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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Mar 10. 2023

당신은 정말 JMS성도보다 합리적입니까?

넷플릭스에 올라온 다큐 '나는 신이다'가 장안의 화제다. 만나는 사람, 가는 곳마다, 심지어 온라인에서 뉴스도 온통 JMS를 다루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은 '이 사람들은 어떻게 이걸 믿고 저렇게까지 살지?'이다. 


우선 다큐를 보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을 정리하자면, 나는 사형제도 폐지론자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사람은 세금을 써서 먹이고 재우고 할 게 아니라 사형을 집행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면 또 한 편으로는 사형을 할 경우 오히려 영웅이 되어버릴 듯해서 그것도 아닌 듯한 생각에 고민이 많이 되었다. 그리고 교회에 다니지 않는 분들과 이에 대한 대화가 오갈 때면 항상 죄송한 마음이 든다. 이는 JMS의 행사와 예배 모습은 기성교회 중 대형교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 측면들이 많은데, 내가 그런 교회들을 다닌 건 아니지만 결국은 본질에서 벗어난 한국교회의 모습들이 이런 괴물이 탄생할 수 있게 해 준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사실 이단을 잡아내고 처단하려 하기에 앞서 이단과 같은 괴물이 만들어지게 한 것에 대해 회개하고 바뀌어야 한다. 


나도 예전엔 이단에 빠진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단에 대해서 들여다 보고, 사람들이 왜 그곳에 가는지에 들으면서부터 그들이 안타깝고 불쌍해지긴 했지만 '이상한 사람들'이나 '모자란 사람들'로 여겨지진 않았다. 이는 이단에 빠진 사람들은 보통 기성교회에서 채워지지 않던 부분들, 질문을 해도 그에 대한 답을 주지 않는 부분들로 인해 갈급함이 있었거나 기성교회에서 상처받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이단에 의해 '전도'되는 사람들은 어떤 형태로든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종교에라도 기대어 치유받고 싶은 상황에 정확하게 치고 들어와서 초반에 어디에서도 경험해 보지 못한 따뜻함을 경험하고 감정적으로 기대다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단들이 정말 악질인 것은 이처럼 약하고, 상처받고, 힘든 사람들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JMS를 포함한 이상한 종교단체들에 빠진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하는 게 이해가 된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 중 본인이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한 번 묻고 싶다. 온갖 편법을 써서 자녀에게 교회를 세습해 주는 목회자를 유지하기 소송까지 가 있는 건 정상인가? 성추행을 한 목회자가 교회에서 쫓겨나서 세운 교회에 목사를 따라가는 것은 정상인가? 그런 교회들 목회자는 자신의 성도들이 열심히 일해서 번 십일조를 가지고 그 성도들은 엄두도 못 내는 호텔이나 식당에서 주기적으로 밥을 먹고, 사치를 부린다. 그런 기성교회 목회자들과 이단의 수괴들은 얼마나 다른 사람들일까? 


물론, 그런 교회들보단 그렇지 않은 교회들이 훨씬 많다. 그런데 본인이 그런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 할지라도 본인이 다니는 교회가 속한 교단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에 대해서는 왜 목회자들에게 따지지 않나? 성도들이 그렇게 따진다면 목회자들도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교단에 하나 이상 씩은 그런 교단들이 있는 상태가 유지되는 건 결국 성도들도 그 문제를 본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눈을 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그런 교회들은 기성 교단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나? 그건 그 교회들이 교단에 가져다주는 돈이 많기 때문이다. 이게 이단이라고 불리는 종교집단과 얼마나 다른가? 


이런 내용이 본인에게 해당사항이 없는 분들께는 이 질문을 하고 싶다. 당신은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할 때 얼마나 공부하고, 면밀히 알아보고 투자를 했나? 혹시 주위에서 본인이 믿을만한 사람의 한 두 마디만으로 본인의 기준에서 거액을 투자한 적은 없나? 투자를 하는 건 돈을 그만큼 많이 벌어야겠단 생각을 한 것이고, 그건 돈을 좋아한단 의미일 텐데 자신이 그렇게 좋아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돈을 지인의 말 한두 마디와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서 투자하는 건 얼마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가? 


주식과 코인뿐인가? 부동산은 어떤가? 부동산 광풍이 불 때 영끌을 해서 집을 살 때 얼마나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생각과 고민을 했나? 본인의 연봉과 기대소득을 계산해 보고, 본인이 빚을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집을 산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상당수 있었을 것이다. 정말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집을 사기 전에 금리의 흐름이 어땠는지를 보고, 우리나라의 출산율만 봤어도 최소한 20-30년 안에는 서울 안에서도 항상 수요가 있는 강남이나 용산 같은 지역이 아니면 집값이 언젠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정도는 예측했어야 했다. 


이 외에도 우리는 일상에서 꽤나 자주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생각과 결정을 한다. 상대가 폭력을 휘둘러도 무릎을 꿇고 사랑한다고 하면 용서해 주고, 상대에게 문제가 보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간다는 이유로 이용당하는 연애와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범죄를 저지른 연예인을 옹호하고, 그런 행동을 정당화 시켜주는 팬들은 또 어떠한가?


사람들이 그렇게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결정을 하는 것은 자신의 욕구와 욕망에 눈이 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눈이 멀어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투자를 하고, 자신의 감정과 상대를 갖고 싶다는 욕구에 빠져 자신을 망치는 연애와 결혼생활을 한다. 


JMS와 같은 종교단체에 빠지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본인이 신을 이용해서 잘 먹고 잘 살고 싶어서 신에게 빠지고, 상처가 있는 사람들은 그 상처를 치유해 주는 듯한 초기경험이 강렬하게 남아 세뇌당해 그 안에 남는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들 중 상당수도 적어도 일 년에 몇 번은 비슷한 맥락에 서 있는 결정들을 한다. 본인이 내려온 결정들을 한 번 돌아보자. 그러고 나면 그들이 이단에 빠지게 되는 이유가 이해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스스로 '본능'이라 부르며 정당화시키는 욕구와 욕망으로 인해 시시각각 잘못된 결정을 내린다. 그 메커니즘은 크게 다르지 않다. 


ps. 과거에 이런 글을 쓰고 나서 특정 집단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기억이 있어 댓글 기능은 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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