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시청자와 출연자가 만든 지옥

by Simon de Cyrene
방송계가 왜 이렇게 됐을까?

방송계에서 계속해서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온다. 작년에는 직접 알진 못했지만, 나와 간접적으로 연결고리가 있는 어린 PD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올해에는 무리하게 촬영을 진행하다가 방송 스텝 중 한 명이 사고를 당해서 하반신이 마비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방송국 탓을 하고, 물론 그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방송국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과연 시청자들은 그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방송국은 광고로 돈을 번다. 그래서 방송국은 돈을 벌기 위해서 전략적으로 방송을 편성하고 스텝을 구성한다. 그리고 정상적인 방송시장에서는 좋은 연기, 좋은 작품이 만들어졌을 때 광고가 많이 붙어야 하고, 그렇다면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자원에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에서는 좋은 연기, 좋은 작품이 만들어졌을 때 시청률이 높아질까?


방송과 '팔리는 사람'

물론 '같은 조건'이라면 더 좋은 연기, 좋은 작품이 인정을 받는다. 그리고 거기에 집중을 해서 작품을 만드는 것이 1박 2일을 연출했던 나영석, 신원호 사단의 성공 원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응답하라 시리즈도, 슬기로운 감빵생활도 화제가 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알려지지 않았던 배우들을 모아서 잘 되었기 때문'이다. 아니, 신원호 피디와 그 스텝들이 만든 드라마의 성공에는 항상 '알려지지 않았던 배우들을 써서 의외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그런 평가가 붙는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유명한 배우를 사용하는 것이 드라마가 주목받는 지름길'이라는 공식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말 작품 자체가, 연기 자체가 중요한 사회라면 이미 연기를 잘했던 단역, 조역 역할을 주로 하거나 연극무대에서 활동하던 이들을 쓰는 게 그렇게 화제가 될 이유가 없다. 사실 연기 잘하고 스토리가 탄탄하고 연출을 잘한 드라마가 잘되는 게 왜 뉴스거리가 되어야 하나? 그게 당연한 것인데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방송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유명한 사람'을 섭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팔릴 만한 사람'의 몸값은 올라가게 된다. 그리고 방송 전체의 편성상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제한되어 있고, 시간당 단가를 올리는데도 한계가 있다 보니 제작비를 늘리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아니, 제작비를 늘리면 종영된 이후에 외국에 팔 수 있어야 하는데 '쉽게' 팔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역시 알려진 '팔릴만한 사람'을 쓰는 것이다. 그래서 연기를 좀 덜 해도 유명한 사람이나 아이돌을 중심으로 한 캐스팅이 많이 이뤄진다.


문제는 그렇게 '유명한 사람'들에게 지불하는 비용이 증가하면서 제작비 전체에서 스텝들에게 돌아가는 비용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는데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환경은 과도하게 시청자 중심으로,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대본도 바꿔나가기 때문에 거의 생중계를 하듯이 촬영이 진행된다. 작년에 방영된 KBS의 '김과장' 연출팀에 있었던 내 친구는 방송이 나가야 하는 아침에 '오늘 방송분 촬영 끝'이라는 포스팅을 SNS에 올리고는 했다.


방송과 시청자

이렇듯 <시청자 중심>으로 방송을 진행하다 보니 화면에 비춰지는 사람들에 대한 비용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스텝들에게 돌아가는 보상은 줄어들며, 생중계에 가깝게 제작을 하다 보니 촬영을 무리해서 하게 된다. 이러한 환경은 궁극적으로 누가 만든 것일까? 방송사들은 수익을 내고, 그 수익을 통해서 다시 방송을 만들 수 있으니 수익을 낼 수 있는 방향을 쫓는 것이 자연스럽다. 더군다나 지금과 같이 공중파와 케이블 등의 구분이 의미가 없어진 시대에서는 말이다. 그리고 그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시청률과 관심을 끌 수 있는 방향으로 촬영을 계획 및 진행하는 경향이 더 강해진다. 그렇다면 가장 근본적으로 지금의 방송환경을 만든 것은 (1) 자신이 좋아하고 선호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방송에 섭외할 것을 요구하거나 방송의 수준과 내용보다 출연진에 따라 맹목적으로 방송을 시청하고, (2)한 걸음 더 나가서 그 방송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흐름과 결론을 이끌어가라고 주장하며, (3)그러하지 않을 경우 댓글과 게시판에 글 등으로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해 나가는 시청자들일 것이다.


어떤 이들은 다른 나라에서도 유명한 배우들이, 토크쇼 호스트가 선호되지 않느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물론 유명한 배우들이 더 많은 작품에 출연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드라마의 시리즈가 시작될 때는 유명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유명해지는 경우가 많고, 그렇게 유명해진 배우들이 참여하는 드라마라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며, 주연급 배우들은 상대적으로 영화와 드라마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적인 예로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시리즈라고 할 수 있는 프렌즈에 참여했던 배우들이 모두 엄청나게 유명했던 것도 아니며, 프렌즈 시리즈가 끝난 이후 그들은 다른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그 출연 사실만으로 성공을 한 경우는 없지 않았나?


방송과 출연자

그리고 사실 개인적으로는 방송에 출연하는 출연자들에게도 아쉬움도 없지 않다. 방송 제작환경이 열악한 것은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 아닌가? 그런데 방송에 출연하는 사람들 중에는 사회문제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이고, 기부를 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자신이 속한 <방송> 환경에서 자신에게 지급되는 급여를 포기하고, 그 대신 제작진에게 어느 정도 이상의 보상이 돌아갈 것을 요구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 자신이 속한 영역에서 사회적 정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이 다른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그것도 본인이 정확하게 모르는 영역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위선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나뿐일까?


물론 촬영 현장에서 스텝들에게 밥차를 쏘던지, 겨울에는 파카를 사는 출연자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물론 그러하지 않는 것보다는 그렇게 배려를 해주는 것이 나은 것은 사실이지만, 스텝들이 일함으로써 받는 보상과 출연자들이 받는 보상의 수준을 고려하면 그들이 '건강한 사고방식을 가진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러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그들이 그렇게 인심을 베풀 때 본인이 직접 사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모델로 있는 회사에서 후원을 하는 경우도 많은 듯해서 사실 방송 스텝과 출연자의 임금 차이를 생각하면 그러한 행동에 대해서 엄청난 찬사를 쏟아붓는 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현대사회에서는 각 개별 사회 영역이 굉장한 수준으로 발전하면서 한 영역에 종사하는 사람이 다른 영역에 대해서 높은 수준의 이해력을 갖는 게 거의 불가능해진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방송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본인이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영역이 아니라면, 어쩌면 본인이 종사하고 있는 방송계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자신이 가진 영향력을 통해서 그 업계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출연자와 스텝에 대한 보상의 문제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최근에 방송사와 계약한 제작사들이 배우들에게 임금을 체불한 내용의 기사들로 많이 뜨고 있다. 그리고 그 주요 내용은 배우들이 얼마를 못 받았단 것이다. 그런데 그 액수를 계산해 보면 실명이 나오는 유명 배우들이 수령하지 못한 금액이 최소 회당 500만 원 이상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에 이르는 듯한데, 이는 그들이 회당 출연료를 그 이상 받는단 것을 의미한다. 물론 배우들에게 지급되는 것으로 계약되는 것이 그들이 수령하는 액수는 아니다. 그들도 스텝이 있고, 기획사에서 가져가는 비용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수입이 일정한 것도 아니기에 그들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할 때는 리스크도 감안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더라도, 경력 20년이 넘은 프리랜서 촬영감독이 주 2회 정도 촬영하고 수령하는 금액이 월 150만 원 정도 된다는 기사는 방송에 참여하는 스텝들이 과연 정당한 보상을 받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물음표를 던지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어떤 이들은 '누가, 굳이, 왜 그러겠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그 정도 '이름값'이 있고 잘 '팔릴' 출연자라면 사실 본인의 계약내용에 스텝들에 대한 처우 조건을 넣을 수도 있지 않을까?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이름이 알려진 주연급, 혹은 예능의 메인으로 출연할 사람들 중에 그 정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지 않나?


사실 우리나라 방송환경을 이렇게 만든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시청자들에게 있다. 마치 출연자들이 본인 인형인 것처럼, 식당에 가면 '손님은 왕'인 것처럼 대접받으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방송에 출연하는 자들에게도 그대로 드러난다. '내가 안 보면 너희가 어떻게 먹고살겠다고'라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대중들의 성향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는 사회적 문화가 바뀔 때야 비로소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방송환경을 바꿀 수 있는 열쇠는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모아서 방송작품이 팔리는 것을 담보해줄 수 있는 출연자'에게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그것이 자신에게 주어지는 과도한 책임이라고 할지도 모르나, 그러한 반응을 보이기 전에 자신이 작품을 하거나 광고를 찍었을 때 통장에 꽂히는 금액과 대한민국의 최저임금 및 평균임금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그들에게 그러한 보상이 돌아가는 것이 순수하게 본인의 노력의 대가는 아니다. 아니,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들에게 그러한 보상이 돌아가는 것은 '유명한 사람에게 일어나는 쏠림현상적인 사회문화'의 영향이 더 큰 것이 객관적인 사실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받은 혜택을 받았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따르는 건 어쩌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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