43만 원 내야 하는데 잔고가 67만 원을 찍었을 때 내가 느꼈던 자괴감과 고통, 비참함은 직접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그렇게 2달을 보내고 나서야 나도 경제적으로 엄청나게 힘든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지금도 나의 통장 잔고는 나이에 비해서 매우, 매우 가벼운 편이다.


어렸을 때는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경제적인 부분보다 훨씬 더 많았던 것과 달리 프리랜서로 일하다 보니 경제적인 부분에 굉장히 예민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선택을 할 때 나는 여전히 경제적인 요소보다는 내가 그 선택을 한 후에 행복할지, 보람을 느낄지, 가치를 느낄 지에 대한 부분을 더 많이 고민한다. 이는 지금까지 회사에 다니고, 대학원에서 조교로 일하고,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그리고 사업을 하는 지인들을 보면서 알게 된 가장 분명한 사실 중 한 가지는 돈'만' 쫓는다고 해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내가 선택을 할 때 경제적인 요소가 고려가 되기는 하지만 그게 가장 높은 우선순위에 있지는 않게 되더라.


돈이 많아서 나쁠 이유는 하나도 없다. 문제는 사람들이 돈이 왜 어느 정도 필요한지를 굉장히 단기적인 측면에서, 행복이라기보다는 기쁨과 욕구와 욕망을 가지고 돈 자체가 목표가 된다는데 있다. 돈은 무엇을 해 줄 수 있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대부분이 집을 살 수 있고, 차를 살 수 있고, 명품을 살 수 있다는 식의 대답을 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건 말초적인, 얕은 수준의 대답이다. 돈이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것은 '자유'를 준다는 것이다. 돈으로 할 수 없는 것도 많지만 돈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은 분명히 있고, 그런 영역에서는 돈은 분명 효용성이 굉장히 높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실 '나는 어느 영역에서 어떤 자유가 필요한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물으며 본인이 어떤 과정을 통해 얼마나 벌어야 할지를 계산해 나가야 한다. '무엇을 갖고 싶은가?'와 '어느 영역에서 자유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은 꽤나 결과 맥락이 다른 질문이고,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고민하느냐에 따라 돈에 대한 접근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는 돈을 자유와 연계하여 고민을 하기 시작하면 본인이 돈을 벌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자유에 대해서도 고려하기 때문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자유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이는 누구도 편하고 좋은 일을 위해서 내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서 다른 사람에게 주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물건을 사는 것은 그 물건을 만들 수 없거나 그 물건을 만드는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되는 금액을 지불하면 우리의 필요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물건을 파는 사람은 그 정도의 시간과 노력은 들여야 하고, 그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하기 싫고 귀찮은 일들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그 돈을 벌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본인의 자유를 어느 정도 이상 희생해야만 한다. 이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그만큼 더 많이 희생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업을 하면 다를까? 사업이 잘 자리를 잡은 상태라면 다른 면이 분명 있긴 하다. 사업을 한다는 것은 자신이 없이도 자신 주머니에 돈을 넣어주는 시스템을 소유하고 있단 의미고, 그렇게 되면 시간이 그만큼 많아지니까. 하지만 대기업도 며칠 안에 무너질 수 있는 리스크를 항상 안고 있기 때문에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물리적으로 챙기지 않아도 일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떠날 수가 없고, 쉬거나 골프를 치고 있을 때도 언제 어디에서 일에 대한 연락이 올 지 모르는 상태로 하루, 하루를 산다.


금융소득으로 배당금을 일정 수준으로 들어오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는다면 다를까? 그 마음은 주식 가격이 폭락하고 있는 요즘 그런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을 텐데, 주식에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이 들어가 있는 사람은 절대 자유롭지 않다. 장이 열려 있는 한 계속 창을 볼 수밖에 없을 텐데 그게 어떻게 자유로운 삶인가? 그나마 건물주가 가장 자유로운 편이기는 한데, 건물주도 사실 큰 건물을 갖고 있을수록 이해관계자가 많아서 신경 쓰고 관리할 부분들이 적지는 않다. 이처럼 돈을 버는 건 필연적으로 자유의 희생을 어느 정도로는 수반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 얼마큼의 돈을 벌고, 장기적으로는 어떤 계획을 갖고 움직여야 하는 지를 반드시 자신의 자유와 연계해서 고민해야 한다. 내가 어느 정도 자유를 희생해서 어느 정도 수준의 돈을 얼마큼 벌 때 행복이 극대화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역산을 해보면 본인이 어떤 일을, 언제까지, 얼마큼 해야 할지가 나옴과 동시에 자신이 어느 정도의 자유와 자산을 가지고 행복을 극대화될 수 있는 지를 도출할 수 있게 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게 있다면, 그건 현재를 희생해서 미래를 위한 행복에 투자하는 건 미래의 행복을 담보하지 못한단 것이다. 내가 돈을 어느 정도 이상 벌기 위해 사랑을 포기하면 우리는 지치고 힘들어서 우리가 원하는 수준으로, 그 기간 동안 일할 수가 없고,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못하면 나이가 들어 그에 대한 후회가 반드시 남는다. 여기에 더해서 사실 우리가 어리고 젊을 때 자유를 누려보지 않으면 그 모든 시간을 희생해서 많은 돈을 벌어 어느 정도 이상 나이가 들어서 자유가 주어졌을 때 정작 그 자유를 어떻게 사용할지 몰라서 다시 돈을 벌기 위해 자유를 희생하며 자신을 갉아먹는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 나이대에만 할 수 있는 건 반드시 하면서 현재와 미래 간에 균형을 잡아나가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행복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 한계도 분명하다는 것은 많은 연구들에서 이미 밝혀진 바 있다. 그렇다면 이는 돈이 아닌 다른 것에서 오는 행복이 있단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돈을 최대한 행복할 수 있는 수준으로 벌기 위한 노력과 '다른 행복'의 균형을 잡기 위한 노력을 하면 돈을 그 정도 수준으로 벌지 못해도 어느 정도 이상 수준으로 행복한 상태를 유지하며 살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물질주의적인 경향이 강한 것이 설문조사에서 증명되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우리는 어쩌면 이제 돈이 아닌 다른 것이 줄 수 있는 행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