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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Jan 01. 2023

'MZ세대'라는 개념의 폭력성

개인적으로 무엇인가를 집단으로 묶어서 개념화하는 것을 싫어한다. 이는 더 큰 집단을 하나의 개념으로 묶으면 묶을수록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다른 나라 유적지에 한글로 낙서가 되어 있는 것을 보고 다른 나라 사람이 '한국 사람들은 저렇게 미개하다니까. 어떻게 다른 나라 유적에 낙서를 할 수 있지?'라는 말을 들으면 당신은 어떤 기분이 들겠나? 여행을 가서 관광지에 입장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는데 한 사람이 줄 가운데 알 박기를 하고 있다가 일행 20명이 끼어드는 것을 보고 '한국 사람들은 기본적인 예의가 없다'라고 한다면? 


'MZ세대'는 특정 연도에 태어난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독특하다'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는데 그들은 정말 하나의 집단으로 묶일 정도로 동질성을 갖고 있나? 그들은 정말 그렇게 다른가? 


아니다. 그들이 정말 그렇게 다르다면 그들 중에 왜 요즘 예능보다 유튜브에서 옛날 예능 보는 것을 더 재미있어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을까? 그들이 정말 그렇게 다르다면 그들 중 상당수는 왜 공부를 잘하면 여전히 대학입시에서 의대에 가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을까? 사람들이 'MZ세대'라고 부르는 연령대의 사람들은 달라 보이는 면들도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면에서 기성세대와 같은 지점들을 생각보다 많이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MZ세대'라 불리는 사람들이 기성세대와 다르다고 할 수는 없다. 


물론, 그들이 '일부' 다른 면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들은 'MZ세대'에 대한  공식을 던지는 책이나 글들에서 말하는 것처럼 완전히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이들은 마치 특정 연령대에 있는 사람들은 특정한 방식으로 대해야 할 것처럼 프레임을 만들고, 그 프레임에 박힌 기성세대는 '너희는 이렇다며?'라면서 그들을 획일화된 틀에 박기 위해 노력을 한다. 


MZ세대와 기성세대의 차이점을 굳이 꼽는다면 이 지점 자체가 소위 말하는 MZ세대와 '기성세대'의 차이점이다. MZ세대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은 획일적이고 일반화될 수 있는 성향이 없단 것인데, 획일화된 문화와 가치관 속에서 살아온 기성세대는 그들을 또 어떠한 틀에 맞춰서 분석하고 대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한 접근법, MZ세대라는 개념을 만들고 대응법을 만들려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이고 MZ세대에게 맞지 않는 방법이다. 


MZ세대가 아닌 70년대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87년 헌법 이전, 그러니까 실질적인 독재가 이뤄지던 시대에 자아가 형성되었고 그 시대의 기억을 어느 정도 갖고 있다. 그런데 87년 헌법이 제정되기  전, 실질적인 독재가 이뤄지던 시대에는 '다른 것은 틀린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에 반항하고 저항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런 문화에 수긍하고, 적응하며 살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시대의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집단주의적이고 획일화된 가치에 익숙하다.


하지만 무려 80년대 초반부터 90년대 후반까지 태어난 사람들을 통칭하는 'MZ세대'는 그러한 분위기가 희석되기 시작했거나 거의 희석된 후에 교육을 받으며 살았다. 80년대 초반생들만 해도 서태지와 아이들, 현진영 등을 포함해 과거와 완전히 다른 음악과 퍼포먼스를 보여준, 그리고 사회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직설적으로 내는 가수들의 음악을 듣고 그 영향을 받으며 살지 않았나? 80년 대생들은 중고등학생 때부터 IMF로 인해 경제가 나빠졌고, 기업은 언제든지 해고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 대학 진학을 준비했고, 90년대 생들은 본인의 기억이 있는 한 한국 사회는 그런 곳이었다. 80년대생과 90년 대생들에게는 '평생직장' 같은 개념은 듣기만 했지 보거나 경험한  적이 없는 세대다. 


그렇기 때문에 80-90년 대생들은 조직을 신뢰할 수 없다. 그러한 80-90년 대생들이 조직과 사람을 신뢰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근거와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은 그들은 '집단'은 신뢰하면 안 되는 것으로 경험하고 배웠기 때문이다. 특히 Z세대라고 불리는 90년 대생들의 경우 본인이 기억하는 한 '집단'의 덕을 보는 사례를 주위에서 거의 보지 못하고 살았기 때문에 '조직에 충성해라'는 식의 말은 그들에게 통할 수가 없다.


그들이 다른 면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하면서 설명을 하면 그들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이는 내가 경험해 봤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작은 대행사에 다니던 시절, 1년을 채우고 그만두려는 90년대생 직원과 하루에도 몇 시간 식 1대 1로 대화를 하면서 3년만 채우라고 읍소를 했고 그 이유도 최대한 합리적으로 설명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친구도 생각하고 고민을 하더니 회사에 남았고 지금은 업계에서 최상위권에 있는 대기업의 종대사에서 일하고 있다.  


그리고 7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극단적으로 잘 살거나 극단적으로 힘들게 살았던 극소수를 제외하면 거의 비슷한 환경에서 성장한 것과 달리 80-90년 대생들은 우리나라에서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지역 간 차이가 커지면서 살았던 지역과 시대에 따라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자란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완전히 같은 동네에서 계속 같은 학교를 다닌 사람들이 아닌 이상 80-90년 대생들은 성장배경과 환경이 완전히 다르고, 그렇게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80-90년 대생들은 하나의 집단으로 묶을 수 있는 특징을 공유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성세대들은 80-90년대생을 특정한 틀 안에 놓고 분석하려고 하는데, 그러한 노력은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다. 이는 80-90년 대생들은, 특히 출생연도가 늦을수록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태어나서 산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정한 공식으로 설명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MZ세대를 묶어서 대응법(?)과 특징을 제시하는 글이나 책을 통해 돈을 벌기 위해 프레임을 만든다. 마치 그런 게 존재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대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MZ세대'라는 표현을 긍정적으로만 사용하지 않는다. 누구도 대놓고 말하지 않지만 그 뉘앙스에는 '자신 밖에 모르고 이기적인 애들'이라는 느낌이 묻어나는데, 그건 사실 모든 사람이 그렇다. 기성세대가 과거에 왜 회사에 충성했나? 그러면 본인이 그 회사에 오래 남아서 잘 승진하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었다. 충성을 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보장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오롯이 회사를 위해 희생한 것이 아니다. 


반대로 MZ세대들 중 상당수는 누구도 진정으로 자신을 위해 희생하고 배려해 줄 것이라고 전제하지 않는다. 이는 그들이 이상하고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과 세상에서  보고, 듣고, 느낀 세상이 그렇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성세대는 조직에 충성하면 어쨌든 아파트는 살 수 있었는데 MZ세대는 월급만 모아서는 그게 불가능해진 시대에 살고 있고, 그나마 아파트는 샀던 기성세대가 정작 나이가 들어서는 경제적으로 궁핍한 것을 보면 아파트도 살 수 없는 MZ세대는 회사에 맹목적으로 충성하게 될 수가 없다. 과거에는 조직에 충성하고 자신을 희생하는 게 사회구조상 합리적이었기 때문에 그 세대는 그렇게 한 것이고, MZ세대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게 합리적이기 때문에 다르게 결정하는 것이다. 그걸 '다른 특징'으로 부르면서 마치 MZ세대는 다른 종자인 것처럼 부르는 것은 폭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건 특징이 아니라 시대와 사회적 변화에 의해 '합리적인 결정'의 기준이 달라진 것일 뿐이다.


MZ세대도 차분히 앉아서 이성적으로 왜 지금은 버텨야 할 시기이고, 이 조직에서 무엇을 줄 수 있는지를 잘 설명하고 설득하면 이해하고 수긍하고 남아있는다. 문제는 대부분 기성세대가 그런 것을 하고 싶어 하지도 않고 할 줄도 모른다는 데 있다. 자신들은 획일화된, 상대적으로 동질적인 세상에 살았다 보니 그런 관점으로 접근하고 설명하지 못하다 보니 MZ세대를 하나로 묶어서 '나와 다른 애들'로 치부해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은 누구의 잘못인가? MZ세대들은 누구도 본인을 보호해주거나 무엇인가를 보장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못할 수 있는 세상에서 여전히 순진하게 윗사람 말을 듣고, 조직에 충성해야 할까? 


MZ세대로 불리는 사람들의 의사결정이 모두 제대로 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일정기간 동안 버티고, 조금 더 큰 그림을 이해하게 되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이 있는데 그런 이해는 갖지 못한 상태로 당장 눈앞의 이익이나 힘듦 때문에 아쉬운 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본인에게 손해가 될 수 있는 결정을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서, 아니면 작은 손해를 피하기 위해서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워낙 '개인'이 강조되다 보니 '사회생활'은 절대로 혼자할 수 없는 것이라는 모르고 하는 말과 행동들은 주위에 피해를 주고, 그 피해는  장기적으로는 본인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그건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들은 아직 세상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했고, 뭔가를 빨리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기 때문에 서두를 수밖에 없고, 근시안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기성세대는 그들의 신뢰를 얻고 그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과 방법으로 설명해 줘야 한다. 이는 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학교와 사회에서 직간접적으로 단기적인 목표에만 집중하도록 강요받고, 남의 도움 없이 오롯이 본인의 힘으로만 성공하고 자리 잡아야 한다고 배워서 그렇게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생각해보자. 과연 '기성세대'들은 그렇지 않은가? 기성세대도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MZ세대가 불편하다고 느끼는 건 그들이 정말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과 같은 방법으로 의사결정하고 행동하는 게 본인을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장에 가능한 유일한 반박은 '나 때는 누구도 그러지 않았어'인데... 누군가 그렇게 말한다면 '당신 때는 어느 정도 벌면 어느 정도의 집은 살 수 있었고, 지금처럼  언제든지 잘릴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었다'라고 답하겠다. 상황이 다른 데 어떻게 거기에 '나 때는'을 들이대나. 당신도 이 시대를 20대로 살았다면 당신이 비판하는 그 20대와 똑같이 결정했을 것이고, 그 20대가 당신이 20대였던 시대에 20대였다면 당신과 같은 방법으로 일하고 받아들였을 것이다. 


사람 탓이 아니다. 사회가,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합리적인 결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러한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변화를 존재하지도 않는 'MZ세대'라는 개념을 만들어 그들 탓을 한다. 그렇다면 이는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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