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 유튜버의 허와 실에 대하여
Youtube 열풍
Youtube 열풍이 엄청나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미 수 년째 존재했던 플랫폼이 갑작스럽게 각광받게 된 게 놀랍다. 그리고 2006년에 2007년에 영상을 편집하고 만들었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뭐라도 꾸준히 했어야 하나...' 싶은 마음도 드는 게 사실이다. Youtube를 통해 '뜬' 사람들의 수입을 들어보면 그런 생각이 꽤나 자주 들고, 몇몇 채널들은 솔직히 영상의 퀄리티를 보면서 '이렇게 만들어서 그런 수입을 벌어들인다고?'라는 생각이 솔직히 들기도 한다.
이미 작년 여름부터 Youtube를 하겠다고 선언 아닌 선언을 했으나 개인적인 상황들로 인해, 그리고 과연 내가 브런치에 갖고 있는 콘텐츠를 그대로 Youtube화(?) 시키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되어서 선뜻 영상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 영상을 만졌었고, 몇 년 전에는 팟캐스트를 하면서 음성 편집을 해봤었기 때문에 영상 촬영과 편집 작업을 시작하는 게 더 망설여진 측면도 있다. 영상편집이라는 게 얼마나 노가다(?) 작업인지를 알기에... 학부시절 파트타임으로 글, 사진, 영상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으로 용돈을 벌었던 경험은 내가 방송국 PD가 아닌 기자로 지원하는데 엄청난 영향을 미쳤었다. 1-2분짜리 영상을 만들기 위해 짧아도 몇 시간, 길면 며칠을 편집하는 게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그래서 난 사실 사람들이 Youtube 채널 개설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생각하는 흐름에 조금은 많이 놀라고 있다. 그건 단순히 영상편집의 문제 때문이 아니다. 전업 유튜버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수준과 양의 콘텐츠 기획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사람들은 그걸 너무 쉽게 생각하는 듯해서, 그 지점에 대해서 놀라고 있다. 전업 유튜버로 '평생' 살기로 마음을 먹는다면 그 사람은 평생 엄청난 창작의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
1인 방송으로 평생 전업 유튜버?
거기다 '1인 방송'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대본이나 스토리를 완벽하게 만들어서 본인이 카메라 앞에서 독백 또는 대화하듯이 만드는 콘텐츠가 아닌 이상 그 사람은 평생을 기획, 촬영, 편집을 혼자 해야 한다는 것인데, 한 번 해보면 알겠지만 그 작업은 나이가 들수록 에너지 수준이 떨어져서라도 하기가 힘들어진다. 1인 방송이라 함은 결국 방송국에서 작가, PD, 촬영감독의 역할을 본인이 혼자서 하는 것인데 그걸 1-2년도 아니고 평생 하는 것이 가능할까? 브런치에 있는 대부분 작가들의 공간을 보면 영상보다 에너지 레벨이 훨씬 낮아도 할 수 있는 글쓰기를 브런치에서 꾸준히 하는 것도, 글을 꾸준히 창작해 내는 것도 얼마나 힘든 지를 쉽게 알 수 있는데 거기다 촬영과 편집까지 해야 하는 1인 방송은 얼마나 더 힘들까?
아주 현실적으로 얘기를 하자면, 정말 유튜버를 평생 직업으로 삼으려면 1인 방송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 잘 나가는, 안정된 Youtube 채널들은 거의 대부분 최소한 촬영, 편집, 기획 정도의 기능을 나눠서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1백만 이상의 구독자가 있는 거대 채널들의 경우 그보다 훨씬 많은 스텝들이 함께 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중 상당수는 자신이 직접 회사를 차렸거나 유튜버들을 관리해 주는 소속사에 속해 있다.
Youtube가 미디어를 엄청나게 바꾼 것은 사실이다. 기존에는 거대 미디어 기업들만 방송을 할 수 있었는데 이젠 1명 이상만 있으면 방송을 할 수 있게 됐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송사 안에 있는 분업구조가 유효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방송사 안에서 작가, PD, 출연자, 촬영감독 등의 분업이 이뤄진 것은 방송을 장기적으로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기능들을 분화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며, 유튜브 채널들 역시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영상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평생 전업 유튜버=사업
이는 전업 유튜버를 하겠단 것은 결국 장기적으로 미디어 콘텐츠 사업을 본인이 하겠단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모든 사업이 그렇듯 사업에는 함께 하는 사람이 핵심이다. 유튜버 시장(?)은 이미 한국에서 상당한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지만, 그 시장이 발달할수록 그 안에서 사람들의 이직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화면 앞에 서고 기획하는 메인 유튜버가 아닌 스텝에 따라 채널들이 휘청거리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지금도 이미 몇몇 유명 채널들은 편집자가 바뀔 때마다 구독자들이 알아채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도 달라지고 있지 않나? 그래서 유튜버를 평생직업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은 기능적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줄 수 있는 믿을만한 파트너를 구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사람을 타깃으로 하는 채널들 중 가장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영국남자'의 경우 유튜브에 올인한 믿을 수 있는 지인'들'이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형태로 운영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와 같은 운영적인 측면 외에도 유튜버로 사는데 또 다른 어려운 과제는 '지속 가능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있다. 사실 내 브런치 채널의 유입 키워드와 조회수는 8할 이상이 연애, 사랑, 결혼에 대한 것이다 보니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게 되면 그 주제를 잡고자 했는데, 내가 그 방향을 선뜻 결정하지 못한 것은 그에 대한 주제들을 나의 톤으로 2년 정도 풀어내고 나니 새로운 주제를 잡는 게 쉽지 않아지더라. 그렇다면 내가 그 주제로 얼마나 오랫동안 채널을 운영할 수 있을까? (여기에서 스리슬쩍 고백하자면 그래서 사실 위 주제를 채널의 메인 주제로 삼지 않을 듯하다. 그리고 유튜브에서는 내 브런치와는 다른 주제와 콘텐츠로 채널을 꾸려나갈 듯하고 아마 오프닝 시기는 내가 조금 여유가 생기는 3월 이후가 될 듯하다. 그 대신 위 주제로는 빠르면 2월, 늦어도 3월에는 공개할 수 있는 다른 건이 준비되고 있다.^^)
그런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한국 유튜버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채널들은 이미 조금씩 힘을 잃고 있고, 위에서 내가 말했던 영국남자 역시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최근 반년 동안 영국남자는 방향성과 관련해서 설명하는 영상을 몇 개 올렸는데, 그건 영국남자를 만드는 사람들이 채널에 변화를 줘야 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변화를 줘야 하는 이유는 첫 번째로 한 주제로 영상을 만들다 보면 어느 순간서부터는 비슷한 패턴이 반복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채널을 이탈하는 사람들이 생기게 되며, 그 결과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영국남자를 제작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시도를 조금씩 해보는 것은 그런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은 아닐까?
사실 그러한 패턴은 방송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게 많은 돈을 들이고, 전문가들이 붙어서 기획, 촬영, 편집하는 방송들도 3년 이상 가는 프로그램들을 찾기가 힘들지 않나? 이는 사람들은 항상 새로운 것에 흥미를 느끼기 때문인데, Youtube의 경우 채널을 한 번 연 후에는 방향성을 갑작스럽게 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 아닌 문제로 작용한다. 이는 무도의 열렬한 팬들이 있었던 것처럼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가 된 Youtube채널들은 기존 콘텐츠를 좋아하는 고정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Youtube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의 가장 어려운 점 중 한 가지는 어떤 콘텐츠들이 '뜰 것인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내 브런치의 글들만 해도 그렇다. 솔직히 말하면 글을 쓰다가 '이건 많이 읽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글들이 있는데, 그런 글들 중에는 예상대로 많이 읽히는 글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글들도 많다. 또 순수하게 그 주제에 꽂혀서 썼지만 잘 읽히지 않을 듯했던 글들이 많이 읽히는 경우도 있다. 물론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고 유입경로 등을 꾸준히 보다 보면 '감'이라는 것이 생기기는 하지만 세상은 계속해서 변하기 때문에 유튜버로 살면서 그런 감을 유지하려면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감각을 계속해서 업데이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 채널이 2-3년 정도는 잘 나갈 수는 있어도 어느 순간서부터 힘을 잃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어떤 이들은 '몇 년 바짝 벌고 그만하면 되지'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팀]을 꾸리게 되고 유튜브 채널이 실질적으로 [사업]이 되면 수입만큼이나 지출이 늘어나기 때문에 채널을 멈추기는 쉽지 않다. 이는 그걸 멈추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들로 인해 오히려 손실이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다고 해서 내가 평생을 전업 유튜버로 사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결단을 내리기 전에는 본인 스스로에 대해서 '내가 콘텐츠 생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가?'라는 질문과 '다른 사람들에게는 없는 나만의 색, 나만의 이야기가 있나?'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미디어의 생명은 결국 스토리니까. 그리고 유튜버로 산다는 것은 어떠한 형태로든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 내야 한단 것을 의미하니까. 그런 것이 없다면 그 사람의 채널은 짧으면 몇 달, 길면 1-2년 동안 반짝할 수도 있지만 어느 순간에는 멈출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난 처음부터 '전업 유튜버'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취미로 본인의 일상에서 흥미를 느끼는 것에 대한 영상을 제작해서 올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사실 지금은 거대 채널이 되었거나 유명해진 유튜버들도 대부분 그들의 일상, 직업, 취미 등에서 시작했고,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콘텐츠가 다듬어지고 방향성이 생기면서 구독자 수와 조회 수가 늘어난 경우가 많다. 이미 방송활동을 해서 많이 알려진 사람이 아니라면 처음에는 1개월에 1개, 조금 더 힘이 붙으면 2개, 3개로 차츰 늘려가면서 콘텐츠를 생산하는 게 본인의 적성에 맞는 지를 실험하다가 채널이 어느 정도 이상 규모가 되었을 때 방향으로 트는 것이 맞지 않을까?
인연이 닿아서 영상 제작자와 채널을 시작한 것이 짧으면 몇 달, 길면 몇 년 동안 잘 운영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영상은 냉정하게 말해서 출연자의 것이 아니고 그 영상 제작자의 것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유튜버'로 평생을 살아가려면 최소한 방송에서 출연자와 기획자인 PD의 역할은 본인이 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최근에 난립하는 유튜버 기획사들을 보면 그 점이 우려가 된다. 디지털 마케팅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 보니 여러 회사들의 단가표를 보게 되는데, 지금 유튜버 시장에는 이미 상당한 수준의 거품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그 거품이 꺼지는 과정에서 피해는 기획능력 없이 영상에 출연만 했던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Youtube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또한 지금의 이 열풍이 얼마나 갈지 모른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프리챌에서 싸이월드, 싸이월드에서 페이스북,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옮겨갔던 트렌드가 이제는 Youtube로 옮겨간 듯한데 위 커뮤니티 또는 SNS들을 보면 그 전성기가 10년 이상 유지된 경우가 없다. 물론 Youtube는 미디어 성격이 더 강하기 때문에 위 커뮤니티와 SNS 채널들과 성격을 달리하지만 사람들의 미디어 소비행태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고, Youtube의 힘이 유지된다 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면 시청자가 분산이 되고 그에 따라 수익률은 낮아 질 확률이 높다. 이러한 현상들은 이미 여러 채널들에서 나타나고 있다.
어떤 이들, 특히 연령대가 높으신 분들 중에서는 유튜버들을 폄하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이처럼 Youtube에서 자리를 잡고 성공하는 것은 이처럼 어렵고 복잡한 일이다. 그래서 그들의 노력은 존중받아야 하고 성과는 인정해줘야 한다. 그리고 유튜버로 산다는 것은 결국 미디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인데, 사업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는 주위에 사업하는 사람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안다. 또 사업이 체질에 맞지 않는 것처럼 콘텐츠 생산이 맞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Youtube의 바다로 뛰어들 지 여부는 고민을 해보는 것은 좋지만, 결정은 신중하게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