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무엇을 해주지 않는 것의 힘

by Simon de Cyrene

정말 힘든 시기에 본인 나름대로 내게 위로를 해준다고, 힘내게 해준다고 이런저런 말을 건낸 사람들이 있다. 그 말들 중에 최악은 '네가 이러저러했어야지'라고 가르치려고 드는 말이었다. 그건 사실 내게 위로를 해주는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나를 판단하고 자신이 옳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말이 필요할 때가 있지만 그건 마음에 상처가, 아픔이 어느 정도 아문 다음에 다시 일어나려고 할 때 할 말이지 피투성이가 되어서 쓰러져 있는 사람에게 할 말은 분명 아니었다.


여기까진 최소한의 사회성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식적으로 알 수 있는 얘긴데, 그렇게 힘이 들었을 때 스스로 놀랐던 것은 '힘내라' 또는 '잘될꺼야'라는 말도 때로는 사람에게 위로가 되지 않고 짐이 될 수 있단 것이었다. 나는 이미 최선을 다했는데, 더 이상 끌어올릴 힘조차 내 안에는 존재하지 않는데 힘을 내라니... 이 시점에 나보고 다시 뭔가를 하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너무나 많은 실패들 앞에서 앞으로도 뭔가 잘 되지 않을 수 있단 것을 알기에, 무작정 잘 될 것이라는 말도 크게 와 닿지 않았다. 그 말들이 오히려 압박으로 다가왔다. 내가 뭔가를 더 끌어올려서 힘을 내야만 할 것 같고, 잘 되도록 더 해야 한다는 것 같아서 그 말들에 나도 모르게 화가 났다.


그때 내가 가장 필요로 했던 말은 '괜찮아' 한 마디였다. '앞으로도 실패할 수 있어, 그래도 괜찮아'라는, '너는 그냥 있는 그대로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말. 그리고 누군가가 내 옆에 같이 있어주는 것, 아무 말 없이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 그게 필요했다.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나의 조건과는 무관하게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사람이 필요했다. 잘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해줄 사람이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몇 번의 실패를 봐온 사람들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나를 대해주는 모습이, 내게는 크게 위로가 됐다. 그 사람들이 나를 위해서 그러는 게 보였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서, 그들의 마음을 느꼈고, 그 안에서 위로를 받았다.


그렇다. 우리는 항상 뭔가를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 사회 전체적으로 그런 분위기가 있다. 그런데 정말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했을 때만 그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인가? 오히려 너무 무엇을 하기 때문에 존재가 사회악이 되는 경우가, 사라지는 게 차라리 나은 존재가 되는 경우가 더 많지 않나? 사실 누군가의 존재 자체가 국가나 사회 전체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몇이나 되나? 몇몇 대기업 회장이나 사장들이 없을 때 그 회사들이 오히려 더 잘 굴러갈 때도 있고, 작년에 탄핵정국에서는 대통령 자리가 한참 공석일 때 어쨌든 국정이 운영된 것을 보면 5천만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그런 사람들은 정말 많이 꼽아도 100명도 안될 듯하다.


사실 그래서 우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 존재의 이유가 될 필요가 없다. 아니 사실 그렇게 되는 건 불가능하다. 우리는 나의 가족과 친한 사람 몇몇에게만 소중한 사람,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인 것으로 충분하다. 뭔가 대단한 사람이 꼭 될 필요가 없단 말이다. 그리고 사실 내 주위에서 정말 대단한 것으로 인정받는 사람, 국가기관에 불려다니고 어디에 가면 사람들이 무조건 공손하게 대하는 정도의 지위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이 그 대단함으로 인해 오히려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필요 없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경우를 많이 본다. 집에 하도 들어가지 못하니 아이들이 '아버지 다음에도 집에 놀러 오세요'라고 인사를 하거나, 아이들이 아버지를 피하는 경우, 앞에서는 사람들이 굽신거리지만 뒤에서는 그 사람을 욕하는 경우를... 그들은 진짜로 성공한 삶을 사는 사람들일까?


무엇인가가 될 필요가 없다. 당신 가족이, 당신의 정말 친한 몇몇 친구들만이 당신을 정말로 필요로 하고, 당신을 아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이 세상에 존재할 이유가 있는 사람이다. 이 글을 누가 읽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 말을 해주고 싶었다. 지금 넘어져도 괜찮고,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아도 괜찮다. 분명한 건 이 또한 지나갈 것이고, 당신의 존재 자체를 필요하는 사람들이 있고, 당신에게 감사한 사람들이 주위에 있단 것이다. 당신은 그것만으로도 존재의 이유가 있는 사람이다. 그저 그 말을 해주고 싶었다. 우리는 모두 그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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