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하는 이유

by Simon de Cyrene
사업이냐 공부냐

학부시절 부모님께서 용돈을 끊으셨다. 그리고 돈을 벌어서 쓰라고 하셨다. 남의 주머니에서 돈 빼먹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알아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데 과외는 안된단다. 과외를 해서는 내가 배울 게 없다는 게 이유였다. 지금 돌아보면 난 참 순수하고, 순진하며 착했던 것 같다. 멍청하든지... 그 말을 나는 그대로 따랐으니까... 내가 찾은 길은 글 쓰고, 사진 찍고,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일이었다. 아 물론 과외를 안 했을 뿐 학원에서 가르치는 일도 했다.^^


그러다 난 자연스럽게 언론사에 들어가기 위한 시험을 준비했고, 일반 회사는 크게 생각을 안 하다 '너 백수로 있는 건 못 본다'는 부모님의 말씀에 뒤늦게 일반 회사들에 원서를 넣기 시작했다. 언론사도 메이저만 지원했고, 일반 회사들을 포함해서 내가 쓴 원서는 겨우 15개. 그야말로 운이 좋게도 좋은 회사에 들어갔고, 처음 6개월은 즐겁게 일했지만 그 이후에 생각이 많아졌다. 5년 선배, 10년 선배들을 보고 출장 가서 다른 팀에 있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그만두려면 빨리 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래 있을수록 몸이 굳을 것 같았고, 혹시라도 결혼을 하면 그만두기가 더 힘들어질 테니까. 그래서 1년 차를 마치고 보너스가 입금되었을 때 동기들은 모두 차를 살 때 한참을 고민하다가 차를 포기했다. 한번 차를 사서 끌고 다니기 시작하면 그걸 포기하기가 힘들 것 같았다. 그리고 회사를 그만둔다면 돈이 필요할 텐데 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출되는 비용이 너무 컸다.


그때 고민을 많이 했었다. 공부를 더 할 것인지, 아니면 사업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사업을 하면,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 몇 년을 더 일하다가 에이전시로 옮긴 후에 거기에서 클라이언트를 끌고 나올 생각까지 마쳤었다. 그리고 커피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커피가게를 할까 싶어서 나름의 시장조사를 했었지만 커피사업은 그때 이미 포화상태였고 관련된 일을 한 번도 하지 않은 내가 성공할 확률이 매우 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실 대학원을 한번 지원해 보고, 떨어지면 회사를 그만두고 커피가게 알바와 다른 일들을 병행하면서 생계를 해결하면서 한번 정도 더 대학원 진학을 준비해보려고 했었다. 안되면 사업 쪽으로 틀 생각이었다. 그런데 내가 믿는 신은 우리 부모님을 너무 사랑하셔서 내가 한 번에 대학원에 합격하도록 길을 열어주셨고, 그 길을 따라와서 지금은 박사과정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사업을 한다는 것

내 주위에서도 본인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몇 년 전부터 생겼다. 그들 중에는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사람들도 있고, 허덕이고 있는 사람들은 더 많다. 회사를 그만두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도 느꼈고, 사업을 하는 지인들을 보면서도 느끼는 것은 사업은 성공하기가 정말, 정말 어렵다는 것이다. 그 첫 번째 이유는 한국은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누군가가 조금 앞서 나가면 바로 뒤에서 따라잡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영역이 블루오션임을 감지하고 그 시장에서 자리를 좀 잡았다 싶으면 내 사업 아이템을 기반으로 해서 그걸 뛰어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그래서 그 시장을 개척한 사람보다 2, 3번째로 진입한 사람들이 더 큰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많다.


사업이 어려운 두 번째 이유는 사업은 결국 '남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낼 수 있어야' 하는데, 사람들을 움직이는 유인을 파악하는 게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다. 그게 어렵기 때문에 시장분석을 해주는 사람들이 돈을 받고 컨설팅을 해주지만 예측은 어디까지나 예측일 뿐이다. 그 예측은 틀리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세상은 많은 변수들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컨설팅 결과가 맞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결정적으로 그 컨설팅을 해주는 사람이 당신의 상품을 직접 써보거나 당신의 상품이 타깃으로 하는 사람과 같은 취향을 갖지 않은 이상 그 예측은 틀릴 확률이 훨씬 높다.


세 번째는 그 사업 아이템이 지속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당장의 매출을 높이는 데는 소비재 시장으로 뛰어드는 게 가장 좋다. 그런데 그 상품을 너무 잘 만들면, 한 번 산 사람들이 다시 살 필요가 없어지게 되는 반면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누구도 사지 않을 것이라는 딜레마가 발생한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먹거리'나 주기적으로 살 수밖에 없는 '의류'와 같은 영역으로 나가는 사람이 늘어나게 된다. 그런데 그 영역은 대체재가 많기 때문에 지금 당장 매출과 이익이 난다고 해서 그게 10년, 20년 동안 이어질 것이란 보장도 없다. 정말 특출 나고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무엇인가를 파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네 번째는 사업은 절대로 혼자의 힘으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업은 결국 사람에 달려 있다. 나랑 같이 회사를 차리고 일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나와 거래를 하는 사람들에 따라서 사업의 성패는 결정된다. 그런데 세상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땀을 흘려서 돈을 벌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이력 몇 줄로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힘들기 때문에 사람을 잘 만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내가 아무리 자금력이 있고, 사업 아이템이 좋고, 경쟁력이 있어도 사실 사람을 잘못 만나면 그 사업은 망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핵심은 내가 사람을 보는 눈을 가졌는지에 달려 있다.


사업:종합예술

사실 그래서 사업을 하는 사람은 종합예술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많지는 않다 보니 사람들은 대부분 2-3명의 핵심 멤버가 모여서 역할을 분담해서 사업을 시작하는데, 그 사업은 위에서 나열한 이유들로 인해 지속 가능한 형태로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회사원은 야근을 하나 정시에 퇴근을 하나 월급이 똑같이 주어지지만 사업을 하는 사람은 한 발을 잘못 내딛게 되면 그냥 망할 수 있는 리스크가 항상 존재한다. 위에서 나열한 네 가지 중에 하나만 어그러지면 그 사업은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되어버릴 수도 있단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만약 누군가가 사업을 하겠다고 하면, 본인이 지금까지 해온 일과 본인이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 것을 결합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으라고 조언하는 편이다. 그건 자신이 해온 일이 속한 시장에 대해서 그 사람이 이해가 그나마 어느 정도는 있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결합되어야 하는 것은, 그래야 중간에 힘든 시간들을 버텨낼 수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인이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 것과 관련된 사업을 하게 되면 그 안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보일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게 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그래도 사업이 안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창업, 스타트업 등의 얘기를 많이 하지만 난 사실 개인적으로 학부를 갓 졸업한 사람들에게 창업을 추천하는 것만큼 무책임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학부를 갓 졸업했을 때 내 모습을 돌아보면 학교 안에서 봤던 사회는, 세상은 지금과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단 몇 년만이라도 자신이 갈 수 있는 가장 규모가 있는 회사에 들어가서 그 업계를 보고, 다른 업계에서 일하는 지인들과 밥과 술을 마시며 그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신에 대해서 고민을 한 이후에 창업을 하기 위한 작업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성공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보통 그만큼 힘든 시간을 버텨낼 수 있는 '깡'이 특출 나게 강한 사람들이거나, 다른 사람들이 갖지 못한 기술이나 능력을 가진 사람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런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렇게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도 더 많은 실패를 맛보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을 대하고, 사람을 파악하는 능력을 '회사'라는 보호막 속에서 키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최소 2-3년 정도는 힘들더라도 참으면서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자신의 삶을 디자인하는 것이 지금 당장의 생계를 해결하면서 사업을 준비할 기틀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업을 한다는 것...

회사 안이 지옥 같다면, 회사 밖은 불지옥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사실 그렇게 자신의 힘으로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탁월한 경쟁력을 갖추는 과정은 엄청나게 고통스럽다. 사실 공부를, 학문을 한다는 것도 결국은 자신의 영역 안에서 경쟁력을 갖춰서 자신의 능력만으로 승부를 해야 하는 일종의 '시장'이라서 나 역시 때로는 사업을 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렇게 보호막 없이 경쟁하는 것은 정말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것이며, 순간순간마다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과 싸워야 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남몰래 눈물도 많이 흘리고, 출퇴근 시간도, 주말도 없이 매달려야 하는 것이 사업을 하는 사람의 일상이다. 큰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망하지 않고 먹고살고 생존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게 현실이다.


물론 그 과정을 잘 버텨낸 사람은 회사에 다닌 것보다 훨씬 더 큰 성공을 거두기도 하고, 여유를 누릴 수 있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나름 잘 나가는 스타트업에 초기 멤버로 시작했고, 세계 스타트업 대회에서 입상도 자주 한 회사의 임원인 지인도 수년째 잠 못 자고, 주말 없는 삶을 사는 것은 그러한 성공을 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을 흘려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사람들은, 사회는 패기 있기 살라고, 모험을 하라고, 도전을 하라고 하지만 그건 자신들이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아픔과 힘든 시간을 책임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던지는 말들일뿐이다. 사업을, 창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자기 것을 만드는 것은 의미 있고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러한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그래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성격의 것이다. 그렇게 시작하지 않은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바람에 휩쓸려 창업한 회사들의 국민의 세금만을 축내고 있지 않나?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5년, 10년 후에 무엇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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