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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Nov 13. 2022

'요즘 사람들은 왜'라고 묻는다면

'요즘 젊은 사람들'이란 말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요즘'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것도 아니고, 어느 세대나 엉망진창으로 사는 사람들은 있기 때문에 한 세대를 통으로 폄하하는 것은 폭력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평균치'는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한 세대의 평균적인 사람들 간의 차이는 그 시대의 특징과 분위기로 인해 분명 존재한다. 만약 '평균적으로 봤을 때'라고 말한다면, 그 차이는 인정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요즘' 젊은 사람들의 평균치 중에는 '독하게 일하는 수준과 사람 숫자'는 분명 기성세대보다 낮고, 적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사실은 인정하지 않기가 힘들다. 그런 특징들은 모든 영역에서 보인다. 사실 또 그 덕분에 '요즘' 사람들 중에 열심히, 독하게 일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더 잘 눈에 띄고 인정받을 수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기성세대보다 절대적인 숫자가 적기 때문에 논외로 해야 할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왜 '독하게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는가?'이다. 


이를 두고 기성세대는 요즘 사람들 탓을 하고, 요즘 사람들은 사회적인 환경과 분위기 탓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 모두 잘못된 시선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기성세대들도 지금과 같은 환경에 있었으면 비슷하게 반응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러한 사회 분위기 안에서도 독하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이 두 가지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이런 고민을 계속하다 문득 든 생각은 '궁극적으로는 정보의 양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정보의 시대'를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보지만 정보가 많은 것들의 부작용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데 정보의 과잉이 노력을 하는데도 방해가 되는 듯한 느낌을 종종 받는다.


정보의 과잉은 노력에 두 가지 경로로 영향을 미친다. 첫 번째로 정보가 많아지면서 사람들은 엄청난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수준으로 노력을 해야 하는지는 물론이고 그렇게 노력해도 성공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단 것을 알게 됐다. 기성세대의 경우 막연하게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어'라고 생각하고 들이밀다 보면 되거나 좌절하거나 했는데 요즘에는 너무 많은 사실들이 공개되어 있다 보니 '와... 저렇게 살아도 될지 안 될지 모른다고?'라는 생각이 들다 보니 대부분 사람들은 그런 노력을 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노력을 해보는 사람들은 '나는 달라'라는 얕은 자신감으로 발을 들였다가 한두 번 좌절을 하고 나면 그대로 무너지곤 한다. 너무 많은 정보가 공개되어 있고, 주위 사람들이 너무 많은 말을 하기 때문에. 


본인이 어느 정도 이상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실패를 각오해야만 한다. 힘들 각오도 해야 한다. 그런 노력들은 하나도 버려지는 게 없고, 그런 노력과 시간들이 축적이 되면 그게 어떤 방식으로든 결합해서 본인이 생각했던 방법과 방향은 아니더라도 어느 방향으로든 열매를 맺게 되어 있다. 그런데 그걸 너무 적나라하게 알게 된 사람들은 애초에 발을 내딛기 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진 듯한 느낌이다. 


두 번째로 정보의 과잉은 '편하고 쉽게 돈 버는 법'이 있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접근한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그렇게 돈을 버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그런 단편적이고 단기적이 정보들이 쏟아지면서 사람들은 '굳이 뭐하러 힘들게 노력하면서 경지에 이르려고 해? 나도 편하고 쉬운 방법을 찾을 거야'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쪽으로 방향을 전환한다. 


문제는 그런 정보들은 진실의 일부만 보여준다는데 있다. 그렇게 해서 돈을 굉장히 많이 번 대단한 사람으로 보였던 사람들이 몇 년 후에는 사기, 횡령, 배임으로 감옥에 가거나 기초가 부실했었다 보니 무너지는 경우도 많고, 단기적으로 돈을 많이 번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 사람이 그렇게 될 때까지 어떤 노하우를 어떻게 쌓아왔는지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는다. 왜냐고? 사람들이 관심 없어하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은 보통 엄청난 시간 동안 엄청난 노력과 실패를 하면서 노하우를 쌓은 것이 한순간에 빛을 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보여주면 사람들이 '또 힘든 얘기야...'라고 생각하게 되다 보니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이 '단기간 안에 성장과 성공을 이룬 사람'이라는 프레임으로 그 사람들을 비추다 보니 많은 사람들은 그게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며 그런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누구나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 부와 명예를 이루는 것은 원한다. 기성세대들도 지금과 같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았다면 똑같은 것을 욕망하고 욕구했을 것이다. 기성세대들이 '나 때는...'이라고 하는 건 그들이 그만큼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단순하게, 때로는 무식할 정도로 노력을 하다 보니 어느 정도 이상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이 지금보다 비율적으로 조금 많았기 때문인데, 그들도 21세기에 살았다면 요즘 세대들과 똑같았을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힘 들이지 않고 부와 명예를 이루기를 원한다. 주식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건 요즘 세대가 처음이 아니지 않나? 우리 아버지만 해도 주식으로 수 천만 원을 잃으셨다. 그건 인간의 본성이다. 기성세대는 정보가 없었어서 그런 방향을 보거나 생각하지 못했을 뿐이다.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어떤 형태와 기준에서든지 '지속 가능한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하고 그 과정에서는 실패도 하게 되지만 그 실패가 또 다른 자산이 되어준단 것이다. 예전보다 운 좋게 단기간 안에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분명 늘었지만, 경험과 노력을 통해 노하우와 감각을 축적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 돈을 다시 단기간 안에 쉽게 잃을 수밖에 없다. 이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단기간 안에 성공을 하면 '쉽네'라는 생각에 나이브하게 접근하다가 빈틈을 보지 못하고 넘어지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투기세력은 뿌리 뽑혀야 하지만 사실 투기를 하는 사람들도 인생을 들여다보면 부단한 노력을 통해 투기 감각을 익힌 경우가 많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오롯이 돈만 생각하며 어디에 투자를 할지에만 집중하며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그리고 실패를 하면서 자신만의 경험을 축적한다. 그렇게 사는 게 진짜 행복하다고 생각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들은 진짜 지속가능한 행복이 어디에서 오는지 몰라서 그렇게 사는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노력까지 폄하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불확실하더라도 자신 앞에 놓인 기회에 최선을 다하는 게 단기적으로는 미련해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게 결국 자리를 잡게 만들어준다. 정보들에 휩쓸려 한 곳에 노력을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요즘에는 더더욱 그렇다. 이는 그런 사람들이 많지 않다 보니 그런 사람들은 더 잘 드러나고 튀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은 능력 있고 사람 보는 눈이 있는 사람들에게 픽업당하게 되어있고, 그렇게 픽업당하면 그 길로 가는 게 더 수월하고 빨라진다. 


한 달 동안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일에 시달리면서 든 생각들이다. 또 다시 그런 패턴을 이어가야 하는 시점에 너무 힘이 들어 그러기가 싫어서 투덜대는 마음으로,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으며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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