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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Jul 13. 2023

연애와 결혼이 다른 지점

결혼과 연애와 사랑에 대한 소고. 14편

30대 초반부터 가정에 대한 소망함은 있었고, 결혼에 대해 얘기한 사람도 있었지만 개인적인 상황들로 인해 40대 초반의 노총각이 되다 보면 주위에서 많은 데이터가 쌓인다. 결혼해서 행복한 사람들도 적지 않고, 결혼생활을 이어가면서도 '너는 절대로 하지 마'라고 조언하는 사람도 있고, 불행한 결혼생활을 억지로 이어가며 외도를 하거나 이혼한 사람들도 있다. 가장 마지막 케이스는 내가 받는 느낌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사람들이 대부분 본인의 치부는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혼한 지도 몰랐는데 재혼 소식이 들려온 경우도 주위에 있었다. 


그러한 데이터들을 취합하고, 분석하고, 그에 대한 고민을 하다 보니 확실해지는 게 있었다. 그건 연애와 결혼이 다르다는 것.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연애는 만나서 재미있는 사람과 하고, 결혼은 현실적인 조건이 좋은 사람과 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물론, 현실적인 조건이 좋은 사람들이 만나 가정을 꾸려서 나쁠 것은 없다. 하지만 한쪽이 현실적인 조건이 과도할 정도로 좋고, 그것을 의식한다면 그 결혼생활은 오히려 망가지는 경우가 많더라.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은 절대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가 자신의 부와 배경을 보고 선택했다는 것을 알면, 사람은 무의식 중에 갑으로 행동하게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너는 결혼하지 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은 사실 그렇게까지 불행한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가 다치거나 상처를 입었을 때 오히려 애매하게 아프면 울고불고 소리 지르고 죽을 것 같다고 말할 수 있고, 정말 크게 다친 사람은 그 순간에는 오히려 아무 말도 못 하는 것처럼 정말 불행하고 힘든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주위에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자신의 결혼생활이 불행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그저 본인의 결혼생활 중에 힘든 것을 털어놓음으로써 그 힘듦을 덜어내려 하고 있을 뿐인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주위에서 행복한 연애를 하고 나서도 불행한 결혼생활을 이어가거나 이혼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다. 그들이 정말 불행하다는 것은 구구절절 이야기를 들어서 알게 된 게 아니다. 그런 사람들은 보통 사석에서는 결혼생활에 대해서는 별 이야기를 안 하는데 외도를 하고 있다거나 별거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아서 들려오더라. 서로를 너무 사랑하고 죽고 못 사는 것 같았던 관계가 그렇게 변하고 마는 경우도 본 적이 있다. 그 정도는 아니어도 잘 결혼한단 말을 들으며 식장에 들어간 커플이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단 얘기를 들은 적은 그런 경우보다 조금 더 많다. 


그런 결혼생활을 하게 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 정도로 힘들고 불행한 결혼생활과 투덜대는 사람들,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연애와 결혼은 정말 다르더라. 연애는 "서로 잘 맞고 좋아서"한다. 두 사람이 만나서 즐겁고, 대화가 잘 통하는 것 같으면 사람들은 연애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시간이 짧으면 수개월에서 길면 수년이 지속되면 '우린 평생 이렇게 행복할 수 있을 거야. 이렇게까지는 아니어도 불행하진 않을 거야'라는 생각을 갖고 결혼을 결정한다. 


물론, 서로 잘 맞는 지점이 많은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대부분 사람들이 연애를 한 후에 결혼하는 요즘 세상에 결혼까지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 잘 맞는 지점이 없거나 적은 사람은 없다. 그게 있어야 데이트하고, 통화하고, 만날 것이 아닌가?


문제는 그렇게 '좋은 것'은 순간이란 것이다. 그리고 그 '좋은 것'의 효용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못한다. 당신이 정말 좋아하는 식당의 음식이나 메뉴를 떠올려보자. 그걸 한 달 동안 매일 먹는 것을 상상해 보자. 아무리 비싸고 맛있는 음식도 대부분 사람들은 10일 이상 매일 먹으면 지치기 시작하고, 20일까지는 먹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30일이 지나고 나면 한동안 그 음식을 보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재수생활을 마치고 미국에서 햄버거 가게를 하는 삼촌 가게에서 한 달 동안 일하면서 매일 맛있는 수제버거를 먹었는데 그 뒤로 1년 정도는 햄버거 냄새도 맡기 싫더라. 


인간은 새로운 것에 쉽게 익숙해지고, 그것에 익숙해지고 나면 흥미를 잃는다. 그렇기 때문에 연인이 연애를 하면서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고, 가까워질 수 있게 해 준 지점들의 가치는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어느 정도는 희석될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이 지속적으로 노력하면서 상호 간의 신뢰가 깊어지고, 관계가 안정될 수는 있지만 그러한 지점들이 너무 좋거나 자극적으로 느껴질 수는 없단 것이다. 기혼자들이 매력적인 외모의 이성을 보면 눈이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건 그 사람에게서 낯선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그 사람과 사랑에 빠진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의 신뢰와 경험의 축적이 깊어져 있다면 그 관계가 주는 안정감은 그러한 자극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두 사람을 잡아준다. 


그렇다면 결혼생활을 '잘'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할까? 상대와의 좋은 점, 잘 맞는 점보다 잘 맞지 않고 불편한 지점들이 더 중요하다. 이는 결혼생활은 정말 '현실'이기 때문이다. 연애를 할 때는 데이트할 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고, 그 순간 에너지를 집중시켜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집에 와서 본인이 원하는 대로 늘어져 있어도 된다. 하지만 결혼을 하면 그럴 수 있는 자신의 공간과 시간이 확연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그런 시점에 중요해지는 건 상대와 '잘 맞는' 지점이 아니라 상대와 잘 맞지 않는 지점들이다. 이는 사실 연애를 할 때는 상대와 만날 때 몸과 마음가짐을 곧추세우고 만나면서 자신의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지만 결혼생활에서는 그럴 수 있는 시간과 영역이 연애할 때보다 확연하게 적게 보장되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시간이 반드시 확보되어야만 하는 극내향적인 사람이 극외향적인 사람을 만나도 데이트를 즐겁게 할 수 있다. 자신이 혼자 있을 때 절대 느끼지 못할 자극이기 때문에 그 데이트가 엄청 좋을 수도 있다. 그런데 두 사람이 그런 데이트를 할 수 있는 건 극내향적인 사람이 일주일에 몇 번 상대를 만날 때 외에는 철저히 자신의 시간과 공간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나면 그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극외향적인 사람은 연애할 때처럼 항상 뭔가를 활동적으로, 연인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도 하던 활동을 연인까지 끌어들여서 하려고 할 수 있고 이러한 부분들이 조율되지 않으면 그 관계는 금이 가기 시작할 수 있다. 


이러한 내향/외향의 대비는 수많은 다름 중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다. 부부들이 왜 치약 짜는 법, 수건 개는 법 때문에 싸우고 그게 도화선이 되어 큰 부부싸움으로 이어질까? 그 작은 불편함과 다름들이 축적되다 보면 상대와 접하는 것 자체에 짜증이 누적되다 보면 그러한 갈등이 하나 터지면 쌓였던 것들이 한 번에 쏟아지는 것이다. 


결혼을 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서로의 '다름'을 인식하고 의시 하고, 상대와 자신의 다름을 자신이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고, 자신이 타협하거나 바뀌기 힘들 것 같은 지점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많은 연인들이 이 부분을 간과하게 되는데, 이는 결혼 얘기를 할 정도로 서로에게 호감과 신뢰가 있는 연인은 그 감정으로 가득 차 있을 때는 뭐든지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그 다름이 치약 짜는 것 한 가지라면 대부분 사람들은 그 정도는 맞출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작은 것들을 수 십 가지 맞춰야 한다고 상상해 보자. 그건 상대에게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살기를 강요하는 것이고, 그걸 다 맞출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기 시작할 때는 한 걸음 물러나서 최대한 이성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해야 한다. 만약 당신이 상대의 단점으로 보이거나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 일단 결혼은 미루고 연애부터 더 하기를 권하고 싶은데, 이는 그런 지점들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지점들이 보이지 않는 건 굉장히 높은 확률로 당신 안에 일어나는 호르몬 작용이 그런 지점들을 회피하도록 만들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매우 높다. 


그리고 만약 상대와 본인이 잘 맞지 않고 불편한 지점이 있다면 그에 대해서는 최대한 상대를 배려하면서 그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 이는 지금 당장 다른 것들이 너무 좋아서 '그 정도는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하며 넘겼던 것들이 결국 결혼 후에는 문제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대학교 신입생 때 연애를 시작해서 서른이 넘어 결혼을 했던 한 지인은 한 번씩 상대가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그렇게 차려입었대?'라고 말하고 그로 인해 다툼이 생기곤 했었는데 '결혼하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고 결혼을 했다가 결혼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이혼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괜찮겠지, 큰 문제가 아니겠지 라면서 상대의 다른 좋은 점들을 보며 눈감았던 것이 도저히 함께 살 수 없을 정도로 그 사람을 고통스럽게 했던 것이다. 


이러한 다름과 불편함은 다양한 형태로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커플들은 그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눠야만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절대 건성으로 '내가 다 맞출게'라고 반응하거나 그 과정을 귀찮아해서는 안된다. 두 사람은 그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신중하게 나누며 어떻게 맞춰갈 지에 대한 협의와 합의를 해야 한다. 그렇게 협의를 하고 합의해도 그게 다 지켜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나마 그런 대화를 한 사람들은 결혼 후에 그게 완전히 지켜지지 못할 때 미안해하거나, 상대가 노력하는 것에 고마워할 수는 있을 것이며 서로의 다름은 인지하고 결혼을 결정하기에 신뢰가 깨지는 지경에는 이르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 과정에서 어느 한 사람이 화를 내거나 서로 도저히 맞출 수 없겠다 싶어 진다면, 축하한다. 지금 대화와 상상으로도 맞춰지지 않는 지점들이 있다면 두 사람이 결혼했을 때는 그 문제가 더 크게 폭발했을 수 있다. 그러한 지점들이 발견되면 그때부터 연애하면서 맞춰가는 노력을 하면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솔직한 마음과 감정을 지혜롭게 표현하고 공유하는 연습도 하면 그러한 지점들이 조금씩 맞춰질 수 있다. 


서로의 다름이나 불편함이 맞춰지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모든 게 다 맞는 커플은 존재할 수 없고, 결혼생활을 40년 넘게 한 부부도 맞춰지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다만,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에 대한 대화를 하기 시작하면 그 대화하고 노력하는 패턴이 두 사람 사이에 생길 수 있고, 두 사람이 서로의 다름을 인지하게 되면 부부로 함께 지내면서도 그 다름을 공존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그게 바뀌고 변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과정과 루틴이 두 사람 사이에 생기는 것 자체가 중요하단 것이다. 


내가 아는 한 지인은 자신의 연인을 너무 사랑하지만 상대가 돈을 버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부분이 마음에 걸려서 상대에게 가정을 꾸린 후에 어떻게 경제활동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짜오라고 했다더라. 그 얘기를 들었을 당시에는 사실 그 지인의 요구가 폭력적으로 느껴졌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요구가 지헤로웠다고 느껴진다. 그 부부는 지금까지 매우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서로에게 느껴지는 좋은 감정이, 잘 맞는다고 느껴지는 지점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그런 감정을 통해 공유하는 경험과 그 경험으로 인한 추억이 두 사람의 관계를 다시 붙여주는 기능과 역할을 해줄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행복한 결혼생활이 보장되진 않는다. 이는 결혼은 정말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은 결혼하기 전에 반드시 자신들의 다름과 서로의 부족한 지점들을 솔직하게 나누고 그걸 맞춰가는 방향과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해봐야 한다. 그런 대화는 불편하고 힘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연애만 할 관계에서는 굳이 그런 대화를 나눌 필요가 없다. 하지만 결혼까지 생각하기 시작했다면, 두 사람은 반드시 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과정을 거쳐도 두 사람은 부딪히고, 갈등하겠지만 그걸 예상하고 각오한 상태에서 결혼을 하는 것과 결혼하면 모든 것이 장밋빛이고 완벽할 것을 기대하고 시작한 결혼생활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상대와 맞출 자신이 없다고 해서 인연이 아니거나 헤어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자신이 없다면 일단 결혼에 대한 결정은 미뤄두고 두 사람이 연애를 더 하면서 신뢰를 더 깊게 쌓아가고 맞춰가는 연습들을 하면 된다. 두 사람은 그 관계가 깊어질수록 상대에게 자신이 조금 더 맞출 수 있게 되고, 상대도 본인에게 더 맞출 수 있게 되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평생 이렇게 맞춰 가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다시 결혼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 된다. 


그렇게 결혼을 해도 두 사람은 여전히 참 다르겠지만, 그래도 예전보단 그 다름을 조금 더 잘 존중하고 맞춰갈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이 모두 성장했을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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