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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Dec 02. 2023

2024년에 돌아오겠습니다 :)

안녕하세요. 

이 한 마디를 썼을 뿐인데 제가 브런치에 얼마나 오랫동안 들어오지 않고 있었는지가 느껴지네요. 거의 두 달 동안 브런치에서 글을 쓰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첫 번째로 일이 너무 많이 밀려들어왔기 때문이고, 두 번째로 개인적으로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보니 글을 쓸 여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문득 들었던 생각은, 브런치에서 6년 넘게 써 온 연애, 사랑과 결혼에 대한 글을 결혼을 하면서 새롭게 보이는 게 있지 않은 이상 일단은 마침표를 찍은 것도 제가 브런치에서 쉽게 글을 쓰지 못하게 만든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 면도 있는 듯합니다.


프리랜서의 입장에서는 일이 많은 건 언제나 감사할 일이지만, 또 한 편으로는 아직은 몸을 갈아서 시간을 써야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을 벌 수 있는 수준의 프리랜서라는 게 느껴져서 마음이 복잡한 몇 달이었어요. 그리고 저를 둘러싼 여러 상황의 변화들로 인해 독립을 하게 되어 이사를 하게 되면서 올해 하반기는 정말 정신없이 보낸 것 같네요. 


그렇다고 해서 브런치에서 글 쓰는 걸 그만두겠다고 마음먹은 건 아닙니다. 다만, 이번 학기에 강의를 하면서도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물리적으로 다른 영역의 글을 쓸 시간이 없었고 한 달이 조금 안 남은 올해까지는 계속 그런 상황일 것 같아요. 그래서 2023년에는 아무래도 브런치에서 제가 해왔듯이 시리즈를 계속 쓰는 건 아무래도 힘들 듯합니다. 


내년에 어떤 내용으로 글을 연재할 지도 기획은 해 놓은 상황이에요. 첫 번째 시리즈는 '법의 이유'라는 제목으로 이 시리즈에서는 제가 강의하고 있는 '법학원론'처럼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법이 왜 특정한 방식으로 만들어져 있는지를 법학적인 관점이 아닌 일반 대중의 시선에서 풀어내려고 합니다. 법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법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우리나라에서 법을 공부하신 분들은 너무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역사, 사회, 문화, 법학을 잘 버무려서 헌법, 민법, 형법은 물론이고 그 외에도 누구나 기본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법률과 법률체계를 법학용어를 최대한 배제하면서 연재할 예정입니다. 


두 번째 시리즈는 우리 사회의 갈등이 될 예정이에요. 갈등에 대한 글과 책, 많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책들은 대부분 현상에만 집중하고 그 갈등이 언제부터, 어떻게, 왜 형성되어 왔는지는 다루지 않고 있다는데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래서 한국 사람은 안된다'라는 식으로 자국민의 국민성을 폄하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시선이 어디에서부터 왜 잘못되었는지를 근거를 갖고 설명해보려고 해요. 국뽕 시리즈가 되진 않을 겁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부족한 지점들을 지적할 계획이기 때문에. 다만, 무작정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이는 모습을 비난하기보다는 그런 모습들이 어디에서부터 왜 나오게 됐는지를 설명해보려고 합니다. 그 안에는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등도 당연히 다루고 서로를 이해하는데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이야기들을 풀어나갈 예정이에요. 


우선 내년에는 이 두 가지를 큰 틀로 잡고, 이 두 시리즈는 브런치에서 새롭게 도입한 요일별 연재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그 외에 제가 벌려놓은 나머지 시리즈들은 시간과 여력이 될 때 써 나갈 계획이고요. 


내년 3월이면 브런치에서 글을 쓴 지도 만으로 7년이 됩니다. 예전에 쓴 글들을 보면 민망하고 부끄럽기 그지없지만, 그건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7년 동안 글을 쓰면서 제가 보는 시선이 조금은 다듬어졌단 의미겠죠. 개인적으로 제가 유명해지고 싶어지고 싶진 않지만, 제 생각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단 면에서 저는 일종의 관종일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런 면에서는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덕분에 제가 계속 글을 써올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최근에는 출판된 제 책과 관련하여 유튜브 촬영을 하고 왔는데, 거기에서 '이 책은 평양냉면 같은 책이다'라고 했었는데요. 제가 쓰는 글들이 전반적으로 자극적이나 엄청나게 새롭고 창의적인, 번뜩이는 내용을 다루기보단 현실에서 우리가 매일 접하지만 스쳐 지나가는 것들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고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항상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한 유명 유튜브 관련 법인에 임원으로 있는 친구는 최근에 제게 그러더라고요. 유명해지고 나면 얻게 되는 게 많다고, 너는 콘텐츠가 있으니 유명해지기 위해 노력해 보라고.


저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은 건 아니에요. 그런데 저는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유명해지고 싶진 않더라고요. 일상에서 사람들이 저에게 관심을 갖지 않음으로써 부여되는 자유가 제겐 너무 소중하거든요. 그래서 전 계속 그런 평양내면 같은 글을 쓸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제 글들을 좋아하고 읽어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답니다. 읽어주시는 게 제가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되니까요. 


올해는 브런치에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겠지만, 내년 1월에는 반드시 돌아오겠습니다. 1월 초에 제주도로 가는 일정을 잡아놨으니, 그때가 아마 그 시작이 아닐까 싶어요.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행복한 연말연시를 보내시길 기도할게요. 


감사합니다. 

정시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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