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이 아닌 수단
자본이란 무엇인가?
'자본'주의 사회. 또는 자본'주의' 사회. 때때로 우리는 00 주의라는 표현을 너무 쉽게 사용하는 듯하단 생각을 한다. 자본주의 역시 마찬가지. 자본주의 사회라는 것은 자본을 중심으로 사회가 구성 및 운영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러한 관념 없이 '자본주의'라는 표현을 막연하게 '금전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이념'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과연 '금전'과 '자본'은 동의어로 사용될 수 있을까? 그런 의미로 사용되어도 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이는 금전이라 함은 돈을 의미하지만 '자본'이라는 것은 그 사용방법과 영역에 따라서 다른 의미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은 [재화와 용역의 생산에 사용되는 자산]으로 정의할 수도 있지만 심지어 백과사전에서도 "자본이라는 말은 여러 의미로 사용되므로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려우며 입장이나 관점의 차이에 따라 그 개념이나 정의도 달라진다"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은 자본이라는 개념이 그렇게 간단하게 설명될 수 있는 용어가 아님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일단 분명한 것은 '자본주의'라는 것이 돈 중심으로 사회가 운영되어야 한단 이념은 아니란 것이다.
자본이 재화와 용역의 생산에 사용되는 자산이라고 전제해 보자.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자산에는 무엇이 있나? 물론 금전도 주요한 자산 중에 하나다. 하지만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는데 금전만큼 많이 사용되는 것은 사실 '인적자본'이 아닐까? 아무리 자동화가 많이 이뤄졌다고 해도 최소한 아직까지는 많은 대부분 영역에서 결정적인 지점에서는 인간의 통제가 필요하지 않나? 그렇다면 '자본주의'에서는 '인적자본' 은 '노동 자본'이라고도 불릴 수 있지 않을까? 만약 그렇게 불려질 수 있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노동자의 권리, 삶의 질에 대한 논의도 충분히 이뤄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건 '인적 자본'의 질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니 말이다.
자본주의가 전부는 아니다
그러한 주장에는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여기에서 우리는 우리나라의 사회를 구성하는 이념 중에는 '자본주의' 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살펴봐야 한다. 아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제체제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를 기초로 한다. 여기에서 "사회적"이라 함은 시장경제질서를 운영함에 있어서 사회적인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단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사회적인 것이라 함은 사람 간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과 문제들도 고려해야 한단 것을, 시장경제질서가 야기하는 문제를 조정하기 위해 국가가 일정 수준으로는 개입할 수 있단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 사회보장제도가 운영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경제 영역을 벗어나서 보면 우리나라는, 사회는 굉장히 많은 이념적인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인의 자유를 중요시하는 자유주의적 바탕이 있기에 우리나라에서는 표현의 자유, 신체의 자유 등의 자유가 인정되는 것이고, 민주주의적 바탕이 있기 때문에 모든 개인들은 국가와 사회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그리고 이처럼 경제영역과 직접적으로는 관련이 없는 영역의 바탕이 되는 이념들은 간접적으로 경제질서에 영향을 미친다.
타고난 환경적 불평등은 해소되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시장경제질서를 기초로 하고 있다고, 자본주의 사회라고 해서 돈 또는 금전의 흐름이 가장 우선적으로 여겨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경제질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 구성원 개인들이다. 그리고 사회 구성원들은 국가에 대해서는 '평등'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떤 이들은 더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어떤 이들은 더 열악한 상황에서 태어나서 자라난다. 그렇다면 국가는 그러한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개입하는 것이 사실 개인들의 능력을 극대화시켜서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기회의 평등]이란 말이 나오는 것은 국가가 개인들의 환경과 무관하게 기회만큼은 평등하게 주어질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 간의 불평등이 심화되어있다고 판단되면, 실질적인 사회적 신분이 돈을 중심으로 형성된다고 판단되면, 국가는 그러한 현성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개입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형태의 개입이 정당화된단 것은 아니다.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는 참으로 복잡하고, 그 안에 형성되어 있는 시장은 어떻게 상호작용 할지를 모르기 때문에 어느 영역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서 그러한 불평등의 문제가 해소될 수도 있지만 심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은 이러한 점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이번 정부가 지난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실패할 것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정책들을 남발하게 된 것은 그 정책들은 그러한 점들을 고려하지 않고 이번 정부 임기 내에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또 그렇다고 해서 이번 정부가 분배의 문제를 해결하고 최저임금 수준을 높이려는 시도가 무조건 잘못되었다거나 반자본주의적인 것도 아니다. 그 방법이 세련되지 못했고, 조금 더 세밀하고 구체적인 고려가 필요했을 뿐.
대중은, 사람들은 참 쉽게 평가를 한다. 그것도 거대담론을 중심으로. 반자본주의적이라는 말도, 사회주의적이란 말도 그렇게 쉽게 내서는 안 되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떠한 정책이나 현상에 대해서 그렇게 일도양단적으로 평가를 하는 것의 이익을 보이는 사람들은 패거리를 갈라서 표를 얻어야 하는 정치인과 일부 언론사들 뿐이다. 조금 더 차분하게, 앉아서 사회현상과 정부 정책들을 놓고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정치인들도 국민들을 함부로 우롱하려 들지 못할 것이고, 그렇게 해야 공무원들도 생각하고 고민하기 시작할 것이다. 정치가 그 나라의 수준을 보여준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자본'에 대한 생각이 꼬리를 물고 물어 글이 너무 길어진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