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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Apr 02. 2023

Chat gpt가 우려되는 이유

모두가 혁명이라고, AI 기술이 이 정도 수준까지 왔다고 말하지만 걱정부터 되었다. 질문을 하면 그에 대한 답을 정리해서 주는 서비스라니. 이런 서비스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보다 이런 서비스가 우리를 어떻게 바꿀지가 걱정된다. 


기술개발은 무조건 좋은 것인가? 아니다. 


기술개발은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하고, 직접 경험하지 못하는 영역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며, 우리에게 제한된 시간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쓸 수 있게 해 준다는 측면에서 분명히 장점이 많다. 우리가 직접 빨래와 요리와 청소를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우리는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음식 하기 위해 불을 만들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데 사용해야 할 것이다. 여기까지는 기술의 개발이 우리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점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TV와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OTT가 발달하는 게 좋은가? 물론 좋은 점도 있다.  우리는 5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이 상상으로만 보던 영상들을 원하는 대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 선택의 폭은 또 얼마나 넓어졌나? 이런 장점들은 우리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대부분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TV가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까? TV를 보는 시간은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대화로 대체되고, 아이들은 그 시간에 친구들과 밖에서 뛰어놀 것이다. 어떻게 아냐고? 내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90년대에 내가 그랬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낮에 하는 프로그램들이 별로 없었다 보니 나는 뭘 하든지 친구들과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물론, 학원에 가는 시간도 있었지만 학원과 숙제 외의 시간에는 친구들과 어울리고 놀면서 시간들을 보낸 기억이 있다. 그렇게 누군가와 노는 것은 일단 몸이나 머리를 쓰게 한다는 엄청난 장점에 더해서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사회성을 자연스럽게 기르게 된다는 장점도 있다.  


그런데 TV와 OTT가 발전하면서 아이들은 물론이고 성인들도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시간이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이제는 영화관도 잘 가지 않고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 되지 않았나? 상당수 사람들은 편한 사람, 최소한 자신을 피곤하게 하지 않을 사람들만 골라 만나고, 그런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집에 박혀서 혼자 시간을 보낸다. 이게 과연 좋은 것일까?


우리는 언젠가부터 '불편한 것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경향이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몸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고 예쁜 몸을 만들 수 있나? 몸이 피곤하다고 해서 운동은 하지 않고 계속 실내에만 박혀 있으면 우리 몸은 망가질 수밖에 없다. 음식을 건강하게 먹기 위해서는 맛있는 음식에 더해서 건강에 필요한 음식이나 영양제도 챙겨 먹어야 한다. 몸은 그런 면에서 정직하다. 


우리의 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뇌를 써야 생각할 수 있고, 개발할 수 있다. 우리가 교육과정에서 수학을 배우고, 글을 계속 읽도록 강요받는 것은 그래야 우리의 뇌가 개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당수 사람들은 교육과정을 지나고 나면 책을 제대로 읽지 않기 시작하는데, 이는 책을 제대로 읽고 소화하는 데는 상당한 에너지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정보'면 다 똑같다고 생각하고 영상이나 음성으로 듣는 것으로 책을 대체하려고 하는데 남이 읽어주는 속도로 귀를 통과해서 지나가는 '말'은 '글'과 완전히 다른 메커니즘으로 소화되기 때문에 두 가지는 절대로 같은 효과를 낼 수 없다.


사람들이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힘들어하는 건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의 말은 자신에게 '새로운' 것인데, 새로운 것을 이해하고 소화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과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과의 대화나 그런 방향성을 가진 글을 읽는 건 자신이 알고 있는 맥락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화하고 받아들이는데 에너지가 덜 들게 되고, 그렇다 보니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에너지 레벨이 떨어져 가며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말만 듣기 시작한다. 그게 꼰대다. 


'요즘 사람', 연령과 상관없이 이 시대에 살아있는 사람들이 과거의 사람들보다 똑똑한가?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양만 놓고 보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예전 사람들보다 더 '창의적'인가? 더 '새로운' 아이디어나 시선을 많이 내놓고 있는 지를 놓고 보면 그렇다고 하기 힘들다. 물론, 정말 탁월한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많단 것이다. 왜 그럴까?


주어지는 정보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다 보니 사람들은 그 정보를 프로세싱하고 흡수할 시간도 없이 정보들을 그냥 받아들이기에 급급하다. 요리로 비유하자면 사람들이 과거에는 재료가 부족하다 보니 제한된 재료로 어떻게든 새로운 요리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기술을 익힌 반면, 요즘에는 재료가 너무 많다 보니 그 재료를 모으기에 급급해서 요리하는 술은 익히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변화가 정말 '좋은' 것일까?  


그나마 지금은 사람들이 정보를 찾으려면 '어느 정도'는 스스로 생각하고 검색하고 자료를 읽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해야 한다. 그런데 chat gpt와 같은 기술이 보편화되면 사람들은 스스로 검색도, 고민도 하지 않을 것이다. 물어보면 답을 줄 테니까. 


그런데 여기에서 물어보자. Chat gpt가 말하는 것은 항상 답일까? 팩트적인 부분들은 그럴 것이다. 하지만 세상일 중 상당 부분은 객관적이지 않고 주관적이다. 그렇다면 chat gpt는 어느 정도 수준으로 주관적이고, 어느 정도로 객관적일까? Chat gpt가 온라인의 자료들을 학습하고 정리해서 답변을 준다면, 그 범주 안에는 가짜뉴스도 들어가 있을 수밖에 없다. Chat gpt가 스스로 학습하는 자료를 인간이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chat gpt에게 물어보고, 그 답변을 답으로 여긴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떻게 될까? 


사람들이 더 많은 영상을 보게 만들기 위해 알고리즘을 통해 사람들이 봤던 영상들에 기반해서 영상을 추천하는 것이 얼마나 사람들의 사고를 편협하게 만들었는지는 이미 지난 몇 년간 다양한 사례들이 증명한 바 있다. 우리 시대에 양극화가 과거 어느 때보다 심한 것은 상당 부분이 그런 IT기업들의 서비스들의 영향이란 사실도 이미 입증되었다. 그렇게 양극화가 일어나는 데는 그러한 IT서비스들의 영향이 가장 크지만 사람들이 자신이 소화하기 불편한, 자신과 다른 의견이나 정보를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는 것도 상당한 수준으로 기여했을 것이다. 


이미 그렇게 양극화가 일어났는데, 사람들은 이미 스스로 생각하고 분석하고 고민하는 능력을 상당한 수준으로 상실했는데 chat gpt는 그보다 더 생각하고, 분석하고, 고민할 필요가 없게 만들어주겠다고 한다. 지금보다도 더 생각하고, 분석하고, 고민하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 찬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는 상상도 하기 싫다. 


물론, 기술 자체에 잘못은 없다. chat gpt는 인간에게 분명 유용한 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기업들이 chat gpt와 같은 기술을 개발하는데 투자한 돈을 회수해야만 하는 상황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인간성'이 얼마나 고려될 수 있을까? 인간이 그 기술을 사용한 후폭풍은 어느 정도나 예측가능할까? 우리는 이미 수많은 IT기업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서비스의 알고리즘이 인간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무시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지점이 내가 chat gpt와 같은 서비스들이 우려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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