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ETC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mon de Cyrene Dec 15. 2022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

나는 스스로 프로라고 여기는 영역이 하나 있고, 프로가 되어가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길이 하나 있다. 둘 모두 돈을 받으며 일하고 있는 영역이고, 나를 불러주는 '업계' 사람들도 있으며,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행보를 보면 프로젝트에서 참여할 수 있게 되는 영역이지만 한 영역에서는 스스로가 아직은 프로라고 하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 분야에서 일할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경력이 없는 것도 아니며, 돈을 받지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아직... 프로라고 하기엔 스스로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큰 차이가 아니다. 말 그대로 '한 끗' 차이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그 정도면 되지 않아?'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다른 사람들은 크게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스스로 항상 느끼는 2% 혹은 그 이상의 부족함이 그 영역에서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영역에서만큼은 스스로를 프로라고 부르지 않는다. 


모든 영역이 그렇다. 진정한 프로와 아마추어는 작은 디테일에서 차이가 난다. 아마추어들이 프로가 하는 것을 보고 때때로 '저 정도는 나도 할 것 같은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사실 그 한 끗 차이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어마어마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도 자신만의 것으로, 흔들림 없이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아마추어들은 그걸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를 무시하고, '나도 그 정도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그 정도 할 수 있겠다'라고 말하지만 그걸 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아마추어들은 모른다. 그렇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도 재능이고, 또 그렇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도 재능이 부족해서 프로가 되기 힘든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아마추어들은 모른다. 자신이 그만큼 노력을 해서 한 영역의 프로가 되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한 번이라도 한 영역에서 그 정도 수준까지 갔던 사람은 절대로 다른 영역에서 프로로 일하는 사람을 무시하거나 폄하하지 못한다. 한 끗 차이를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 지를 알기 때문에.


그리고 진정한 프로는 자신이 프로인 영역에서 자신의 결과물에 절대 만족을 하지 못한다. 이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본인에게는 보이는 디테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위대한 예술가들이 다른 사람들은 극찬하는 자신의 작품에 정작 본인은 실망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본인의 눈에는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짜 프로는, 껍데기만 프로가 아니라 내면까지 프로인 사람들은 자신의 결과물에 어느 정도의 자부심과 함께 아쉬움이 항상 마음에 남을 수밖에 없다. 


야구선수들을 생각해보자. 2군에서 뛰는 선수들과 1군에서 뛰는 선수들의 기량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난다고 생각하는가? 일단 프로야구에서 뛰는 선수들은 본인 학교는 물론이고 그 연령대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던 사람들이다. 프로야구 선수들 중에 연령대 국가대표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중에서도 수년을 프로야구 선수로 있는 선수들은 가능성과 재능을 인정받은 사람들이고, 매년 팀별로 10명 이상 방출되는 프로야구의 세계에서 2군에라도 수년간 남아있는 사람들은 계속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다. 


2군에서 뛰는 선수들은 정말 '한 끗 차이'로 인해 2군에 머무른다. 가끔씩 이적을 한 이후에 포텐셜이 터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그들이 갖추기 있는 실력이 환경의 변화로 인해 심리적 변화가 일어나면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지 그들의 능력치가 갑자기 상승했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선수들 중에 메이저리그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도 기술이나 야구적인 측면에서 능력이 없어서 성공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서 수 십억을 써가며 선수를 데려가는데 그 정도도 확인을 하지 않고 데려가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그럴 리가 없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객관적인 능력이 부족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는 건 달라진 환경과 그 환경에서의 심리적인 요인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프로는 '마음'도 제대로 갖춰져 있는 사람이다. 내가 한 영역에서는 스스로를 프로라고 여기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얘기해 보면 내 것을 해도 될 것 같은데 스스로 두려움이 있고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스스로를 프로라고 여기는 영역에서는 누가 어떤 비판이나 판단을 해도 반박을 할 수 있고, 내 주장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자신감이 있다. 마음도 실력이고, 심리적인 영역도 실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력은 있는데 마음이 약해서 잘 못한다는 말은 아마추어의 핑계일 뿐이다. 나는 여전히 내가 일하는 영역들 중에 몇 군데에서는 아마추어에 불과하다는 것을 너무 잘 안다. 


벤투호의 성과에 대해 한 해설위원이 '한국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었어도 이 정도 성과는 냈을 것이며 벤투호는 과대평가된 것'이라고 말을 했다고 한다. 그랬을 수도 있다. 한국 감독에게 4년을 보장해줬어도 월드컵에서 보여준 국가대표팀의 기량과 성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그런데 진정한 프로라면, 최소한 본인이 스스로를 해설위원이라고 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말은 해서는 안됐다. 그 말도 '한 끗' 차이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말은 정말로 '아 다르고 어 다른' 한 끗 차이가 모든 걸 바꾸는 영역이다. 그 뒤에는 '성과를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그렇게 말한 것 자체가 이미 성과를 폄하한 것이 아닌가? 말에서 그 정도 디테일도 챙기지 못하는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축구 해설을 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축구의 현실이 아닌가 싶어 당혹스럽고 안타까웠다. 


다 좋다. 그렇다면 정말 한국 사람이 감독을 맡았어도 이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 굉장히 어리석은 질문이다. 그랬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면 확률적으로 따져보자. 우리나라 감독들 중에 '축구계 선배'와 '여론'에 흔들리지 않았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리나라 감독들 중에 유럽에서 사용하는 훈련 방식과 유럽에서 사용하고 있는 최신 축구 트렌드를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나는 전자는 많지 않다고 보고, 후자는 더 없다고 본다. 지금 기성용 선수가 유럽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고 있고, 안정환 해설위원이 내년에 유럽이나 일본에서 연수를 받겠다고 하는 것은 한국에서만 연수를 받는 것의 한계를 알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에서도 연수를 할 수 있을 텐데 그들은 왜 해외에 나갔을까? 차두리 전 선수는 왜 독일에서 연수를 받았을까? 한국에서 연수를 받는 것과 해외에서 받는 것에 분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연수를 받은 차두리 전 선수가 FC서울 산하 유소년팀인 오산고 감독을 하면서 접근한 방식과 이뤄낸 성과들은 유럽과 한국은 축구적인 측면에서 아직 상당한 수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의 한국 지도자들이 글로벌한 능력치를 쌓지 못한 것은 그들의 잘못은 아니다. 지금 한국에서 지도자를 하는 사람들은 해외에서 연수를 받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하던 시절에 감독이 되었고, 그들은 언어적인 측면에서 한계가 있어 해외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기도 힘들다. 차두리, 기성용, 안정환이 해외로 연수를 나갔거나 나가려는 것은 그들이 언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능력을 끌어올리지 못한 것은 그들 잘못은 아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로 인해 앞서 나가는 축구문화와 흐름을 따라가는데 분명한 한계가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장애물들 때문에라도 한국 감독이 이번 대표팀을 맡았으면 결과는 둘째 치더라도 그 정도의 경기력을 보여주진 못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선수들이 아무리 뛰어나도 감독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건 예를 들면 하루 종일 들 수 있을 정도로 스포츠계에 많은 사례들이 보여준다. 


한 끗 차이다. 한국 감독들이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여러 가지 현실적인 장애물과 시대적 변화와 흐름으로 인해 '한 끗 차이'는 세계적인 레벨의 지도자들과 날 수밖에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 한 끗 차이를 못 알아보는 것은 그 사람이 한 번도 진정한 의미의 프로가 된 적이 없고, 여전히 아마추어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어느 영역에서든지 진정한 프로의 경지에 올랐던 사람들은 다른 영역에서 그 정도 수준이 된 사람들을 절대 폄하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존중할 수밖에 없다. 그 한 끗 차이를 내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매거진의 이전글 벤투 감독을 보내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