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문제일까?
불편한 목소리들을 이해한다
개인적으로 택시를 자주 타지 않는다. 일 년에 몇 번,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과 어울려 놀다 보면 어느새 막차 시간이 지나서 어쩔 수 없을 때나 타는 편이다. 지금 있는 회사에서는 회의를 갖다 복귀할 때 주니어들과 함께 다녀오면 법인카드 등으로 택시를 타지만, 그 역시도 익숙하지 않다. 난 택시를 타는 것보다 시간적인 측면에서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편이라 내 돈을 1천 얼마 정도 더 내더라도 지하철을 타는 게 사실 마음이 더 편하다. 서울시내는 교통이 워낙 거시기(?) 해서 어지간한 거리는 택시보다 지하철이 빠르니까.
그래서 택시기사님들께서 파업을 한 것이 내게 그렇게 큰 불편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위에서 쏟아지는 말과 기사들은 다시 한번 택시기사님들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만들더라. 누가 맞는 것일까? 과연 정말 언론과 사람들이 말하는 것만큼이나 택시 기사님들은 나쁜 사람들일까?
나도 안다. 타자마자 정치 얘기하는 택시 기사님. 불친절하고 퉁명스러운 기사님. 담배 피우는 택시 기사님. 나도 겪어봤다. 한 겨울에 벌벌 떨면서 몇 시간 동안 승차거부도 당해봤다. 내가 사는 지역으로 오게 되면, 나갈 때 빈차로 나가야 하기 때문에 택시 기사님들은 지역을 듣자마자 문 닫으라면서 내빼기가 일수다. 택시에 대해서 사람들이 하는 불평, 나도 공감하고 많이 겪어봤다. 나보다 여자분들이 겪는 고초는 더 심할 것이다. 정말 듣기 싫은 말을 하면 난 자는 척을 하거나 무시해도 그들이 내게 뭐라고 하진 못하니까. 그와 달리 여자분들은 기사님들의 언어폭력에 시달리는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다. 그래서 택시기사님들에 대해 불평하는 목소리들, 특히 여자분들의 의견은 이해는 물론이고 공감도 간다.
택시기사님들을 위한 항변
하지만 난 불평하지 않는다. 새벽에 택시가 몇 시간씩 안 잡혀도 그러려니 하고 보낸다. 내가 착해서? 아니다. 그들의 상황이 이해되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 그분들의 상황을 조금만 이해하면 해결될 문제이기도 하다. 그분들은 왜 불친절할까? 그분들은 왜 승차를 거부할까? 우선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은 개인택시를 하시는 분들은 승차거부를 하는 것에 대한 핑계를 대서는 안된단 것이다. 그들은 택시비용이 그대로 본인의 수입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런데 회사택시를 운전하는 분들은 상황이 다르다. 그분들은 사납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 있기 때문에 하루에 일정 금액 이상 벌지 못하면 그 날 하루 운행을 하고 나서 남는 게 아예 없을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심야나 새벽에 운행을 하시는 분들은 낮과 달리 1-2시가 넘으면 손님 발길이 아예 끊기기 때문에 그전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태워야 한다. 교대를 3-4시에 해야 한다면, 새벽 운행을 하는 순서에서는 기본적으로 1-2시간을 잃고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그런 상황에서 사납금 이상을 벌지 못하면 그들은 그 날의 노동을 그대로 회사에 넘겨버리게 된다. 그런데 동서남북 쪽 끝으로 들어가게 되면, 거기에서 다시 나올 때 그분들은 기름값만 들고 돈을 벌진 못할 확률이 높다. 그뿐 아니라 택시는 경제가 어려우면 가장 먼저 수입에 영향을 받는 업종이라서 경제가 어려워지면 택시 기사님들은 수입에 곧바로 영향을 받는다. 사무실 근처에 있는 식당들이 주말에는 문을 닫듯이, 사실 기사님들은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어서 수익을 남기기 위해 손님을 받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그보다 더 억울한 기사님들도 있다. 이는 '차고지'의 개념을 알아야 이해가 되는데, 회사택시를 모는 분들은 차를 주차해 놓는 차고지가 그 지역 어딘가에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들은 차를 다른 기사님께 넘기는 '교대시간'이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그 교대시간 30분 전에 종로에서 차를 잡은 사람이 집은 여의도인데 그 택시의 차고지는 잠실이라고 치자. 그런 경우에는 여의도로 갔다가 잠실로 가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택시기사님들이 혹시나 잠실로 가는 손님이면 태우고 가려고 하다가 여의도라는 말을 듣고 승차를 거부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 때는 사실 본의 아니게 승차거부를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마지막으로 이건 어쩌면 기사님들을 정당화하기 가장 어려운 경우일 수도 있는데, 사실 기사님들은 생각보다 많은 진상고객들에게 시달리는 편이다. 그것도 하루 종일 지인을 만나지 못하고 낯선 사람을 돌려가면서 받는 현실에서 말이다. 내가 들은 얘기들만 들어보자면 막히는데 차선 바꾸지 않는다고 욕하고, 네비 따라 가는데도 돌아가는 것 아니냐고 욕하고, 신호 지켰다고 욕하고, 천천히 간다고 욕하고, 빨리 간다고 욕하는 손님들이 있었다고 하더라. 최근에 한 기사에서 진상고객들이 하도 많아서 '타다'일을 안 하려는 기사들이 많아서 영업하지 못하고 차고에 쌓인 '타다'차량이 많다는 내용을 다룬 적이 있는데 (관련 기사), 사실 택시기사님들은 그런 상황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개인택시를 어떻게든 받기 위해 표시하지도, 표현하지도 못하고 버티고 있을 뿐. '타다'를 사용하는 고객들만 그럴리가 있나? 택시이용자들 중에서도 그런 사람들은 꽤 많을 것이다.
누구의 잘못인가?
그렇다고 해서 택시기사님들이 무조건 맞다는 것은 아니다. 그 분들이 조금 더 친절하면 좋을 것임은 분명하다. 다만, 이번 택시 대란(?)을 기회로 나온 기사님들에 대한 불만은 그렇게 공평하지는 않단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택시를 타는 진상고객들이 있는 것처럼 기사님들 중에서도 그런 분들이 계실 뿐 사실 내가 경험한 대부분 기사님들은 운전하는데 집중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내 경험으로는, 택시기사님들은 위에서 내가 설명한 내용을 조금만 말하면서 본인들의 사정을 이해해주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으면 대부분 굉장히 친절해지는 편이다.
진짜 문제는 우리나라 택시회사들의 '사납금' 문제다. 그 업계에 있지 않아서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기사님들이 사납금을 내고 남는 돈을 가져가는 형태가 아니라 한 달에 기본적으로 충족시켜야 하는 최소한의 금액을 정해놓고 월급을 주되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형태로 회사택시가 운영된다면 기사님들도 훨씬 친절해지지 않을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면 친절한 기사를 제보하는 프로모션 등을 병행해서 기사님들이 친절할만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거나, 과도하게 불친절한 기사님에 대해서는 신고를 받아서 그 내용을 성과에 반영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사실 우리나라에서 택시의 문제는 사실 택시회사가 운영되는 방식에 대한 논의에서 시작되어야 하는데 그 과정은 생략되고 다른 곳으로 불똥이 튀고 있는 듯하다. 사실 택시기사님들도 약자다. 그들은 진상고객에 시달리고, 사납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경쟁 서비스가 나오면 일 년 내내 일하고도 손에 한 푼도 쥐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데, 회사에 저항했다가는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살기 위해 파업을 하고 다른 서비스들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 구조를 읽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이 문제가 긍정적인 방안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사실 택시산업 자체가 바뀌어야 하는 일이고, 택시업체들이 새로운 서비스들과 오히려 적극적으로 제휴하면서 기사님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일이다. 지금 택시산업을 둘러싼 문제는 사실 택시회사들이 변화하는 시대에 새로운 형태로 진화 발전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 아닌가?
그렇다면 화살은 택시기사님들 개인이 아니라 택시산업과 택시회사들로 향해야 하며, 택시산업의 구조를 살펴보고 그 안에서 문제가 뭔지를 드러내서 봐야 한다. 그런데 누구도 그런 노력은 없이 서로 비난하고 상대만을 탓하고 있다. 결국은 또 약자와 약자의 싸움이 되는 그림인 듯해서, 그것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