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기회에 사범대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처음엔 사실 강의를 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다. 그런데 학기가 지나고, 가르치는 과목들에 익숙해지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그리고 우리나라 교육현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특히 내 수업을 듣는 아이들이 받을 연봉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교사들이 받는 연봉을 생각하면 과연 교사들에게 더 열심히, 많은 것을 공부해서 가르치라고 할 수 있는지에 물음표가 생긴다.
이는 인문. 사회계 박사학위를 갖고 연구기관이나 교수가 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교수들의 경우 다른 프로젝트나 자문을 해서 돈을 더 벌 수 있지만 연구기관에 속한 사람들인 그러한 수입도 제한된다. 얼마 전에 내가 다녔던 직장 출신 사람들이 모이는 소모임에서 회사를 그만두고 박사학위를 받고 국책연구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지인이 "신입 때 받던 연봉을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이 받고 있다."라고 말하더라. 우리가 다녔던 회사가 연봉이 굉장히 높은 편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연구원과 교수들에 대한 연봉이 말도 안 되게 낮은 것은 사실이다.
'돈을 버는 역할을 하지 않으니까 적게 받는 거지'라는 지적을 한다면, 맞는 말이다. 나는 사회생활을 홍보실에서 시작했는데, 마케팅과 영업부서에 있는 동기들은 기본급은 나와 같았지만 보너스를 압도적으로 많이 받았다. 홍보실은 직접 돈을 버는 역할을 하지 않고 돈을 쓰면서 돈을 버는데 필요한 환경을 조성하면서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기능과 역할을 하는 반면 마케팅과 영업부서는 직접 돈을 버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렇다.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그러한 보상체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마케팅과 영업부서에서 일하는 동기들과 기본급이 다르거나 박탈감을 느낄 정도의 연봉과 보너스를 받았던 것은 아니다. 왜 그랬을까? 기업에게 홍보는 직접 돈을 벌어오지는 못하지만 돈을 버는데 반드시 필요한 기능과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회사들은 보상체계에서 돈을 직접 벌어들이는 부서에 보너스를 많이 주면서도 다른 부서들과의 편차를 과도하게 두지는 않기 위해 노력한다. Key Performance Indicator라고 불리는 성과측정지표가 부서마다 다르게 설정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건강한 자본주의 사회는, 직접 돈을 벌어들이는 자들에게 가장 많은 보상을 주지만 직접 돈을 벌지는 않지만 그 사회와 시스템을 유지하고 지탱해 주는 사람들에게도 적정한 수준의 보상을 제공한다. 이는 산업혁명 직후에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겼지만, 그 뒤에 발생한 부작용으로 인해 "사회적"인 요소는 시스템 안에 도입한 결과다.
학부시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인 야구를 보면서 고민에 빠진 적이 있다. 그들이 왜 저렇게 많은 연봉을 받는지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야구를 보는 것 자체가 하나의 산업처럼 만들어져 있어서 각 팀들이 분명한 수익구조를 갖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 야구팀들은 모두 모기업의 지원을 받는 상황에서 야구선수들이 높은 연봉을 받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건 내가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한 생각이다. 우리나라에서 야구선수들이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은 그 구단들이 대기업과 연계되어 있고, 광고판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미국 야구선수들은 직접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주체들이지만 우리나라 야구선수들은 매력적인 광고판이 되어서 돈을 벌어들인다는 점에서 돈을 벌게 되는 원리와 경로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고민은 여전히 있다. 환경미화원들이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클까? 야구선수나 축구선수가 클까? 이건 고민의 여지없이 환경미화원들이다. 버스 기사들이 일주일 동안 파업하면 불편하긴 해도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진 않지만 환경미화원들이 일주일을 파업하면 우리는 쓰레기 통 속에서 살고 있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미화원들이 받는 경제적 보상은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아주 높은 편은 아니다.
환경미화원들이나 교사들이 실질적으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내는데 기여하는 스포츠 스타들보다 연봉이 높거나 같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들에게 제공되는 경제적 보상은 우리나라 경제규모에 비해서 매우 낮은 느낌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면서 그들에게 우리 사회는 그들이 환경미화원이나 교사라는 이유만으로 또 얼마나 많은 것을 요구하는가?
사람들은 해외에서 살아보면 모든 공공업무가 느리고 부실하고 우리나라 같은 곳이 없다고 말한다. 택배나 서비스직들도 마찬가지. 왜 그럴까? 그들에게 금전적인 보상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직군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낮은 수준의 금전적 보상은 요구하면서 사기업과 같은 수준이나 그 이상의 서비스를 요구한다. 이 얼마나 모순된 상황인가? 금전적인 보상을 더해주고 더 높은 서비스를 요구하거나, 적은 비용을 내는 대신 불편함을 감수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건강한 자본주의 사회는 단순히 열심히 일해서 물리적으로 돈을 많이 번 사람들에게 보상을 몰아주지 않는다. 그렇게 할 경우 장기적으로 자본주의 시스템이 붕괴될 수밖에 없다는 걸 인류가 유럽에서 경험했기 때문에 그렇다. 생각해 보자.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으로 돈을 벌어야만 하는데 (이건 조금만 생각해 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내가 노동력만 투입하면 안 되고,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그 시스템을 공장이나 회사라고 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은행이 돈을 많이 버는 것도 결국 그런 투자를 하기 위해서 돈을 빌려야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에게 이자를 받기 때문이다.), 돈이 있는 사람은 계속 돈을 더 벌고, 가난한 사람들은 계속 가난해지다 보면 시장이 붕괴되어 모두가 가난해질 수밖에 없기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모든 국가들은 자본주의에 어느 정도는 사회적인 요소를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런 기준으로 봤을 때 어디쯤에 와 있을까? 직접 경제적 가치를 생산하지는 않지만 사회 시스템 안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능과 역할을 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고 있는가? 그렇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서라도 돈부터 보게 되고, 돈 이외에 다른 가치들은 모두 중요하지 않게 여겨지는 현상이 나날이 심화되어 가는 느낌이다. 이 끝에 어떤 세상이 있을지가 두려울 정도로.
그러다 보니 요즘 사회, 정치, 경제영역에서는 '가치'는 사라지고 돈과 권력만 남은 느낌이다. 정치인들도 자신이 믿는 가치를 따라 소신을 갖고 행동하는 사람들은 사라지고 어떻게 해서든지 본인의 자리와 권력을 유지하려는 자들만 남았고, 대학 진학도 더 큰 배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직업학교를 가기 위한 경쟁을 하는 것 같은 형태로 이뤄진다. 그러면서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쓸모없는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느낌이다. 마치 세상에 돈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돈은 중요하다. 나도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그렇다고 해서 돈이 전부는 아니고, 전부여서도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돈과 다른 가치들 간에 균형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그런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런 현실이, 사범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학기가 지날 때마다 더 분명하게 보여서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고, 걱정이 된다.
그래서 쓰기 시작한 글인데 글을 쓰는 과정에서 생각해 보니 결국 이 내용이 '돈벌이란 무엇인가?'라는 내 책에 서 내가 이미 구구절절 사례들을 들면서 설명했던 것들이더라. 책이 나온 지도 곧 3년이 되는데, 그 시리즈를 브런치에서 연재할 때보다 더 돈 중심의 시스템과 사회적 분위기가 더 견고해진 느낌이어서, 그게 너무 안타깝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안에서 내가 힘이 닿는 영역에서 계란을 바위에 던지는 것밖에 없기에 일단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 바위에 흠집이라도 낼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문득, 책이 너무 안 팔려서 출판사에 미안한 마음이 다시 들면서도 그 이야기를 세상에 나오게 해주신 출판사에 고마운 마음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