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2

될 수 있을까? 되어야 하나?

by Simon de Cyrene
남북한의 통일 문제

아침에 일어나서 논문 파일을 열고 아침을 먹고 있는데 아버지께서 '이젠 그냥 북한 국가로 인정하고 통일을 포기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과연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통일이 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그건 신, 혹은 절대자만이 아는 일이겠지만 분명한 건 남북한이 모두 <통일>이라는 '명분'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니 사실은 통일 이면에 있는 실익 때문에 포기하기 힘든 면도 있다.


우선 남한의 경우, 일단 휴전선 이북지역에 대한 주권을 포기한다는 것 자체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는 정치적으로 대립이 심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 마음 한구석에는 그런 심리가 있지 않나? 내심 통일이 되어서 유라시아로 연결이 되면 좋겠고, 코딱지만한 휴전선 이남지역보다는 나라가 좀 컸으면 좋겠고... 그런데 통일이 되면 겪게 될 갈등은 피하고 싶고... 그래서 휴전선 이북지역을 종국적으로 포기하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북한의 경우, 남북한 간에 완전히 국가 대 국가로서 관계가 성립되면 남한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통일>이라는 명분이 없어지면 남한이 북한을 '특별히' 지원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지금은 통일이라는 명분이 있기 때문에 <교류. 협력 사업>이라고 포장이 된 대북지원이 이뤄질 수나 있지 남북한이 각각 다른 독립국가로 지내기로 한다면 남한 정부가 북한지역에 대한 지원이나 개발을 할 유인은 급격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지 않나? 북한을 다른 나라들과 같은 존재로 본다면 <북한이라서> 특정한 조치를 할 이유는 없어지고 남한 입장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하면 되기에 북한은 통일을 하고 싶지 않더라도 그 명제만큼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생각해보자, 통일도 하지 않을 것이라면 당신이 낸 세금을 써서 북한에 퍼주는 것이 용납되는가? 나도 안될 것 같다...)


물론 다른 가능성은 있다. 북한이 개혁. 개방을 중국과 같이 추진하고 북한의 경제 수준이 어느 정도 이상으로 끌어올려지면 북한이 남한의 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정도로 개혁. 개방을 하고 북한 주민들이 자유롭게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갖게 되면 지금의 북한 정권이 유지될 수 있을까?


독일의 통일이 가능했던 이유

동서독 통일은 통일이 되기 2년 전까지만 해도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서독에서도 세밀하게 통일로 가는 10단계 방안을 통일이 되기 1년여 전에 제시했을 정도니까. (그들이 예상하지 못했다는 건 여러 사람의 회고록에서 나오는 얘기다.) 사람들은 독일이 동독이 서독에 흡수하는 방식으로 됐다고 흔히 말하는데... 그리고 통일된 독일에서 서독의 기본법(헌법)이 그대로 유지됐으니까 그게 형식적인 측면에서 틀린 말은 아닌데... 통일이 되기 전에 서독이 민주적 정당상을 갖지 못한 자들과 통일에 대한 협상을 할 수가 없단 이유로 사람을 바꿀 것을 요구했고, 그래서 그 이후 동독에서 선거를 통해 새로운 사람들이 선출되었는데, 그 선거에서 통일을 공약으로 내세운 자들이 완승했다. 그 사람들이 통일협상을 진행했다. 즉, 독일의 통일은 동독 주민들의 의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단 것이다. 이는 독일이 형식에서는 흡수통일이었을지 몰라도 실질에 있어서는 합의통일의 성격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일에서 이게 가능했던 건 1972년에 기본조약이 체결된 후, 아니 사실 엄청난 변화가 있었던 건 1980면 정도부터 동서독 간의 교류가 엄청났기 때문이다. 동서독 언론은 상대 지역에 상주 특파원을 두고 있었고, 동독 주민들은 서독으로 여행을 오면 서독 정부의 일종의 여행지원금 같은걸 받았고, 동서독 주민이 상대 지역이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등 사람, 편지, 전화가 자유롭게 오가고 서로의 방송을 들을 수 있었기에 동독 주민들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접할 수 있었고 그게 동독 주민들이 체제 전환을 요구하게 만들었다. 사실 동독 주민들은 통일 이전에 체제 전환을 요구했으나 당시 공산권 국가들 중에 동독은 체제 전환을 거부한 몇 안 되는 국가 중에 하나였다. 그로 인해 동독 안에 정권과 시민들 간에 갈등이 심화됐고, 그 과정에서 동독 주민들이 통일로 급선회하게 된 것이다. 즉, 동독 주민들에게 통일은 체제 전환을 의미했다.


북한의 개혁. 개방

이렇게 구구절절 독일 얘기를 한 것은, 북한이 개혁. 개방을 중국과 같이 추진하게 되면 동독 주민들에게 일어난 변화가 북한 주민들에게도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개혁. 개방정책을 중국처럼 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은 그 실질에 있어 덩샤오핑 때부터 정치적으로는 사회주의, 경제적으로 시장경제질서를 추구했는데 (최근에는 군주국가로 가는 게 아닌가 싶은 모습을 보이지만), 북한은 헌법에 김일성과 김정일을 찬양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을 정도로 실질적인 왕권 국가의 모습을 갖고 있고, 개혁.개방 정책은 북한 사람들을 변화시켜서 실질적인 군주제를 전복하고 싶게 만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의 개혁. 개방의 핵심은, 김정은 본인이 갖고 있는 권력을 어느 정도까지 포기할 각오 혹은 리스크를 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치수용소를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 이뤄진 인권침해가 부당하다는 인식을 북한 주민이 하는 것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용인할 수 있을지가... 김정은이 아내와 함께 공식석상에 나서고, 호탕한 모습으로 '통큰' 결단을 하는 이면에는 <좋은 왕>으로서의 포지셔닝을 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이 자신의 정권을 전복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을 수 있게 만들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좋은 왕>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선대 왕이나 마찬가지인 김일성, 김정은이 추구해오던 큰 가치는 그대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말이다. 그중에 하나가 <민족 통일>이다. 북한이 통일을 포기하기 힘든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쯤 되면 '우리에게 통일을 할 실익이 있나?'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건 한 교수님이 하신 인터뷰에서 설명이 되고 있는데, 그 교수님은 [(현재 한국이 처한 경제영역에서의 한계와 어려움들에 대해)한 가지 희망을 얘기했다. 인구절벽·소비 절벽을 탈피할 ‘유일한 히든카드’로, 일본도 가지지 못한 비장의 카드라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통일이다.]라고 주장하는데,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시고 싶은 분들은 기사 링크 (클릭)를 참고해주시면 좋을 듯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