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우리가 읽어내야 할 사실들

by Simon de Cyrene

코인이 난리다. 가상화폐 시장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단 얘기다. 정부는, 아니 조금 더 정확하게 법무부는 가상화폐 시장을 도박장으로 보고 폐쇄를 명령하려고 하고 지금까지 그 장에 돈을 쏟은 사람들은 투자를 정부가 가로막으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양쪽 모두 일부만 맞고 일부는 틀렸다. 참고로 나는 가상화폐 거래는 커녕 관련 거래소에 회원가입도 하지 않은 상태다.


지금의 가상화폐 시장은 도박장이 맞다

우선 한국에서 지금의 가상화폐 거래장은 도박장으로 전락한 것이 사실이다.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이건 투기가 아니라 투자라고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투자는 사전적으로 '장차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위해 현재 자금을 지출하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 투기는 '<기회>를 틈타 큰 이익을 보려고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투자는 전반적인 사회적인 사실관계들에 비춰봤을 때 미래에 기대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되는데 자금을 투입하는 것인 반면, 투기는 그러한 장기적인 사실관계들과 무관하게 한탕, 한방을 이루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가상화폐 시장은 투자장일까? 투기장일까?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사람들의 후기나 패턴을 보면 단기적으로 저점과 고점을 예상해서, 치고 빠지는 형태의 전략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일정한 수준의 자금을 벌어들인 사람들은 수억 원을 한 화폐를 매수하는 데 사용하고, 그 흐름에 사람들이 같이 올라타면서 가격이 올라가고, 중간에 어딘가에서 일정 수준의 차익이 났을 때 화폐를 매도함으로써 더 큰돈을 벌어들인다. 그들에게 어떤 화폐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의미가 없다. 그저 잘 치고 잘 빠지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누가 보더라도 이러한 패턴의 자금 투입은 투기이지 투자라고 할 수 없다. 이는 주식시장에서는 '그 회사에서 어떤 사업을 하려고 한대'라는 정보가 주식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반면, 지금의 가상화폐는 그러한 판단요소가 전혀 없다는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래서 지금의 가상화폐 거래장이 도박장이 아니라고, 투기가 아니라 투자라고 하는 건 거짓말이다. 지금 그 장에 참여한 사람들이 가상화폐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 그것이 정보화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얼마나 관심이 있을까? 거의 대부분이 그런 개념 없이 일확천금의 꿈만을 꾸면서 그 장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것이 투자라고 하는 것은 포장지를 그럴듯하게 씌우려는 변명일 뿐이다.


가상화폐장이 도박장은 아니다.

이처럼 현재 한국에서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장이 도박장이 된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상화폐의 거래 자체가 도박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그 탄생의 배경이 된 공학기술이 미래에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인' 사회적 변화의 가능성이 너무나도 어마어마하다. 가상화폐라는 건 2009년에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사람의 논문에서 시작됐는데, 이는 아주 매우 간단하게 설명을 하면 그는 개인 간의 모니터링을 통해서 거래의 안전을 담보함으로써 지금의 증권거래소, 은행, 정부 등과 같이 운영을 위해서 어마어마한 인프라와 자본이 필요한 기관들의 비효율성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즉, 가상화폐라는 것은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거래의 비효율성과 온라인의 익명성이 가져올 수 있는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거래소들의 안정성이 문제가 되고 해킹에 일부 노출되어 있지만 사실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기관이, 국가가 증가할수록 '블록체인'이라고 불리는 이 시스템은 점점 더 안정되어 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지금과 같이 장의 대규모 폭락이나 급격한 증가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굳이 환전소를 찾거나, 은행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처럼 가상화폐가 우리 사회에 가져올 수 있는 미래적인 변화는 엄청나다.


그래서 지금 한국에서 가상화폐의 거래가 도박장으로 전락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 장 자체가 도박장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는 없다. 아니, 그래서는 안된다.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정보화시대에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흐름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현상'만 보고 내리는 판단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한국에서 이뤄지는 가상화폐의 거래가 정상적이라거나 통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가상화폐의 거래가 지금과 같이 도박장처럼 운영될 경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피해는 엄청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도박장이 되었을까

사회적으로 그러한 투기나 도박을 금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한 가지는 개인적인 차원이고, 또 다른 이유는 사회적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작은 노력을 큰돈만 만지려고 하는 패턴을 반복하게 되면 사람들이 그 안에 매몰되기 시작하기 때문에 투기나 도박에 빠지는 것이 장기적으로 그 개인을 위해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 안에서 단기적으로 이익만 취하고 빠지는 사람들도 있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이 그 안에만 매몰된 폐인이 되기 때문에 투기나 도박을 금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서 어떠한 생산적인 활동도 하지 않으면서 그렇게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것이 가능해질수록 그 사회가 망가지고, 사회를 구성하는 인프라가 붕괴되기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투기와 도박을 금지한다.


실제로 가상화폐 거래에 참여해서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은 노동하는 것보다 여기에서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며 직장을 그만두기도 하지 않나? 그런데 일반적인 투기와 도박과 달리 이처럼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상화폐 거래의 경우 그 이면에 어떤 기재가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장을 '도박장'으로 규제하기에 앞서서 말이다. 모든 사람들이 투기와 도박에 매달라지는 않지 않나? 그런데 사람들은 왜 가상화폐의 거래 과정에 참여하는 것일까? 인생에 모험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기성세대가 비판하는 2030 세대가 그 장에 주로 참여한다는 것은 뭔가 앞뒤가 안 맞지 않나? 2030 세대 중 상당수가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안정을 추구하는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 그런 성향을 가진 이들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장이라고 할 수 있는 '투기와 도박'적인 성격을 갖는 가상화폐 거래에 참여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건 그만큼 우리 사회에 사는 젊은 사람들이 미래 안정성에 대한 희망을 상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가 노력해도 안될 것이라고 생각되는 현실이 갑갑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성세대는 그 장에 참여하는 이들을 비판만 하지만, 본인이 노력은 하지 않고 쉽게 돈을 벌려고 한다고 판단하지만 이 정도 규모로 그 장에 참여하는 인원들이 많은 것은 그것이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란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물론 본인이 노력하지 않고 쉽게 먹고 살려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투기와 도박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의 삶의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고, 우리나라에서 2030 세대 중에는 많은 연봉을 주는 불안정한 직장보다 잘릴 염려 없는 공무원이 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장이 그렇게 커진다는 것은 단순히 <노오력을 하지 않으려는 젊은 세대>의 성향 때문에 가상화폐로 젊은 사람들이 몰린다고 하기는 힘들다.


젊은 사람들이 그 장으로 몰리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성세대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IMF 이전까지는 그런 불안감이 사회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IMF를 맞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괜찮은, 사람들이 이름을 들어본 4년제 대학을 나온 사람들은 이력서를 넣으면 어디든지 취업을 할 수는 있었다. 그리고 4년제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선택범위 내에서 자리를 찾아갔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 세대만 해도 10 년 정도 일을 하고 나면 갚을 수 있을 정도로 예상되는 금액만 대출을 받으면 자기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영삼 정부가 대학설립을 '인가제'에서 '허가제'로 바꾸면서 대학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고, 우리 사회에서 대학 졸업장의 가치는 점점 떨어져 갔다. 그러다 보니 '그래도 나는 대졸인데'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직장에 대한 눈높이는 점점 높아져갔고, 반면에 어느 국가나 어느 순간엔가 그렇게 되듯이 우리나라는 저성장 시대를 맞이했다. 그렇다 보니 '같은 대학 졸업자'라는 생각을 갖고 사람들이 찾지 않는 직종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반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도 수입을 보장하는 일자리는 대학 졸업자의 숫자가 적었을 때보다도 줄어들었갔으며, 그러한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서울 지역의 집값은 말도 안 되게 폭등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젊은 세대들은 심리적인 박탈감이 생긴 것은 물론이고, 현실적으로도 안정적인 상황을 해나가기 힘들게 되었다. 그래서 사실 '젊은 사람들은 우리 때보다 편한 것만 원한다'는 말이 현실에 대한 잘못된 해석은 아니지만, 그것이 지금 2030 세대들이 보이는 모습을 모두 설명하지는 못한다.


개인적으로는 막노동을 해서 안정적인 사람을 사는 것이 담보될 수 있다면 그 시장에 뛰어들 젊은 사람들은 굉장히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30 세대들이 눈이 높아진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이걸 하면 안정적으로 먹고살 수 있을 것이다'라고 예상되는 직종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란 것이다. 중소기업에 가서 일하면서도 안정적으로 먹고살 수 있다면, 야근을 며칠씩 해도 조금 더 투명한 미래가 담보된다면 2030 세대들은 그 직종으로 갈 것이다. 그런데 고성장을 계속 기록했기 때문에 그런 안정 따위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동네에서 작은 가게 하나만 해도 미래에 대한 큰 걱정 없이 소박하게나마 먹고살 수 있었던 기성세대들이 살았던 시대와, 사회와 달리 지금의 2030 세대들이 사는 시대는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어디에서도 안정이 담보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란 얘기다.


2030 세대들이 가상화폐에 뛰어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노동을 통해서 내 안정이 보장될 수 있다면, 내가 노력하는 만큼 보상이 보장된다면 과연 젊은 세대들이 그 불안정한 장에 뛰어들까? 그렇게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안정지향적이어서 문제인' 젊은 세대들이? 젊은 세대가 그 장에 뛰어드는 것은 우리가 사는 사회보다, 현실보다 그 장이 안전하고 안정적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기성세대가, 정부가 그 장이 불안하다고 말하지만 젊은 세대들 중에 현실이 그 장보다 더 불안하고 불안정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에 그 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올인하는 사람들을 비판은 할 수 있지만 일방적으로 비난을 할 수는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느 시대에나 투기적이기만 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훨씬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 정도로 가상화폐에 돈을 쏟아부으려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면, 그건 '이기적인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사람들을 그렇게 만드는지에 대한 고민과 그에 대한 대책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무엇을 해야 하나?

그렇다면 정부가, 기성세대가 장기적인 차원에서 고민해야 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에서 최소한 가상화폐의 거래에 뛰어드는 것보다는 높은 수준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다. 그 거래소를 닫아버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구시대적인 방법으로 그런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된 시대에 사는 시대에 그보다 더 구식이고 시대착오적인 방법이 또 있을까...


우리 집이 엄청나게 잘 사는 건 아니지만 우리 부모님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도움 없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서울에서 집 한 채는 마련하신 분들이다. 그렇다 보니 두 분은 모두 사회보장제도를 확대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저렇게 지원을 해주면 누가 노력을 해'라고 말씀하시는 편이다.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게 이해는 되지만, 그런 말씀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갑갑해지는 것 또한 어쩔 수 었다.


부모님 세대는 노력만 하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시대를 살았다. 그건 그만큼 우리나라가 사회적으로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새로 발전되는 사회영역이 많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영역이 개발되면 그 영역에 일자리가 생기기 때문에 그런 영역이 많을수록 '노력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실질적으로 '발전할 만큼 발전해서' 그런 영역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엄청나게 운이 좋은 사람들이 그 틈새를 뚫고 안정성을 찾을 수 있을 뿐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노력만으로는' 안정성을 찾을 수 없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런 안정성을 담보해주기 위한 법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국가가 존재하는 것은 원시사회 같이 어떠한 틀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보다는 그래도 개인이 나은 수준의 삶을 사는 것을 담보해주기 위함이 아니었나?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사실 국가가 특별한 일을 안 해도 사회에서 그런 환경이 조성될 수 있었다. 그만큼 개발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런데 어느 정도 개발되고 발전된, 고도로 발전된 국가들이 모두, 하나의 예외도 없이 모두 그렇듯이 이제 우리 사회에서는 개발될 영역은 대부분 개발되어서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생겨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해도 될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사회에서는 정부의 정책과 의사결정이 과거보다 엄청나게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80-90년대보다 국가의 역할이, 사회보장제도가 보장해주는 영역이 확장되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가가 그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정당화 될 수 있는 것은, 우리 사회가 이제는 개인의 노력이 아닌 사회적 구조에 따라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되는 사회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수입>이라는 제목으로 다음 포스팅에서 설명하고자 한다. 이 글은 이미 너무 길어진 듯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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