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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Dec 21. 2022

3월까지는 조금 천천히 쓸게요.

이 글은 공지글이기도 하지만, 브런치북에서 특별상으로 '돈의 원리'가 선정되어 대중서를 출판하는 계약을 하게 된 것에 대한 생각과 마음에 대한 글입니다. 스트레스를 글로 푸는 편이라 글이 너무 쓰고 싶었는데 선정이 되었다는 연락을 받은 후 출판사와 만나고,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 있다 보니 다른 글이 잘 안 써져서 꽤나 오랫동안 글을 쓰지 못하고 있었어요. 


연애, 사랑과 결혼에 대한 글을 가장 오래 썼지만 어느 순간 그 주제로 제 첫 대중서를 내진 못할 것이란 것을 직감적으로 알게 됐어요. 시중에는 그에 대한 책들이 너무 많이 있고, 얼핏 보기에는 그 내용에 차별점이 없기 때문에 '팔리는 제목과 표지'의 측면에서 이름도, 연애와 사랑과 결혼에 대한 도드라지는 이력도 없는 제가 쓴 책은 팔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올해는 작년 연말에 다짐한 대로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으로 제가 갖고 있는 생각들로 '팔릴만한' 기획을 해서 써보기로 했고, 그중에 하나가 '돈의 원리'였어요. 


돈에 대한 이야기지만, 정말 돈에 대한 이야기를 깊게 파지만 돈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 이야기를 어쩌면 필요 이상으로 깊게, 제 박사과정의 상위 전공인 헌법이 기초로 삼는 국가론에서 시작해서 여러 문제들에 대한 설명을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현생이 바쁘고, 생계는 해결해야 하다 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만큼 깊게, 정제된 내용으로 쓰지 못해서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초록비책공방]에서 부족한 원고를 선택해주셔서 진하게 남아있던 아쉬움을 해결할 수 있을 듯합니다. 


개인적으로 책을 종이로 출판하는 것 자체에는 큰 관심은 없어요. 출판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걸 목표로 글을 쓰지는 않기로 했는데, 그건 오랫동안 다양한 글을 써오면서 글 자체가 아니라, 내 생각을 담는 것 외의 다른 것을 목표로 글을 쓰면 그게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제가 망가진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사실은 이번에도 '특별상을 받았는데 출판사가 조금 이상하거나 출판사 사람들과 일하지 못할 것 같으면 거절해야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초록비책공방이 내세우는 모토인 [어려운 것은 쉽게, 쉬운 것은 깊게, 깊은 것은 유쾌하게]가 제가 박사학위를 받고 나서도 연구만 하지 않고 브런치에서, 그리고 다른 영역에서도 글을 계속 쓰는 이유와 너무 딱 맞아서 한 번 넘어갔고, 출판사 분들을 만나고 나서 두 번 넘어갔어요. 아직 잘 모르지만, 신뢰할 수 있다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좋은 분들, 좋은 출판사라는 느낌을 받았고, 그래서 출판을 위해 대대적인 수정, 보완작업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이 시리즈는 돈을 버는 데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책은 아니에요. 오히려 현실에서 돈에 대한 욕망이, 불평등과 세금과 나의 현실에 대한 불만이 올라올 때 그것을 차갑게 식히고 인생의 방향추를 바로 잡을 수 있게 해 주면 좋겠단 마음으로 기획하고 쓴 시리즈예요. '돈의 원리'는 돈을 많이 벌어봐서 그걸 자랑하는 시리즈가 아니고, 찢어지게 가난하지도 않았지만 엄청나게 부자도 아닌, 항상 어느 정도의 돈 걱정은 해야 하는 가정에서 태어나 자라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 없는 나이가 되어 월세 43만 원을 내야 하는데 통장 잔고 67만 원까지 찍어보면서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으로 돈을 벌지'를 수년간 고민해 온 내용을 정리한 시리즈예요. 


지금은 그런 내용들이 녹아있지 못하지만, 가능하면 2개월, 길면 3개월 정도 그런 내용을 보완해 나가야 할 듯합니다. 그래서 3개월은 브런치에서는 간헐적으로만, 정말 스트레스가 쌓여서 어딘가 풀어야 할 때만 글을 쓰고 나머지 시간과 에너지는 이 시리즈를 실질적으로 새로 쓰는 과정과 생업에 집중해야 할 것 같아요. 


만들어 놓은 매거진들을 보시면... 내년에도 쓰고 싶은, 쓸 예정인 시리즈들이 있다는 것을 아실 수 있는데 그 시리즈들은 빨라야 3월, 늦으면 4월 정도부터 조금씩 써 나가보려고 합니다. 그게 제 글을 선택해 준 출판사에 대한 예의인 것 같아요. 8천 개가 넘는 브런치북들 중에서 제 것을 선택해 주셨고, 그 글이 책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시간과 노력과 돈을 들여주시는데... 거기에 시간과 에너지를 최대한 집중하는 게 예의인 것 같아서 브런치에서는 살짝 브레이크를 밟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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