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TC

그래도 20대가 윗세대 보다 낫다

by Simon de Cyrene

이 글의 제목은 오늘날의 20대인 GenZ를 옹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 글의 결론은 시대를 불문하고 20대가 그 시대의 윗세대보다 나은 면이 있단 것이다.


우선 오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은, 나는 20대가 아니라 40대다. 나는 인서울과 서울 외 지역의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한 학기에 적으면 70-80명, 많으면 100명이 조금 넘는 학생들과 한 학기를 보낸다. 그전에는 작은 대행사에서 갓 대학교를 졸업한 20대들과 함께 일했었다.


그런데 나는 온라인에서 그렇게 비난, 비판받는 유형의 20대들을 많이 보지 못했다. 인서울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데 토론을 하라고 하면 카톡으로 대화하면 된다며 토론을 하지 않겠다고 하고, 수업시간에는 거의 노트북과 태블릿을 보고 있어서 뭘 하는지도 모르겠단 식으로 요즘 대학생들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온 것을 보고 묻고 싶었다. 당신은 학생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냐고.


노트북과 태블릿 가격이 2000년 초보다도 더 저렴한 시대에 학생들은 여전히 손으로 필기를 해야 할까? 40대인 나도 30대에 박사과정에 있을 때 노트북으로 필기를 했다. 학생들이 녹음을 해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문제가 되는 말을 하지 않으면 그게 왜 문제가 되는가?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수업에서 인위적으로 토론을 시키는 건, 내가 대학에 다닐 때도 부자연스럽고 어색했다. 그때도 그룹과제를 주면 누가 더 일을 많이 하고 적게 하는 지를 놓고 다툼이 발생해서 교수님들 중에는 누가 어떤 역할을 했는 지를 개인이 작성해서 내라고 했었다. 무려 20년 전의 일이다.


회사에서도 이상한 20대 직원들이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과거에도 기성세대의 기준에서 이상한 직원들은 항상 있었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이상한 20대였을 것이다. 학부를 졸업하자마자 대기업에 신입으로 들어가서 휴가를 단 한 번도 여름에 쓰지 않고 2년을 보낸 뒤 퇴사하고 대학원에 진학했으니까. 나는 지금도 결혼하지 않은 싱글들까지도 여름에 휴가를 가야만 하는 문화가 이해되지 않는다. 일에만 지장이 없다면 본인 휴가는 본인이 가고 싶을 때 쓰면 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비행기표와 숙소비용이 저렴한 10월에 휴가를 갔고, 휴가지에서도 이메일이 오면 일을 모두 처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일 휴가를 다녀오니 상무님께서 내 뒤에 쓱 오셔서 어깨를 주무르시면서 옆에 있는 선배한테 물어보시더라. '너희는 신입 때 휴가 며칠 갔니?'라고. 선배가 2-3일 정도 갔다고 하니 '요즘 애들은 일주일씩 휴가를 가더라...'라고 하셨던 기억은 너무 충격적이어서 지금도 생생하게 뇌리에 박혀있다. 이런 나도, 누군가에게는 이상한 애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몇 시까지 출근해야 하고, 회사에서는 뭔가를 어떻게 하고 있어야 하는 공식도 개인적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는 신입으로 대기업에 다닐 때 음악이 듣고 싶으면 소리를 낮추고, 한쪽 귀에만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듣곤 했다. 주위에서 사람들이 부를 때 듣지 못할 정도로 볼륨이 크지만 않다면 이어폰을 끼고 일하는 게 왜 문제가 되는 지를 나는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런 문화는 아시아에서 유독 강하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구글코리아에서 인턴 할 때 나는 계약서에 9시 출근으로 되어 있으니 당연히 8시 40분까지 출근을 했었다. 옆 팀에서 일하시는 분이 '00님은 집이 가까우신가 봐요'라고 물어보시더라. 집의 위치를 듣더니 놀라며 왜 그렇게 빨리 오냐고 물어보시더라. 그제야 주위 사람들을 보니 9시에 맞춰서 출근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물론, 집에서 새벽같이 콜을 하고 나오는 사람도 있었지만, 맡은 책임과 일만 확실히 한다면 언제 출근해서 언제 퇴근하는지는 구글에서 그렇게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보고서 문화는 또 어떤가? 박사과정을 마치고 학위논문을 쓰고 있을 때 나는 지인의 마케팅 대행사에서 1년 반 정도를 프리랜서로 일을 했는데, 당시에 외국 client들은 처음에 PT를 할 때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기업들처럼 폰트, 색, 양식을 요구한 적이 많지 않았다. 우리로 따지면 상무 직급이신 분도 이메일을 전체회신으로 주고받으며 email thread에 있는 내용을 보면서 내용을 파악했고, 거기에서 놓친 부분이 있어서 임원이 화를 내면 나와 client 사이에서 일을 하던 다른 외국계 대행사의 시니어는 내가 아니라 그 임원에게 정확하게 언제, 어떤 이메일에서 어떤 내용이 오갔고 당신이 놓친 것이라는 것을 정중하게 전달했다. 이게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일처리 방식이 아닐까?


20대들의 시선에서 봤을 때 우리 기업들 중 상당수는 비효율적이고 일과 직접 관련 없는 위에 잘 보이고 정치를 하기 위한 요소들이 너무 많아 보이고, 자신이 뭔가를 새롭게 배우고 익힐 게 별로 없어 보일 수 있다. 20대들 중에는 그렇기 때문에 1인분만 하겠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회사는 배우는 곳이 아니라 성과를 내야만 하는 곳이지만, 내가 2년을 일하고 그만둘 때 한 선배가 내게 '너는 회사에 적자를 내고 나가는 거다'라고 말한 것처럼 사실 학부를 갓 졸업한 사람은 3년 정도는 일을 통해 성장하고 배워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자신이 일을 통해 배우거나 성장하지 못한다고 느끼는데 그런 말을 꺼내봤자 상대가 듣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을 하지 않는다면, 그건 누구의 탓일까?


20대들 중에 이상하고 개념이 없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그들이 다 옳고 맞다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들 탓만 하기에는 우리나라 대학과 기업에도 이상하고 비합리적인 문화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이상한 20대는 인류 역사에 항상 존재했다. 90년대에는 X세대에 대한 비판이 뉴스에 나올 정도로 하나의 사회적 현상처럼 다뤄지지 않았나? 그런데 오늘날에는 그랬던 X세대가 GenZ를 평가하고 판단하고 있으니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시대를 막론하고 20대는 미숙한 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적어도 공교육체계가 자리 잡힌 이후의 20대는 사회생활을 처음하고 미숙한 지점들이 있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오죽하면 기원전 400년대에 소크라테스가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 부모에게 대들고,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고, 스승에게도 대든다"라고 말했을까?


윗세대인 당신이 20대에 그러지 않았다면, 축하한다. 그런데 당신이 개념이 가득 찬 사람이었다면, 당신 아닌 당신 또래 누군가가 어디에 선가는 지금 당신이 보기에 개념 없는 행동을 다른 곳에서 20대 때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은 어느 세대에나 어느 정도 비율로는 존재했다. 모든 X세대가 다 오렌지족은 아니지 않았나? 과거엔 인터넷이 없거나 커뮤니티가 발달되지 않아서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이 더 많이 알려졌을 뿐이다.


학부모가 대학이나 직장에 전화 거는 일이 과거에 없었다고 하지만, 그건 어쩌면 그 시대에는 교수나 직장상사에게 현실적으로 연락할 수 있는 매체가 훨씬 적고 자신의 체면을 차리는 문화가 강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와 같은 문화 속에서 자신이 교수나 직장상사에게 연락을 하고 싶어 부글부글 끓었던 부모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시대에나 20대가 30, 40대와 그 윗세대보다 평균적으로 나은 것은 그들은 상대를 존중하게 되면 듣고, 배우고, 바뀔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개념 없이 굴 경우 그들을 평가하고 판단하기 전에 그들과 1대 1로 만나서 설명하고, 설득하는 어른은 우리 사회에 몇 명이나 있을까? 내가 신입으로 들어갔던 회사엔 그런 선배가 있었다. 내가 실수를 하면 그 선배는 나를 조용히 회의실로 불러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차분히 설명을 해줬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지금의 20대가 만약 정말 문제라면, 그건 어쩌면 그들이 아니라 그 윗세대에 진짜 어른이 없는 게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말과 생각을 먼저 차분하게 들어주고, 그 생각 중 잘못된 것이 있다면 한 땀, 한 땀 그 지점들을 알려주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날의 GenZ에 대한 비판은 훨씬 많이 줄어들었을지도 모른다.


30대부터 그 윗세대는 어떤가?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쟁취하기 위해 남을 짓밟고, 다른 사람의 말은 잘 듣지 않고 자기 확신에 가득 찬 '어른'들을 우리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 모습은, GenZ가 비판받는 지점보다 더 나은가? 그들이 갖고 있는 영향력에 비춰봤을 때 그들이 사회에 미치는 해악이 더 오히려 더 크지 않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도 윗세대를 비판할 생각이 없다. 그들은 자신들 나름대로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깨달은 바가 있고, 그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현실은 만만치 않아서 사회생활 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잘 듣고 곱씹어 볼 여유를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경직된 사고체계를 가진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윗세대도, 자신들이 '어른'이라면, 잠시 멈추고 한 걸음 물러나서 20대들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서 대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게 맞지 않을까? 타이밍을 보고 기다리면서.


내 경험에 의하면 그래도 20대들에게는 진심이 통한다. 그들이 느끼기에 상대가 자신을 진심으로 위해서 하는 말이라면, 그리고 상대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20대들은 상대의 말을 듣고 영향을 받아서 달라진다. 내가 처음 강의하는 학교와 여러 학기 동안 수업을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걸 수업에서 나는 항상 느끼는데, 그건 상대에 대한 정보값과 간접경험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지더라. 하지만 30대 이상의 윗세대는 시대가 달라졌다는 걸 아무리 설명해도 귓등으로도 들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게 현실이다.


한 세대 안에도 다양한 부류의 사람이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당신 또래들 중에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나는 굉장히 많다. 그리고 그 숫자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많아지더라. 그건 20대들 역시 마찬가지다. 특정지역 출신이라고 해서 그들이 다 똑같은 건 아니듯이, 같은 세대라고 해서 그들이 더 동질적인 것은 아니다. 당신이 스스로 20대보다 어른이라고 여긴다면, 익명의 힘을 빌려서 당신의 수업을 듣거나 같이 일하는 20대들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글을 온라인에 쓸 것이 아니라 그 시간에 자신을 돌아보고 학생들의 입장에서 고민을 한 번 더 하는 게 맞지 않을까?


Thread에서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 대해 비아냥 거리는 자칭 교수들의 글을 보며 너무 화가 났다. 학생들 뒤에서 그런 글을 쓰고 다니는 건 무려 교수가 할 일인가? 그 내용이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알려지면 학생들은 그 사람을 어떻게 보게 될까? 그런 글을 쓰고 다니는 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잘 보여주고,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수업에서 그렇게 행동하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것은 기본적으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고, 서비스업에서는 상대에게 필요한 것을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모든 것을 학생들을 위해 맞출 수도 없고, 맞춰서도 안되지만 상대에게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맞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건 대학에서 수업을 맡은 모든 사람들의 의무이지 책임이다. 학생들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건 어쩌면 그 사람이 교수와 학생의 관계에서 본인이 우위에 있다고 전제하기 때문은 아닐까?


문제 있는 개인이야 당연히 있지만, 그건 한 세대가 아니라 개인이 이상한 것이다. 개인의 문제를 프레임으로 만들어서 세대 간 갈등으로 만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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