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과 자본주의
연예인과 운동선수의 연봉
연예인이나 프로 스포츠 선수 연봉 얘기에는 항상 '하는 게 뭐 있고 무슨 생산성이 있다고 돈을 저렇게 받냐'는 질문이 제기된다. 나 역시 이에 대해 굉장히 큰 의구심을 갖고 그들의 연봉수준은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환경미화원 아저씨들께서 일주일만 일을 쉬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생각해 보면, 사회적으로 봤을 때는 환경미화원 아저씨들의 가치가 더 높기 때문에 그들에게 더 많은 연봉을 줘야 할 것 같은데, 운동선수와 연예인들은 남들이 평생 벌어도 구경할 수도 없는 돈을 한 달 안에 벌어들이기도 하는 게 이해가 안 됐다.
그런 현실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건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사람들은 드라마, 예능과 스포츠를 보지만 기업들의 입장에서 그 플랫폼들은 그건 좋게 표현하면 마케팅 플랫폼이고, 나쁘게 말하면 광고판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플랫폼을 더 많은 사람들이 볼 것이 분명하거나, 자신들이 팔고자 하는 물건을 살 것으로 예상되는 성별과 연령대의 사람들이 볼 것으로 예상되면 기업들은 그 플랫폼에 돈을 내고 자신들의 물건 또는 서비스의 광고를 낸다. 그런데 광고로 쓸 수 있는 시간이나 장소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광고를 내려는 기업이 많아서 경쟁이 붙으면 광고비는 올라가고, 그 플랫폼을 운영하는 주체에서는 광고비를 높일 수 있도록 콘텐츠를 구성한다. 그 콘텐츠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사람들이 말하는 '스타'다.
만약 사람들이 특정 선수에 열광하지 않고 게임을 풀어나가는 방식에 열광한다면 아마 선수보다 특정 감독의 몸값이 높아지지 않을까? 그리고 사람들이 배우나 방송인이 아닌 작가와 감독에 따라서 TV 프로그램을 시청한다면 작가와 감독이 더 높은 연봉을 받을 것이다. 그러한 유명세는 누군가 한 명이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그건 그 사회의 대중이 만들어내는 흐름이고, 그래서 자본주의와 자유주의 시장경제체제를 부인하지 않는 이상 사람들이 보기에 말도 안 되는 돈을 벌어들이는 사람은 반드시 생겨나게 되어 있다.
그들의 연봉은 타당한가?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에서 사람들이 분노하는 예체능 분야의 고연봉자들이 해당 분야에서 말도 안 되는 연봉을 받고 있는 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한국의 프로스포츠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건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 선수다. 4년에 150억 원. 물론 계약금이 있기 때문에 매년 실수령액은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연 37.5억을 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연예계에서는 이번에 미스터 선샤인을 찍은 이병헌 배우가 6개월 정도 촬영하고 36억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져서 문제가 됐었다. 그들은 각자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사람들인데, 그렇다면 기업에서 가장 연봉을 많이 받는 사람들의 연봉은 얼마일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정보에 의하면 삼성전자의 권오현 회장은 총 243억 8천1백만 원, 신종균 삼성전자 부회장은 84억 2천7백만 원,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은 76억 6천9백만 원을 수령했다. 오너 회장들 중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52억 3천3백만 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109억 1천9백만 원, 정몽구 현대그룹 회장이 80억 9백만 원을 수령했다.
이러한 연봉 차이에 대해서 혹자는 '어떻게 운동하고 연기하는 사람이랑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의 연봉을 비교하냐?'라는 질문을 할지 모른다. 그런데 위에서 설명했지만 스포츠와 방송 프로그램은 실질적으로 광고 플랫폼으로 운영된다. 이는 이대호 선수가 있는 롯데와 없는 롯데는 관중과 광고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이 분명하고, 이병헌 배우가 미스터 선샤인에 출연함으로 인해서 광고단가가 얼마나 올라갔을지가 그들의 몸값이 정당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단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만약 그들이 출연한 경기나 프로그램에 광고를 해서 그 기업의 매출이 올랐다면, 그건 그들이 그만큼의 경제적 가치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운동선수는 그렇다 치더라도 연예인들은 보통 계약된 금액에서 많으면 70%에서 적으면 30% 혹은 그 이하만 수령하는 경우가 많다. 매니지먼트 비용으로 기획사가 계약에 의해서 정해진 금액을 수령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비용은 기획사의 사무실 비용, 직원들 월급 등으로 쓰인다. 마지막으로, 당신은 정말 대기업의 CEO들이 신입사원들보다 100배가 넘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다른 글에서도 설명한 바 있지만, 그들의 연봉에는 책임의 무게가 있는 것이지 그 금액이 그들이 창출해내는 경제적인 가치가 반영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현재 몸값은 기업들이 계산했을 때 그들이 있을 때 날 수 있는 수익을 기반으로 결정되는 것이고, 그들에게는 자신의 몸값만큼의 성과를 낼 책임이 있다. 그 책임을 지지 못한 결과는 다음 계약에 반영될 것이다.
보상이 결정되는 구조
사람들은 이성과 합리성을 중요하는 듯하지만 사실 많은 경우 금전적 보상에 대한 의사결정은 합리성보다는 다른 이해관계에 의해서 이뤄지는 경우가 더 많다. 예를 들면 대기업의 경우 컨설팅을 하면 소위 말하는 빅3를 일단 쓰려는 경향이 있고, 소송이나 법률자문은 김앤장을 먼저 찾는데 이는 그들이 꼭 일을 잘해서가 아니라 조직 안에서 실무자가 '000 회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라고 보고하면 일단 보고하는 선에서 그 이름값으로 해결되는 것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렇듯 이름값에 대한 신뢰가 생기고 나면 그걸 이용하려는 사람들 덕에 자금의 흐름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그러한 흐름 속에서 이름값이 있다는 것은 희소성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기준으로 사람들에게 보상을 제공하지 않는다. 자본주의에서는 얼마나 자본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지를 기준으로, 희소성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보상을 제공한다. 그게 맞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사회주의가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경제체제임은 이미 너무 많은 국가들이 입증했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자본의 쏠림현상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란 것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제도가 아니라 자본주의를 보완할 수 있는 장치들이며, 그중에서 가장 이상적인 장치는 공교육 제도에서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을 사회 구성원들에게 확실하게 심어주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것은 우리가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이상 우리가 취득하게 되는 금전 등의 보상이 우리 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사회구조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렇다면 그 사회구조의 영향을 취득하게 된 보상에 대해서는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인식을 갖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단 것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이상'에 불과하다. 인간은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욕심과 욕구가 있고, 특히 물욕은 끝이 없기 때문에 교육제도에서 그렇게 교육을 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모두 그런 가치 중심적인 사고를 하고 그런 삶을 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에서 강제적으로 세금을 거두게 된 이면에도 사람들이 절대로 자발적으로 그런 조치를 취할 리가 없다는 것이 경험적으로 알게 된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만약 금전의 흐름이 조금 더 착한 방향으로(?) 특정인에게 덜 집중되길 바란다면 일반 대중은 우선 '스타'를 중심으로 소비하는 패턴을 바꿔야 한다. 이는 유명 연예인을 써도 매출이 올라가지 않고, 유명 스포츠 선수를 영입해도 관중이 줄어들게 되면 기업들은 누군가에게 거액을 안겨주면서 광고 모델로 사용하거나 영입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조금은 변호하는 말을 덧붙이자면, 사람들이 그들이 지금 받는 돈을 볼 뿐이고 그들이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리스크와 노력을 했는지는 보지 않는다는 것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높은 연봉을 받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들은 그 업계(?)에서 가장 못 나가는 사람이 될 리스크를 안고 그 업계에 들어간 사람들이다. 사실 사람들의 평판에 의해서 미래가 결정되는 그들의 업계에는 일이 없어서 힘들게 사는 사람들도, 엄청 유명해졌다가도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사람들도 얼마나 많은가? 잘생겼다고 해서 다 유명한 배우로 롱런을 하는 것도 아니고, 타고난 운동신경이 뛰어나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아니지 않나? 그들은 그런 보상을 받기 위해 지속적으로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 자신을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들이 받는 보상이 과한 면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고, 그들이 그 보상을 지혜롭게, 잘, 사회를 위해서 쓰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그러한 노력과 젊었을 때 과감하게 위험을 감수한 것을 간과하는 대중의 시선 또한 공평하지는 않은 듯하다. 물론 그들의 성공에는 어느 정도의 운도 작용한다. 하지만 그러한 운은 노력 없이 절대로 지속적으로 유지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